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주식 하세요?

張萬玉 2008. 10. 23. 10:18

요즘 주식 가진 사람들, 특히 남의 돈 빌려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정말 밤잠 안 오겠다.

우리도 주식이 조금 있다. 남편이 전에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스톡 옵션으로 받은...

주식의 주짜도 모르니 월급생활이 끝나면 그때나 들쳐볼 것으로 여기고, 그건 늘 고 자리에 고 모양으로 있는 줄 알았던 내가 그놈의 동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주식이 두 배 넘게 올랐다는 얘기를, 그것도 우리를 보고 그 주식을 조금 샀다가 입이 찢어진 친정오빠로부터 전해 듣고서였다. 지금이 팔 찬스고, 안 팔더라도 최소한 위험을 분산해둬야 한단다.

 

공사다망한 남편은 벌기만 하지 관리는 내 몫이다. 지금이야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니 주식이 오르든지 말든지 남의 나라 얘기로 여겨도 상관없지만, 내일 모레면 환갑이고 2년 후에는 물러나야 하는 임기직 일꾼과 살면서 노후 걱정 나몰라라 하면 직무유기니....숫자놀음은 질색팔색이지만 어쩔 수 없지. 

 

간곡한 오빠의 조언을 접수하기로 하고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다운받아보니....

세상에, 몇십 몇백만 원이 단 몇 분만에 왔다갔다 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주식에 미치는구나. 이런 신세계가!!!

불타는 책임감으로 인터넷도 뒤지고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 절반 가까이 되는 양을 비교적 안정적인 주식 두 군데로 나눠놓았다. 그때만 해도 시황이 나쁘지 않아 모니터는 날이면 날마다 뻘겋게 빛나며 내게 마치 대단한 경제활동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주었다. 그게 불과 석 달 전 일이었다.

 

빌린 돈으로 투자한 것도 아니고 당장 돈 쓸 일도 없고 투자기법도 전혀 모르고 하니

뻘건 모니터 들여다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팔고 살 일 없으면 그 놀라운 동네 구경하는 재미도 두어 주일뿐이다. 그렇게 잊고 말았는데....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어쩌구 저쩌구 할 때만 해도 나랑은 상관 없는 줄 알았다. 심지어 모니터가 온통 퍼렇게 질려가는데도 어차피 장기전인데 내년 말쯤엔 회복되겠지... 했구만

 

몇 주일 전 남편이 '백지신탁위원회'라는 곳에서 날아온 통지서를 전해줬다.

분산해둔 주식 한 곳이 남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한 달 내에 내다팔란다. 공기업에 다니는 죄다. 

허걱, 지금? 바닥 치고도 모자라 지하실, 지하실 아래 땅굴 속으로 떨어진 지금?

그 주식은 보유주식의 1/3 정도 된다. 지금 팔면 졸지에 노후생활비 몇 년치가 날아간다. 순식간의 일이다.

거기가 도대체 무슨 관련성이 있다고...!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명령이라는데 어쩔 수 있나.

내다 팔아야 하는 시한이 이제 겨우 두 주 남짓인데 시세는 매수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니

한 푼이라도 높아지는 시점을 포착하려면 누구처럼 맨날 모니터만 들여다보게 생겼다. 이게 뭡니까!!

 

돈 빌려 주식 샀다가 꽁무니에 불이 붙어 밤잠 못이루는 사람들, 불황에 일자리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사람들, 종일 파리 날리면서 가게 빼 말어 고민 깊은 사람들, 졸지에 일자리가 없어져 당장 다음달 생활비 걱정하는 사람들.... 요즘 같으면 딱 죽고 싶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텐데 이런 불평조차도 사실 배부른 소리겠지만

이것도 이 시대의 일기려니 하고 써둔다. 욕하지 마시길.

 

땅굴도 모자라 땅속까지 파고드는 숫자판을 보고 있으면 한푼 더 줍쇼... 하는 거지가 된 기분이다.

이노무 허깨비놀음  언제 끝나려나. 

빵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잘게 썰어서 이쑤시개로 찍어먹으면 되겠지.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