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창문을 열면 바로 뒷집 마당인데, 그냥 뒷집이 아니라 유치원이다.
아침 7시면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오후 다섯 시까지 참새처럼 재깔거린다.
책상에 앉아 한목소리로 글을 읽는 대여섯살배기로보터 간신히 걸음마를 뗀 돌쟁이까지 40여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선생님 넷이 돌보는 것 같았다.(내가 장시간 관찰한 바로는..)
주로 음악수업을 많이 하는지 거의 종일 손뼉치며 노래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숙소 바로 옆이 청과도매시장이라 고물트럭의 끔찍한 엔진소리, 하루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매일 새벽 어김없이 모닝콜을 해줬다.
풍성하리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시장 안이 의외로 썰렁하다. 오렌지, 망고, 코코넛들도 기미가 잔뜩 낀 얼굴에 울상이고.... 아하, 이것이 바로 오가노포니코(유기농 농장)에서 온 친환경 과일이로구나.
오늘날 생태와 유기농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쿠바의 농촌은 1990년 이전만 해도 미국의 두 배 가까이 되는 화학비료를 쓰고 있었으며 세 배 이상의 물을 소모하고 있었고 거의 미국 수준으로 기계화된 농업이었다고 한다. 사회주의적 대규모 기계농업이 바로 쿠바 농업의 모델이었던 것이다.
또한 미국의 경제봉쇄와 소련의 동유럽권 지원이라는 현실 때문에 식민지형 플란테이션 농업이라는 과거의 유산 위에서 사탕수수만 키워왔다. 코메콘(옛 공산권 경제상호원조회의)이 쿠바의 설탕을 비싼 값으로 사들였고 원유와 식량, 공산품을 싼값으로 파는 것으로 고립된 쿠바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코메콘이 붕괴되고 수출입선이 모두 끊기자 자급자족과 거리가 멀었던 쿠바는 대규모 식량난에 봉착했다. 씨앗도 비료도 농약도 없었고 트랙터를 돌릴 기름도 물펌프를 돌릴 전기도 없었다.
쿠바는 생존하기 위해 농업부터 개혁해야 했다. 수출 기반의 대규모 기계농업이라는 소비에트형 또는 미국형 쿠바농업은 ‘인민과 함께하는 땅(Linking the land to people)’ 그리고 ‘자급자족(Autoconsumo)의 터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사탕수수와 비사탕수수 부문의 국영대농장 대부분을 물려받은 기초단위협동조합(UBPC)은 10분의 1의 경량화되었고, 작물선택과 운영 등에서 자율성을 갖게 되었다.
식량난 속에 등장한 UBPC는 식량작물을 선호했다. 사탕수수 재배면적이 급속하게 축소된 반면 쌀, 야채, 구근류, 바나나 등의 재배가 확대되었다.
쿠바의 농업개혁은 ‘자유화’, ‘시장의 출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93년 탄생 이후 UBPC는 오랫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사탕수수에서 식량작물로의 극적인 전환이 이루어졌고 자급자족의 기틀이 갖추어졌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라면 실패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식량난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영기업의 수매량(예측 생산량의 80% 수준) 외의 생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농민시장은 협동조합에 인센티브로도 기능했지만 한편으로는 식량을 분배하는 역할을 했다. 판매주체와 가격을 국가가 통제함으로써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했고 또 암시장에서 폭등한 농산물 가격을 현실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부수적으로 얻어진 것도 있다. 유기농업과 도시농업이다.
비료와 농약, 수자원, 에너지 등에서 극도로 소모적이었던 쿠바농업은 한계상황에 부딪히자 그 활로를 유기농업에서 찾았다. ‘우리에게는 기름도 비료도 농약도 없다’는 피델 카스트로의 호소는 비료와 농약,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농업기술의 개발에 전력 질주하도록 했고 마침내 화학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적 농업의 전범을 창출했다. 38만5천여 마리의 황소가 4만대의 트랙터를 대신하고 유기비료와 바이오농약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선 쿠바농업의 현장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쿠바의 위기극복과 성공사례는 어쩔 수 없이 80년대 이후 비슷한 위기에 봉착해 있는 북한을 떠올리게 한다.
개방이 사회주의체제의 붕괴로 직결된다는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쿠바는 보여주었다. 시장경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쿠바가 보여준 실례다.
개방 그 자체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북한 사회주의가 존속할 가치가 있는지 또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어차피 체제의 몫, 성패는 개방이 아닌 개혁에 달려 있다. 쿠바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그렇다.
<2006.02.06 한겨레신문 유재현의 쿠바 탐방기/② 쿠바의 농업개혁>에서 발췌
양배추 써는 기계. 모양 좋게 썰어서 저 컵에 담아준다.
덕분에 조리도구도 변변치 않고 혼자 먹기엔 너무 커서 살까말까 하던 양배추를 살 수 있게 됐다.
소금과 식초를 친 양배추와 토마토 샐러드, 오렌지, 빵, 계란후라이,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일부러 챙겨온 전지분유.... 쿠바에 있는 닷새 동안 매일 똑같았던 나의 아침메뉴. 도무지 메뉴를 바꿀 수가 없었다. 최소단위를 샀는데도 도대체 줄지를 않으니... ^^
가장 간단한 리필포장에 담긴 식초. ^^
공급량이 부족하니 냉장고도 필요없는 모양이다.
쿠바에서 가장 흔한 고기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쇠고기는 밭을 갈아야 하기 때문에 도축이 금지되어 있단다.
가정에서 자기가 직접 제조한 술(럼)도 판다.
동네 서점. 과연 저거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을까? 아니, 혹시 저기도 국영일까? 물어볼껄.
줄을 서시오~
빵가게 뿐 아니라 모든 가게가 다섯 시만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8시간 노동 준수!) 서둘러야 한다.
썰렁해 보이는 수퍼마켓. 그러나 이 정도만 돼도 꽤 잘나가는 축에 속한다.
우리가 중국으로 이사간 첫해였던 1997년, 우리 아파트 옆에 있던 국영상점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옛날음반 찾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개인소장품을 팔고 있는 동네 레코드가게.
동네 탱고 바. 낮에 간간이 연주자들이 모여 연습하는 걸 봤는데 밤에는 이상하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동네 식당. 시커먼 남자들의 열렬한 환호가 감당이 안 돼 감히 들어가보질 못했다.
영화 속에서 봤음직한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수리할 돈이 없어서인지 자기 집이 아니라선지 몰골이 말씀이 아니다.
나도 사는 데 지장 없으면 외양은 별 상관없다는 사람이지만... 오른쪽 집은 좀 너무 하잖니?
설마 이층 오른쪽 집은 빈 집이겠지? 문짝이 다 떨어졌는데...
낡았어도 고쳐쓰면 10년은 끄떡없다구!
보수공사중인 모양인데... 뭔가를 올리고 내리는 파이프가 독창적이다.
페인트칠만 해도 유럽 까페거리 부럽지 않게 변신할 수 있을 텐데.... 문제는 한두 집이 아니라는 거지.
하긴, 페인트칠보다 더 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지도...
여기는 아바나 비에하(구시가지). 쿠바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아바나 센트로보다 나을 것도 없다.
벽화가 자못 시니컬하다.
혁명박물관에서 내려다본 동네. 관광지 부근이라 그런지 제법 깨끗하다.
여기는 새로 지은 집이 많은 Vedado 지역 (좀 낫군).
지은 지 얼마나 됐을까, 10년? 20년?
내가 어릴 적 잠시 살았던 금화산 자락의 시영아파트가 궁금해졌다. 이제 철거가 됐으려나?
5년쯤 전에 갔더니 보상 문제가 타결 안 되어 그냥 남아 있던데... 위험해서 사람은 못살고....
빨래가 널려 있는 것 보면 빈 집은 아닌 모양이다.
이 집은 말레콘 해변을 앞마당 삼은.... 위치로 보면 프레미엄이 집값보다 더 나갈 만한 곳인데...
길거리에는 할일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길거리에 나와 있다 보면 이웃사촌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도 눈 안 마주치는 동네에 살다 보니 이런 풍경이 살갑게 느껴진다.
발코니에서 내다보는 사람도 많고...
앗, 쿠바에도 양머리가!
곳곳에 공원. 여기는 이탈리아 거리에 있는.... 공원이라기보다는 쉼터 정도.
호텔 잉그라떼라 건너편 공원.
조금 한가한 verdado 지역
이탈리아 거리 보행가
Habana vieja(구시가지) 보행가
쿠바에 다녀온 사진가들이 왜 사람들을 주로 찍는지 알 것 같다. 쿠바 사람들에게선 '기'(요즘 말로 '포스')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사진기가 좋아서 엄청 땡길 수 있으면 나도 그 '포스'를 생생하게 잡아보겠지만....
사진기를 가까이 들이대도 민망하지 않은.... 애들밖에 못 찍겠다.
놀이터가 없어서 차도에서 놀지만, 놀이터가 폼으로 있는 우리나라 아파트동네 애들보다 훨씬 신나게 논다.
흑백갈등도 없어 보인다.
동네 소녀가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해놓고 친구랑 다정하게 포즈를 잡는데 짖꿎은 머스마들이 들이닥쳤다.
안돼, 안돼... 저리가!! ㅋㅋ
Palace of Pioneers(청소년 선봉대 회관). 중국에는 소년궁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청소년회관이 있고...
지나가다 점심을 먹었던 피자집
내 앞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간호사
길거리 햄버거. 주로 닭고기를 쓰기 때문에 쿠바에서는 햄버거를 입에도 안 대봤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튀기거나 볶은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자, 이제부터 아바나의 탈것들 구경 하실까요?
관광지 부근을 주로 돌아다니는 마차. 안 타봤지만 매우 비싼 듯.
코코택시라 불리는 개조 오토바이. 이거 타고 해안가 달리면... 끝내준다.
주로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택시보다 더 받으려고 들지만 웬만한 거리에 4~6쎄우쎄 정도면 충분하다.
오홋! 30년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벤츠.
상당수가 영업용 택시다. 합승도 많이 한다. 내가 거쳐온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바가지는 별로 없는 듯..
요금은 흥정해야 하는데 혼자 탈 경우 가까운 거리는 5쎄우쎄, 멀어도 10쎄우쎄 미만이면 된다.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그의 아우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한 뒤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항목을 두 가지 늘렸는데, 바로 자동자와 휴대폰이란다.
수리를 기다리는 가여운 녀석. 조만간 또 달리겠지?
티코도 아니고... 뒷태가 아담한 녀석아, 넌 이름이 뭐냐?
사회주의나라답게 직장이 주로 집 근처에 있다지만 출퇴근 시간이면 여전히 버스는 콩나물시루다.
아바나 시내를 누비는 버스들은 대부분 장쩌민 주석 시절에 무상원조 형태로 바다를 건너온 것들이란다.
... 아바나 시내구경 계속됩니다. 동네 사진을 우선 올리다 보니 좀 칙칙하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좀더 근사한 곳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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