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국내

서울사람 부산가기 혹은 시골쥐 서울가기 1

張萬玉 2008. 10. 1. 23:03

제목을 이렇게 달아놓으니 혹시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부산에 간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훨씬 저급(ㅋㅋ)한 이유로 부산땅을 밟게 되었다.

그 이유야 조금 민망하니 뒤로 미루기로 하고.... 20여 년 만에 돌아본 부산 사진부터 몇장 올려볼까 한다.

 

1. 범어사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하늘에서 내려온 물고기(梵魚)가 금빛 나는 샘(金井)에서 놀았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사찰에 대해서는 견문이 적어 범어사가 어떤 절인지도 모르고 그저 사찰이 있는 곳은 숲이 좋으려니 하고 찾아갔는데 의외로 큰 절이어서 놀랐다. 다녀와 범어사에 대해 검색해보고서야 범어사가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경남의 3대 사찰로 꼽히는 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높은 주초 위에 짧은 기둥을 세운 특이한 일주문

 

헤어스타일이 독특한 나무들이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다. 무슨 나무지?

 

대웅전도 국보, 석탑도 국보, 사진에는 없지만 왼쪽에 있는 키다리 석등도 국보란다.

 

벌써 가을맛이 들었다. 오매, 단풍 들겄네...

 

 나쁜 것은 듣지도 말고 전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신다.

 

이 시대의 大刹들은 바쁘다.

사찰문을 활짝 열고 부처님의 뜻을 널리 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고요한 산사의 아름다움에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살짝....

 

연꽃을 소재로 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삼매경에 빠지신 아저씨... ^^

 

전시중인 사진을 사진으로 찍어본다. 부러워서...

더러운 부유물과 어우러짐으로써 연잎의 초록은 더 우아하다.      

 

내가 저런 倒影을 본 적이 있었을까? 

꽃이 활짝 핀 호수에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저런 아름다움을 절대 발견하지 못할 꺼다.

힘껏 꽃피우고 조용히 시들어가는 모든 존재들...

작가는 그들이 드리우는 잔잔한 그림자에 감동하고 나는 그 아름다움에 착목한 작가의 시선에 감동한다.

 

 

저녁에 (어떤 등인지 모르지만) 점등식이 있다고 했다.

식전행사로 클래식기타동아리 소속 대학생들이 조촐한 연주회를 열었다.      

땅거미가 내려앉는 산사에서 듣는 '흑인 오르페' 주제곡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아마추어 솜씨지만 귀에 거슬리기는커녕 오히려 수줍은 이슬비처럼 느껴졌다.       

 

숙소에 들기 위해 아쉬움을 접고 일어서야 했다. 오카리나 소리가 노을과 함께 하늘을 적셨다.     

 

2. 을숙도

 

 

원래는 통영으로 가는 배를 타볼까 싶어 연안부두로 가는 길이었는데 배 시간도 잘 모르겠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해 을숙도로 발길을 돌렸다. 제철을 맞은 갈대밭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준 것은 단정하게 매무새를 갖춘 을숙도 전망대였다.

전망대가 있는 건물은 부산 시민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문화회관이고, 건물 주변은 자동차극장과 전시관이 들어선 공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기념탑.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환경관련 교육의 장인 에코센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하구둑

 

 

 

 

그러나 기대하고 왔던 철새도래지에는 새가 없었다. 철이 아니란다. 철새 없는 갈대밭은 황량하기만 했다.

대신 억새가 좋다는 강 건너 송학산(위위의 전망대 사진에서 건너편으로 보이는...)으로 올라가볼까 하다가

맨발에 샌들 신고 온 동행 때문에 포기.

철새도래지를 보기 위해 걸어들어온, 차량도 인적도 재미도 없는 4킬로를 돌아나갈 생각에 깝깝해 하다가 

큰길로 나가는 공사차량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친절한 부산 시민 아저씨, 복 많이 받으세요! ^^

 

3. 태종대

 

 

내 기억 속의 태종대에 비해 크게 변한 건 없었지만, 도보로 4킬로 정도 되는 순환도로가 개발되고 곳곳에 안내표지가 붙었다. 그 옛날 해안절벽 소나무숲을 보며 오르던 길을 관광용 트램이 돌고...... 

 

순환도로 절반 정도 되는 지점에 전망대 건물이 생겼다.

 

조금 매무새를 고치긴 했어도 숲길은 여전히 좋다. 

 

저 조형물의 뾰족한 막대는 어딜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우리도 그들처럼....찰칵!  

 

여길 자살바위라고 하는지?  

 

 

아니면 여기?

.... 어쨌든 물에 떨어지기 전에 머리부터 깨질 테니 절대 가까이 가지 마라.  

 

태운 사람들 중에야 슬픈 사람도 있고 괴로운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배들은 갈길이 멀어 분주하다.  

  

아찔한 절벽 위에선 미술수업이 한창.

 

4. 자갈치 시장.... 추가설명 필요�지예?

 

   

완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그래도 몇 년 된 것 같은데... 건물 안이 많이 비었다.

 

오히려 건물 바깥에 있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혹 가게세가 너무 비싼 건 아닌지...

 

그래도 부산에 왔는데....  짠순이도 좋지만 회 한 접시 안 먹고 가면 바보다.

시장 건물 2층에서 받은 3만원짜리 싱싱한 모듬회 한 상.... 놀랍지 않습니까! 

 

빵빵하게 배 채우고 바다가 보이는 건물 앞쪽으로 나가니 광고인지 TV프로인지 촬영이 한창이다.

출연자들이 '우리 사랑할까요'라는 흉패를 달고 있었다.

알리미에 깐돌이님 글이 떠서 가보니 나와 같은 날 부산에 있었다더라. 마주쳤더라면 얼마나 반가웠을까.

혹시 광고 찍으러 오셨댔나요?   

 

발 밑을 내려다보니 웬 물고기떼가 몰려다닌다. 이렇게 번잡스러운 곳에서 양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닐텐데...

우리나라 바다에선 이런 장면 처음 봤다.

 

부산 갈매기~ ^^

 

아파트도 보이고 배도 보이고 영도다리도 보이고... 흐릿하지만 갈매기까지.... 제대로 부산이군.

해운대 신시가지가 국제적인 휴양지로 다시 태어났다지만..... 가장 부산답고 그래서 더 정다운 곳은

역시 이 동네가 아닐까 싶다. 

 

 

5. 황령산

부산에 온 김에 대학 동창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학교생활도 건성이었고 제때 졸업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오래 한국을 비웠기 때문에 동창들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지만 동행한 친구가 워낙 바지런하여 순식간에 연락망이 복원되었다. 

낮에 근무하느라고 함께 만나지 못한 친구가 늦은밤에 굳이 숙소까지 찾아와

그 유명한 광안리 까페촌을 한 바퀴 돌아주시고....

 

 

 

벽에 붙은 사진이 멋지길래 누구냐 물었더니 유명한 건축가란다. 

 

짙은 노랑에 진해 보이는 이 주스는 감 주스란다. 처음 본다.

맛은 잘 익은 홍시 그대로인데 100% 원액인지 아주 뻑뻑한 게 한끼 식사 충분히 되겄다. 

 

보는 것과 달리는 건 또 다르다고 굳이 광안대교 위를 질주해주시고...

부산 시내 야경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꼬불꼬불 가파른 황령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주셨는데.....

황령산 정상의 유일한 까페

 

정상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앞쪽에서 푸짐하게 수증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차를 뒤덮고 말았다.       

오일과 부동액이 섞여 강을 이루고.... 옴마야, 폭발하는 줄 알았다!

 

사고 처리로 정신이 없는 친구를 뒤로 하고 우린 야경에 넋을 뺐겼다.

 

하지만... 사진은 좀 시원찮다. 땡기다 땡기다 힘에 부쳤는갑다.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결국 견인차까지 온 건 밤 열한 시. 라디에터를 바꿔야 한단다. 견적 좀 나오겠다.

차가 늙어 그런 거라고 친구는 미안해하지만 내 몸무게가 너무 나가서 그런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 ^^ 

인적 드문 산속이라 택시도 없어서 나와 내 동행은 엄지를 세웠고...차와 차주인은 정비소로 갔다.

 

멋진 까페와 놀라운 부산 야경 사진은... 카메라 밧데리가 떨어져 못 찍고

동행한 친구가 찍은 사진을 빌렸다. 그녀의 카메라는 삼성 블루 최신형인데 내 카메라와 사뭇 느낌이 다르군.

 

 

6. 해운대와 동백섬

부산의 대표명소인 해운대 얘기를 맨 뒤로 밀어둔 이유는....

다음 게시글에 올릴 이야기와의 연결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오홋, 섬세하시긴...ㅋ) 

경치 구경부터 하실까요?

 

도착한 날은 흐렸다. 날이 흐리다고 부산 친구들이 미안해 한다. ㅎㅎ

마침 부산 비엔날레 기간이라 해운대 백사장 곳곳에 참가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30년 만의 수다에 정신 팔린 아줌마들은 건성으로 지나친다.    

 

부산시는 확실히 빽빽하고 어지럽다. 난개발 때문이겠지만 어쩌겠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어서 경기가 좋아져서 모두가 흔쾌해 하는, 무리없는, 그러면서도 부산 특유의 멋을 잃지 않는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숯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예술이 (긍정적인) 낭비행위라는 '낭비'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어렵다.

그 심오한 철학 속으로 들어가려면 이번 부산방문을 비엔날레에 올인해야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고...

비닐봉지 숲을 무심히 지나쳐간다.  

 

학교 다닐 땐 큐핏인형 같던 친구. 지금은 얼굴에 딱 선생이라고 써 있다. ^^ 

광안리에 가시거든 칠성횟집을 찾아라. 달큰한 살점이 통통하게 살아있는 멸치젓이 최고다.

쫄깃한 세꼬시 회도 일품이었다. 쓰끼다시 생략하고 염가로 주는 센스도 마음에 들고...  

 

지지배... 하나도 안 늙었어..(내 눈엔 그런데 얘는 소곤소곤 말하란다. 지나가는 애들이 듣고 웃는다고...)

 

 

샘 나서 나도 한번 찍어봤더니 간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사진발인 줄 뻔히 알지만 상관없다. ^^ 

 

 

 

 

플래시 없이 인근 호텔의 불빛에 의지해서 찍어본 밤바다 

 

 

플래시를 썼더니 환상적인 칼라가 나왔다.  

6년간 잘 썼던 소니P1 카메라가 돌아가실 지경이라 며칠 전 소니 W300 디카를 하나 구입했다. 요즘 유행하는 DSLR 카탈로그를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긴 했지만 여행길에 데리고 다니기엔 디카가 나을 것 같아서....

이 녀석을 대동한 첫 여행이 된 셈인데.... 만족한다.

예전 카메라는 매뉴얼을 일찌감치 잃어버려 눈인지 코인지도 모르고 막 찍어댔지만 이젠 속속들이 숨은 기능을 익혀서 제대로 써봐야겠다.   

 

동백섬에서 건너편을 보고 찍은 사진.

해운대 최고의 아파트 단지이지만 어쨌든 아파트 단지일 뿐인데 세계적인 관광명소 뺨친다.

 

 

해운대 최고 요지에 들어선 조선비치호텔. 밤 아홉 시인데 불 켜진 객실이 몇 개 안 된다.

어떻게 유지를 하는지 궁금하다.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뜨니 바깥 경치가 환상이었다.

 

한 장 찍고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전신수영복을 입고 새벽 댓바람에 파도 치는 찬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이라면?

... ㅎㅎㅎ 외국인이다. 아마도 북유럽 쪽에서 오지 않았을까? 

 

이건 친구가 찍은 사진인데.... 사뭇 느낌이 다르네.   

 

조선비치호텔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동백섬을 한 바퀴 도는 아름다운 조깅코스가 나온다.

 

높직한 조킹코스에서 빠져나와 아래로 내려가면 나무계단을 따라 거친 바위해안을 즐길 수 있다.   

 

여기는 아펙 정상회담이 열렸던 아펙하우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전면 개방되었다.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은 광안대교.

다 좋은데 통행료를 받는 게 흠이다.

 

 

동백섬 건너편의 해운대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밤화장을 지운 쌩얼도 멋지다.

이제 부산의 새로운 업타운은 여기인가?  

 

(시골쥐의 서울가기2.....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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