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두개골에 못 박기

張萬玉 2008. 10. 28. 07:17

일찌감치 점심 먹고 약 먹고....  열심히 이를 닦고 집을 나섰다.

무슨 약?

진통제와 항생제....

오늘 오후에 있을 수술에 대비해서 전날 저녁부터 먹어두라고 처방을 받았다.

무슨 수술?

구강 리모델링... ㅜ.ㅜ

 

작년 8월, 동네 치과에서 윗어금니 네 개를 갈아치우란 판정을 받았지만 당장 급한 염증 치료를 하고 나서는

불편한 데 없다고 그냥 미적미적(방치하면 주변 치아까지 영향을 준다는데도)....

그러다 올해 7월말, 믿을 만한 치과를 소개받은 김에 공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동네치과와 달리 이 치과에서는 두 개만 바꾸면 되겠단다. 뿌리가 없다는 윗 어금니 두 개를 일주일 간격으로 뽑더니 인공치아를 심을 뼈가 차올라올 때까지 두세 달 기다리자고 했다. 

그렇게 기다려서 드디어 어제가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힘든 수술이길래 수술 전부터 진통제 처방을 하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심정으로 치과 문을 들어섰지만 정작 마취 주사를 맞고 수술대에 누워 있으니

오히려 배짱이 생긴다. 죽진 않을 테니 버티면 된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일밖에 없다.

 

견문이 짧았던 탓에 잇몸을 절개하는 메스만 상상하며 몸서리를 쳤는데 메스가 문제가 아니다.

잇몸 절개는 통증을 줄여준다는 물방울레이저를 쓰고, 마취까지 됐으니 스케일링보다 느낌이 없다.

문제는 이 뺀 자리에 인공보철물 박기!

실제론 아주 작은 기구로 톡톡 두드리는 거겠지만 내 두개골은 콘크리트에 대못 치는 정도의 충격을 느낀다.

망치질 쿵! 쿵! 할 때마다 머리도 쿵! 쿵! 

놀랄까봐 간호사 아가씨가 옆에서 머리를 잡고 있다.  

골이 흔들리는 것도 흔들리는 거지만 더 공포스러운 건 안대로 가린 검은 시야 속으로 스멀스멀 떠오르는 망치질 장면에 대한 상상....실제 장면과는 상관없을... ㅋㅋ 

아, 나도 이제 사이보그가 됐구나..

내가 죽으면 뻣가루 사이로 저 타지 않는 나사 두 개가 뒹굴겠지...     

 

망치질 할 때 오른쪽은 아픈 줄 몰랐는데(오른이 왼쪽에 비해 뼈가 좀 덜 차고 약하다고 했다)

왼쪽은 보철물이 들어갈수록 끔찍한 느낌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아프기 시작하면서 바로 끝났다.

마취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수술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다지 고통스러운 수술은 아니었는데도 웬지 몹쓸 일을 당한 사람처럼 기진맥진이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이제부터겠지.

마취가 풀릴 것이고, 수술한 부위를 건드리지 말라니 당분간은 환자처럼 유동식을 먹어야 할 것이고..

금주, 금연, 격렬한 운동 금지(웨이트 같은 것), 사우나 금지... 코도 세게 풀지 말고 빨대도 사용하지 말란다.

사흘 정도는 꼼짝없이 요양(!)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