이제 떠날 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정주부의 여행준비 결정판... '집 비우기 전 처리해둬야 할 일'들을 챙겨본다.
아직 날짜는 더 남았지만 요금 치르기 좋게 월말 날짜로 우유 끊고
(아침마다 우유 잘 챙길지 의심스러워 나 없는 동안은 사다 먹으라 했다)
삼개월씩 끊는 수영강습비의 남은 한 달분을 5월로 돌려놓고
아들넘 통장에 석달치 용돈, 새학기 등록금, 생활비 이체해놓고...(이제 아들이 주부가 됐다. ㅎㅎ)
월말의 개스, 전기 검침 요령과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해줘야 할 일(청소, 화분 물주기, 빨래 등)에 대한 세세한 잔소리가 적힌 살림가이드 한 장을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이제 명절 차례준비(남편이 외아들이라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낸다),
초사흗날쯤 시댁에 가느라고 명절 함께 못 쇤 시누이 가족들을 불러 명절쇠기 겸 출국신고식 치르는 일,
냉장고 정리와 당분간 먹을 반찬거리 장만해두는 일만 남았다.
중요한 행사가 떠나기 직전에 몰려 있으니 자질구레한 일들은 미리 해치워야지 싶어
오늘은 종일 가사에 종사하기로 결심....
우선 장보기..
식용유, 치약, 주방세제, 잡곡, 쓰레기봉투 등 곧 떨어질 것들 챙기고
참치통조림, 햄, 젓갈, 김, 떡국 떡. 라면 등 뭐 해먹기 귀찮을 때 쉽게 상에 올릴 수 있는 것들을 사고,
생선과 고기도 넉넉히 샀다. 물론 석달치 먹을거리를 다 준비해놓을 수도 없고 필요하면 그때그때 장을 보겠지. 하지만 이런 제스처는 살짝 미안한 내 마음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
다음은 냉장고 청소.
생선은 두 토막씩, 돼지고기는 김치찌개 한번 끓일 분량씩 나눠 비닐팩에 정리한 뒤에 냉장식품 재고파악.
先入先出에 비교적 충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구석에선 뭐가 한 뭉텡이씩 기어나온다.
에구, 전 꺼리는 있는데 또 샀잖아... 이번 명절엔 전을 종갓집 제사음식만큼 부쳐야겠군.
한 꽁지씩 남은 양배추, 당근, 피망, 느타리는 몽땅 달달 볶아서 오늘 저녁에 해치워야지.
우리집 남자들이 절대 해먹을 수 없는 손 가는 음식재료는 이번주에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 샜는지 구석에 눌어붙은 고춧가루 김 가루 싹싹 닦아내고 내친 김에 냉장고 안팎과 김치냉장고까지 세수 한번 시키고 나니 내가 목욕이나 한 것처럼 상쾌하다. 어차피 부엌을 등지고 사는 남자 둘에게 살림을 맡기고 나면 곧 지저분해질 게 뻔하지만 그래도 혹시 누구라도 와서 내 덕지덕지한 살림 볼까봐.. 전쟁터에 나가는 아비가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ㅎㅎㅎ(사실 평소에도 신변정리, 부엌정리, 재산정리 잘 해놓고 살아야 하는 건데... 유서까진 안 써놓더라도...)
월요일에는 빌렸던 책들, 얻어먹은 김치통들 고마움을 담아 돌려주고
화요일에는 설 쇨 장보기 / 수요일엔 설 음식장만 / 목요일엔 설쇠기 / 금요일엔 설 쇤 음식 치우기
토요일엔 시누이 가족들이랑 등산 갔다 점심먹기, 일요일엔 대청소....
이렇게 한국에서의 남은 날들이 가겠구나.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길 위에서 채우면 되는 거고... 이제 여행 준비는 거반 끝난 셈이다.
마지막 마무리로서 이번 여행의 목표를 정리해보면
1. 스페인어 일상회화 장악
2. 금연
3. 스토리가 읽히는 사진 찍기
4. 좀더 확장된 생각 연습, 여백이 있는 문장 연습
(旅程이 주는 자극에 힘입어.... 나도 여행기를 넘어서는 감동적인 隨想集을 하나 써보고 싶다.)
구경도 사귐도 유랑도 휴식도.... 이 네 가지 목표를 향하여 집중한다.
p.s. :
댓글 다실 친구님들아, 아직 떠나려면 일주일이 남았으니
잘 다녀오라는 인사는 마지막을 위해 아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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