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베트남7(호이안) - 베트남의 江南水鄕

張萬玉 2009. 5. 8. 14:13

중국 상하이에서 차량으로 두어 시간 거리에는 물길을 따라 아담하게 자리잡은 오래된 마을들이 있다. 

唐/淸시대 서민들이 살던 주택들이 강과 호수의 경치와 잘 어우러져 江南水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는 

周庄, 西塘, 朱家角 등등.... 상하이 살 때 손님 핑게로 수도 없이 드나들던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겨찾았던 곳이 周庄 이었는데 http://blog.daum.net/corrymagic/1221274 .... 호이안에 도착해보니 앗, 여기가 바로 베트남의 周庄 아닌가.

 

나트랑에서 호이안까지는 침대버스를 탔다. 밤새 좁은 좌석과 씨름하는 데 신물이 나서 침대버스를 타면 얼마나 편할까 기대가 컸었는데.... 말 타면 견마잡히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인지, 다리만 뻗으면 원이 없달 때는 언제고 막상 누워보니 목이 불편하다. 똑바로 계속 누워 있어도 편치 않고 옆으로 누워도 편치 않다.

게다가 9시부터 불을 끄길래 맥주 한 잔으로 안 오는 잠을 청했는데, 겨우 잠들려는 순간 불을 켜더니 밥 먹으란다. 그때가 밤 열두 시. 잠이 천리만리 달아나버리니 잠자리의 불편함은 점점 뿌리칠 수 없는 괴로움으로 변해가고..... 새벽 다섯 시 되는 거 보고 잠깐 잠들었는데 다 왔다고 내리라네. 

 

사진엔 안 잡혔지만 이런 침대가 세 줄로 배열되어 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들여온 버스지 싶은데 나 중국 살 땐 이런 세 줄 버스 없었다. 

어떻게 세 줄 씩이나 놓을 생각을 했을까. 어찌나 신기하던지...    

 

비몽사몽 휘청대며 내리니 차고 짙은 안개가 왈칵 달려들며 잠을 깨운다.  

오픈투어 계약에 의하면 호텔까지 픽업해주기로 되어 있는데 아무도 안 나왔다. 우리가 묵기로 한 호텔까지

2킬로 정도라고 해서 잠도 깰 겸 시원한 아침공기 마시며 걸으려고 했더니 이미 J가 오토바이꾼에게 잡혔다. 

할 수 없이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고 달리는데 흩날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끝내준다.

 

미손 투어 

호이안에서도 하룻밤 밖에 안 지내니 시간 아끼려고 호텔에 짐 놓자마자 8시에 떠나는 미손투어에 합류했다.

미손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가 왔는데 그 버스 정말 웃기데....절반 정도는 좌석이고 중간중간 침대가 놓여 있는데 좌석이 다 차버렸으니.... 우리는 낯선 서양남자 옆에 나란히 누울 수밖에 없었다. 

민망해라, 벌건 대낮에 이게 무슨 꼴이람. ^^

 

더 웃기는 건 맨 마지막으로 탄 사람은 자리가 없어서 누운 사람의 발치에 앉았다.

청바지 왼쪽으로 소심하게 방향을 튼 검은 바지가 내 바지다. ㅎㅎㅎ

 

우쨌든 두 시간 정도 달려서 깊은 산 속에 묻혀 있는 미손 유적지에 도착했다.

앞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곳은 4세기부터 13세기까지 동남아 일대를 지배했던 참족의, 베트남 내에서는 손꼽히는 유적지.... 그러나 베트남 전쟁 때 군사기지로 쓰이다가 미군의 집중포화를 맞아 대부분 파괴되어 지금은 20개만 남았다.  

 

대강 앙코르왓 분위기.... 모두 시바신과 비누쉬 신을 모시는 힌두 사원들이다..

 

 

 

솔직이 유적 구경은 그저그랬고 난 '축축한 정글 숲 걷기'를 더 즐겼다. 

정문에서 유적지까지 왕래하는 셔틀버스를 마다하고 왕복 6km .. 오랜만에 실컷 걸었다.

 

돌아올 때는 뱃길을 선택했는데, 배에서 간단히 점심도 주고 작은 마을에도 잠깐 들러줬다.

 

배와 목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마을이다.

 

남들은 목공예품 가게 구경을 하는데 나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조용한 마을 골목들을 누비고 다녔다.

 

 

 

이제 돌아갈 시간...

 

이 할아버지는 고기를 잡는 것보다 그물 던지는 폼 잡아주시고 받는 팁 벌이가 주업인 듯...

 

호이안 마을 구경

 

호이안 선착장. 나무 종류만 다르지 완전히 쪼우좡 南湖 선착장 같다.

  

보슬비가 내려주시니 분위기 제대로 산다.

 

오랜 세월 무역항으로써 구실을 해왔다니 이 선착장도 소싯적엔 외국 배, 외국 사람들도 붐비는 곳이었겠다.

 

지금은 관광객과 건너마을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배가 더 많아 보인다.

아가씨들, 나룻배 젓는 할머니와 흥정을 하더니

 

곧 올라타고 브이질이다. ^^

 

고운 실크로 갓을 씌운 형형색색의 등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호이안은 예로부터 솜씨 좋은 재봉사가 많은 고장이었단다. 그래서 지금도 곳곳에 맞춤옷집이 즐비하다.

아오자이 등 베트남 전통복장은 물론 양장도 맞추면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준다.

우리도 예전엔 동네에 양장점이 많았는데... 이제는 브랜드 기성복에 밀려 자취를 감췄고 있다면 디자이너 샵처럼 문턱 높은 곳뿐이니 며칠 머물 여유가 있으면 호이안에서 맞춤옷 입는 호사를 누려봄직도 하겠다.  

 

제대로 중국 삘이다... 멋져부러!

(호이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마을이란다)

 

여긴 상하이 예원 부근의 老街 같군. 이층의 저 찻집은 내가 즐겨 찾던 老上海茶館... 이잖아.

 

베트남 단체관광객들은 시클로를 타고 마을을 한바퀴 돌 모양이다.

시클로나 오토바이 운전사들이 멀다고 멀다고 하지만.... 사실 호이안은 놀멘놀멘 걸어다니며 구경해도 충분한 아담한 마을이다. 

 

여긴 한국, 내 어릴 때 놀러다니던 어느 동무네 집 골목 같다. 아마도 지금은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을...

 

내가 요 아이들 만할 땐 이집 저집 동무네 집으로 몰려다니며 하루가 짧다고 놀아제꼈지.

   

 

호이안 거리를 걷다 보면 으리으리한 '회관'들이 상당히 눈에 많이 띈다.

간판을 보니 화교들이 출신지별로 하나씩 세운 모양이다. 福建회관, 肇慶회관...(우리식으로.. 향우회?)   

戰歿者들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자 화교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소인 듯했다. 

 

여기가 절인데... 얼핏 보면 화교들의 회관과 잘 구별이 안 된다.

 

태국 만큼은 아니지만 베트남도 열대과일이 지천이다.

 

까우라우 라고 불리는 호이안의 쌀국수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단다. 

시장에서 밥 먹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국수를 찾더군. 

난 고기가 무서워서 안 먹어봤는데 J 말에 따르면 국물맛이 진하고 얼큰하단다.  

 

설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際器를 반짝반짝 닦는다. 베트남에 미친 유교의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이튿날 아침 시간이 별로 많지 않으니 가비얍게 역사예술박물관이나 한 바퀴 돌자고 나섰는데 지도에 표기가 안 되어 있어서(알고 보니 다른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았다. 헌데 입구에서는 표를 안 판다고... 여행사에 가서 사오란다. 이상도 하지..

11시에는 호텔 체크아웃 해야 하는데 현재 시각은 아홉 시... 바쁘다, 바빠!

 

부리나케 여행사에 갔더니 오호, 역사예술박물관 표만 단독으로는 안 판다네..  볼거리가 많은 집 다섯 군데를 묶어서 판단다. (周庄도 이런 식으로 표를 판다.) 두 시간도 안 남아 있는데 7만5천 동이나 주고 다 보지도 못할 표를? 망설이는데 '예술' 좋아하는 J는 달음박질을 하더라도 꼭 봐야겠다네. 

  

 

나야 뭐 중국 문물 실컷 봐왔으니 차라리 여유있게 마을이나 한바퀴 더 돌아보기로 하고 

보슬비에 젖은 거리를 천천히 거닐어본다. 난 이 후줄근하고 축축한 맛이 더 좋더라. 

 

  

 

 

 

길에 홀려 걷다 보니 같은 다리를 두 차례나 건넜다. 찍어봐야 비슷한 사진인데 연신 셔터를 누르면서.... ^^

 

첫날 저녁에 우연히 들렀다가 완전히 빠져버린 Green Moss Restaurant

이름에 걸맞게 실내 장식도 식탁보도 녹색이고 개에게도 녹색 조끼를 입혔다.

 

쌀국수를 시켜먹었는데 된장맛도 살짝 느껴지고 땅콩을 갈아넣어 고소한 게 아주 특이하다.

마침 옆자리에서 종업원들끼리 저녁을 먹길래 흘낏 보니 우리 식으로 삭힌 양파절임에 매운 돼지고기 졸임. 콩나물 무침 등등 낯이 익다.

얼굴에 철판 깔고 맛좀 보자 청해보니.... 덜 익힌 콩나물 비린내 말고는 완전히 엄마 손맛이다.

 

그래서 떠나던 날 점심 때 다시 찾아갔다.

쇠고기와 모닝글로리 볶음, 오징어 샐러드를 시켰는데 베트남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데친 오징어에 땅콩, 파인애플, 양상치, 양파 넣고 해먹어봐야지... 마음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베트남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액젓이 아마도 그집 감칠맛의 주역이 아니었나 싶다. 

 

 

호이안은 관광객들로 들끓는 도시 치고는 소박하고 친절한 편이다.

장사 하는 사람들도 별로 극성스럽지 않고 동네 사람들도 대도시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한결 여유있어 보인다.

 

 

잘 있거라, 베트남의 오래된 강변마을아...

내 비록 하룻밤 묵어가지만 보슬비를 머금은 너의 함초롬한 모습은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

 

오후 2시에 호이안을 떠났다. 후에까지는 세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