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가는 길(~2014)/재미·취미(쓴 글)

영화메모1 - 연애를 하라고? (Fall in love, if you dare)

張萬玉 2008. 10. 20. 08:57

Enah님이 아랫글에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영화를 보고도 조금만 지나면 기억이 안 나서 금전출납부 같은 데다 배우, 줄거리 등을 메모해놓으신다는...) 나도 짬짬이 그짓을 하기로 한다. 요즘은 그렇게 빠져서 볼 만한 영화도 없고 감수성도 예전 같지 않아서 보고 잊어도 그다지 유감이 없지만, 예전에 푹 빠져서 봤던 영화를 고작 몇 년 지났다고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건 너무 속상한 일이다.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게 영화평이지만 소양도 견문도 적은 나로서는 '평'을 쓸 재간도 없으니

이 대열을 살짝 비껴나서 그야말로 '메모'나 해두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취향과 감수성을 가진 분들이 영화를 고르실 때 요긴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스쳐가는 사랑이지만 버리고 싶지 않은 (영화와의) 사연들을 박제해둔다고나 할까. ^^

   

* Unfaithful(언페이스풀)

 

이 영화는 두어주 쯤 전에 유선에서 해줬다.

2002년에 출시되어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고 유선에서도 심심하면 한 번씩 해줬던 영화라는데 난 처음 봤다.

'위험한 정사'와 '로리타'를 만들었던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작품이니 줄거리는 뻔하다.

그러나 위험한 정사를 아슬아슬하게 다루는 게 장끼인 감독의 솜씨 때문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다이안 레인의 연기.

 

 

아무렇게나 걸쳐입고 질끈 동여매기만 했을 뿐인데.... 

안정된 중산층 중년여성의 우아함이란 게 이런 거군. 

처음엔 그저 평범하고 지루해 보였는데, 이 여인이 불장난을 시작하면서 연기에도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이 순간을 즐겨라?'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면서?

절제된 연기이기에 더욱 강렬하게 와 닿는 다이안 레인의 열연.

 

완벽해 보이는 삶에서 일탈한 여인의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정말 지켜보기 힘들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애가 최고라고? (누구셔? 댓글 다신 분들...)

 

불장난이 불러온 엄청난 대가를 치르느라 얼이 빠진 부부.

 

보는 사람마저 함께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120분. 킬링타임용 멜로물로는 최고다.

비슷한 영화로 기억나는 것은 까뜨리느 드뇌브가 열연했던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

1990년대초 작품이라 인터넷 검색에 자료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내 기억에도 까뜨리느 드뇌브의 휘날리던 흰색 바바리와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두툼한 입술, 천박하게 꽉 끼던 바지.... 그리고 처참함이라는 감정만 남아 있다. 

 

그렇다고 사랑을 피할 것이냐?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도전장이라면?

* Love me if you dare(러브 미 이프 유 데어)

 

아들넘이 엄마 보라고 유료영화사이트에서 내려받아줬는데 미루고 미루다 어제 오후에 봤다.

으악~ 완전 내 취향이다. 내가 봤던 로맨스 영화의 최고봉이라 하겠다.

사이코 같다고 말하지 마라. 사랑의 열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Daum TV팟에서 퍼가라고 하기에 퍼왔다.

시간 나시는 분들... 아니 시간 안 나시더라도 쪼개어 이 영화 꼭 보시길 강추!

 

 

어우, 전편이 다 있는 줄 알았더니 게임 초입에서 끝나버리넹.  

 

어쨌든 게임은 계속된다.

 

십 년이 흘러 그들이 군주가 되고 파이가 된 후에도....

 

비에 젖고 차에 치이고 콘크리트 수렁에 빠져버릴 때까지...

 

감독이 누군가 봤더니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션, 로고, 포스터 제작), 스토리보더, 교수 등의 경력을 가진 얀 사무엘이다. 1965년생, 출신지는 미상으로 나와 있지만 이름을 보니 유럽 출신인 것 같다. 경력에 걸맞게 화려하고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며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이게 데뷔작이란다.

단순히 연애얘기를 넘어.. 안주를 거부하고 모험을 마다않던 시절을 못견디게 그리워하게 만드는 찐한 뒷맛.

 

아, 그리고 중요한 거.... 여주인공이 바로바로....

라 비앙 로즈에서 에디뜨 삐아프 역을 맡아 열연했던 마리온 꼬띠아르란 사실.  

 

 

* 노트북

이것도 아들넘이 내려받아뒀길래 봤다. 이 영화는 보신 분들 많을 꺼다.

전형적인 멜로물, 진부한 스토리지만 이 영화도 현실적으로 보면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만큼이나 비현실적인 환타지 아닐까? 현실에서 시도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뜯어말릴....

그러니 따라 할 생각 말고 그저 소녀의 마음으로 즐겨야 한다. ^^

 

노아 역은 처음 보는 배우 라이언 고슬링... 멜로물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이 영화에서는 목재공장 공돌이 시절의 가난하고 싱싱한 모습이 좋았다. 스틸 사진 자료에 없는 게 아쉽군.

 

앨리 역은 눈에 익은 얼굴인데 이름은 낯설다. 레이첼 맥애덤스라나?

 

새콤한 눈매와 볼우물이 아주 매력적이다. 부잣집 딸네미 역은 잘 하던데 연기 폭이 넓을지는 잘 모르겠다.

 

할아버지 역도 괜찮은데 할머니 역이 너무 뻣뻣해서 깬다(치매 환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 좀 덜 완고해보이는 얼굴이면 좋았을껄. 그래야 '늙는 것도 괜찮아....' 할 텐데.. ^^)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매일매일 같은 내용(아내가 아프기 전에 그들의 사연을 적어놓은 노트북이다)을 읽어준다는 설정은 '첫키스만 50번째', 그리고 한국영화 그 뭐였더라, 최진실하고 박신양 나오는 그... 아무튼 등등 여러 군데에서 차용할 만한 매력적인 모티브(누가 누구를 먼저 베꼈는지는 모르겠지만)임이 틀림없다.  

이 영화의 바탕이 된 원작소설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냈던 장인의 러브스토리를 기초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엔 노트북을 되풀이해서 읽어주는 부분은 작가의 설정이었을 것 같다. 

똑같이 사랑에 열렬하게 목매는 스토리지만...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에 비하면 2% 부족하다. 

 

어쨌든,

앨리의 탐스러운 웃음과 물오리들이 쫙 깔렸던 호수가 아직도 눈에 삼삼하다.(바로 어제 봤걸랑. ^^)     

꿈 꾸는 자여, 그 꿈을 초지일관 밀고나가 결국은 이루고 마는 자여... 세상이 뭐라든 그대는 행복할 테다.

또 기억에 남는 대사, 

약혼자와 첫사랑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앨리에게 노아가 한 말,

"나나 약혼자, 부모님이 원하는 것 말고... 네가 원하는 삶이 뭔지 그걸 선택해."   

 

 

휴... 영화메모는 짧막하게 (거의 리스트 수준으로)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또 질펀하다.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가련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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