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몬세라떼 성당.... 해발 3160m 고지란다.
보고타시 자체가 해발 2640고지에 있으니 500미터만 더 올라가면 되겠구나, 보고타 떠나기 전에 꼭 저길 내 발로 한번 올라가리라.... 시내 나올 때마다 구름에 싸인 첨탑을 바라보며 별러오던 중 마침 일요일을 맞았다.
볼리바르 광장에서도 또렷이 보인다.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 의외라 깜딱 놀랐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산 꼭대기를 바라보며 계속 전진...
안데스 대학을 지나치고
먹을꺼리 풍성한 노점상 앞을 지나고
이리저리 굽은 아스팔트 오르막을 20분쯤 걸어올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푸니쿨라 정거장이 나타나는 바람에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내 발로 올라가겠다고 주문을 외워왔는지라 꿋꿋하게 등산로를 택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끝까지 돌계단인 데다 비에 젖어 미끄럽기까지..... 쉬엄쉬엄 올라갔지만 다 오르고 나니 무릎이 시큰거린다.
평일에는 너무 한산해서 돈 뺏어가는 좀도둑이 출몰할 정도라던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미사 보러 오는 사람들로 꽤 북적거린다. 이 먼 데까지 미사를 보러 오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재작년인가에는 이 가파른 길에서 애인 업고 오르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단다. ^^
'예수 수난의 열두 고개'(천주교에서는 정식으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가 나타났다.
배경마저 멋지니 더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하실 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주님의 고난은 우리의 위로가 됩니다...'
조각상보다 더 내 마음을 끄는 일가족의 기도.
지금은 성당으로만 사용되지만 17세기에는 원래 수도원으로 지어졌다는데.... 저 부속건물이 수도원이었을까?
입지로만 봐도.... 이 곳에서 한 달이면 수도자 다 되겠다.
성당 계단 아래에서는 선생님의 설교가 한창이다. 다른 성당의 유년부 아이들이 견학을 왔나보다.
드디어 성당 입구
마주 보이는 봉우리에는 과달루뻬 성당이 있다. 손톱만큼 보이는 흰 물체는 마리아(과달루뻬)상이란다.
보고타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
'세상을 다 가져라~~'
가장 높은 곳에서 낮잠 자는 개
이 아이를 어찌 안고 올라왔을까. 대단한 어린 엄마...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미사를 함께 봤다.
재미있는 것은 rock opera 'Jesus Christ Superstar'의 주제곡과 삽입곡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개사해서 성가로 부르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Sound of Silence'까지.... 그것도 미사 시간에....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법 있나?
신기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통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을 높이 걸어놓는데 이 성당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와 계신다.
어디선가 이 성당의 예수상이 특이하다는 얘길 들은 것 같긴 한데... 내려와 계실줄은 몰랐다.
어떤 의미일까? 꼭 신부님이 아니라도, 신자들에게라도 물어보는 건데...
이곳에 모신 마리아도 멕시코 과달루뻬 성당에서 본 '검은 마리아'시다.
내려갈 때는 뭐라도 탈까 하다가 올라온 공을 생각해서 꾹 참고 다시 등산로를 택했다.
어린 아이들도 다 제발로 내려가는데말야.... ^^
"아저씨, 미사 다 끝났는데요?"
"난 운동하러 왔수."
경비근무중인 군인.... 군기 다 빠졌네.
관광객 태우는 말은 아닌 것 같고.... 노점상에게 물건을 날라주는 듯.
최고 명당에 자리잡은 업소.
비 온 뒤라 시야가 깨끗하게 틔었다.
사진 중앙 어디메쯤에 태양여관이 있을 텐데.....
잠시나마 정들었던 보고타여, 안녕....
나는 내일 아바나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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