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타이완4 - 소소한 일상의 매혹

張萬玉 2009. 8. 14. 13:09

숙소 

 

여행지를 소개할 때 호스텔을 첫손가락으로 꼽는다면 좀 웃기나?

그래도 그렇게 꼽고 싶은 곳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멕시코 산 끄리스또발의 Posada Mexido, 콜롬비아 보고타의 태양여관(지금은 보떼로 미술관 근처로 이사갔다고 한다)과 더불어 타이베이의 Taibei Hostel은 배낭과 더불어 내 마음까지 내려놓았던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였다. 특히 물가가 우리나라와 맞먹는 대만에서 저렴한 숙소는 마음 편한 여행의 필수조건. 

타이베이 호스텔에 관해서는 이 여행기 첫머리에 붙인 '내가 묵었던 숙소들'에 기본적인 소개를 했으니

여기서는 사진이나 몇 장 보여드릴까 한다.  

 

이 호스텔은 저 커튼 하나 붙인 것만으로도 기본점수를 땄다.

 

이 작고 아늑한 공간으로 기어들어오면 비누향 폴폴 풍기는 포근한 솜이불이 맞아준다.

개별적으로 쓸 수 있게 붙인 선풍기와 형광등, 일어나 앉아도 윗층침대 바닥에 머리가 닿지 않도록 높직하게 설계한 침대 때문에 다시 50점 추가 획득.  

 

각각의 도미토리 입구에도 냉장고와 조리대가 있지만 리셉션 옆에도 간단한 조리대를 설치하여 친구들과 차 한잔 만들어 먹기 편하게 해뒀다.

 

넓지 않은 거실은 늘 말동무를 찾아 나온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거실 구석구석에는 DVD나 체스, 책과 잡지, 기념앨범 등 놀거리가 대기하고 있고 인터넷도 공짜. 방에서도 무선인터넷이 되지만 방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 없으니 알바(화상 영어지도)도 노트북 가지고 나와 이 공간에서 한다. (서양인들은 돈 벌어가며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참 좋겠다) 

 

옥상층에는 가족 단위의 투숙객들을 위한 더블베드 룸들과 동전 넣고 사용하는 대형 세탁기, 그리고 꽤 넓직한 건조공간이 있다. 여기서 밖을 내려다보면.....

 

 

자, 이제 동네로 나가볼까나..

 

숙소 동네 여기저기

 

삼각 표지가 붙어 있는 곳이 우리 숙소.

골목 막다지에 성조기가 보이길래 뭐야~~ 했더니...

 

오바마 대통령 당선축하 현수막이었다.

 

자전거 주차장. 자세히 안 봤지만 녹색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거는 어느 정당에서 설치한 듯.

 

허걱! 거리 청소를 진공청소기로?....

낙엽 청소를 하는 중인가본데... 우리 나라에도 이런 거 있나?

 

수영장을 갖춘 체육관 

 

흐미.... 건물 한 번 거하게 지었다.

 

이 동네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학원가인 모양... 입시학원이 주종을 이루지만 영어학원과 고시학원도 성업중이다. 이른 아침부터 학원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건물 밖까지 삐져나온다.   

 

버스 팻말에 붙어 있는 광고판도 대부분 학원 광고다.

광고문구는 우리나라나 비슷하다. 영어 주백진, 수학 임명량, 화학 강 기... 만족하지 않으면 전액 환불.... ^^

 

 이 나라나 저 나라나..... 왜 청춘의 덫은 이리 가혹하기만 한 걸까.  

 

 

여기는 매일 아침을 먹었던 화산시장 2층의 콩국집이다.

단 콩국은 두유에 가깝고 짠(이름이 그렇지 짜지는 않다) 콩국은 순두부에 가깝다.

왜 꼭 여기서들 아침을 먹으려는지 모르겠지만.... 7시 반쯤 가면 줄이 1층 입구까지 내려간다. 

 

콩국 한 그릇에 지엔삥(서양식으로 말하자면 끄레뻬?) 하나 시키면 꽤 거나한 아침식사가 된다. 40NT정도..

 

 

나흘째 되던 날 새로 숙소에 들어온 한국 아가씨 둘을 데려와 계란 넣은 참깨빵과 순두부를 시켜줬더니 감명받아 죽을라칸다. ^^  둘이 동행은 아니지만 둘 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란다.

 

타이베이 지하철 

 

 

MRT(masses rapid transit)라고 불리는 타이베이 지하철은 딴수이(淡水)선, 무짜(木柵)선, 신띠엔(新店)선, 빤차오(板橋)선, 난깡(南港)선, 투청(土城)선 등 6개 노선으로 타이베이 도심 안팎을 연결하는데, 타이베이의 거의 모든 관광명소가 MRT 역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개별여행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교통수단이다.

 

타이베이 역은 국철과 전철이 연결되는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아서 대단히 큰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하철 역에는 지하철 노선도뿐 아니라 관광명소 및 주간 월간 문화행사 등을 소개하는 팜플렛이 쌓여 있으니

처음 타이베이에 도착한 사람은 지하철 역에서 빈손으로 나오지 마실 것.

 

 

자판기에서 표(사실은 플라스틱 토큰)를 사서 들어갈 때 저 구멍에 넣으면 된다. 

티켓은 20NT에서 시작해서 거리에 따라 요금이 올라간다. 머무는 기간과 계획하고 있는 동선에 따라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one day pass(200NT, 보증금 50NT 포함)나 사용요금의 20%가 할인되는 500NT짜리 easy card(우리나라 교통카드 같은 개념으로 다 쓰고 돌려주면 보증금 100NT를 돌려받게 된다)를 사용하면 더 저렴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 2호선 대림역, 혹은 4호선 노원역... ㅎㅎ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도시철도 시스템으로 꼽혔다는(누가 뽑았는진 모르겠다) 타이베이 지하철.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다른 나라의 최신 기술과 경험을 참고했을 테니 그럴 만도 하겠지.

진짜 대만 지하철.... 좋긴 좋다. 사람들 줄도 잘 서고....^^

 

지하철 역 부근에서는 훌륭한 자전거 주차장들을 볼 수 있었다.

 

 

중정기념관

 

 

 

나는 이곳을 '장개석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중정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양안 협력이 강조되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장개석'의 그림자를 최대한 지우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이 건물이 중정기념관. 시간이 없어서 안 들어가봤다.

 

국립음악원과 희극원, 대형 광장까지 있는 이곳은 타이베이 시민들의 중요한 문화공간인 듯했다.

한쪽에서는 오늘 저녁 있을 야외공연 준비로 한창이고....   

 

사진동호회원들은 경쟁적으로 음악당(?) 건물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곧 있을 경연대회 준비를 하는지, 학생들로 보이는 아마추어 배우들은 리허설에 열중하고 있고....

 

TV를 테마로 하는 설치미술전도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아침운동중... 상하이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아, 이 사람들도 중국사람들 맞네..^^

 

대만국립대학교  

 

공관 역에 내려 대만大 구경.

도심은 일본 냄새가 물씬 나지만 여기는 상하이 같다. 가슴이 뭉클...  

 

 

 

 

국립고궁박물관

 

단수이행 지하철 타고 스린 역에서 하차. 역 부근에서 점심 먹고 304번 버스 타고 종점에서 하차.

타이베이에서는 고궁박물관만 보면 된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랬나 중국에서 워낙 많이 봐놔서 그랬나 내가 안목이 없어 그랬나 모르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중국 전시물들이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유물들이 더 많다면 이곳엔 사치스러운 명청대 물건들이 많다.

중공군에 쫓기는 와중에서도 이 많은 보물들을 중경으로 집결시켜 배에 태워가지고 왔다니....

원래 부자들이 보물에 대한 안목도 있고 그래서 욕심도 더 많고 그래서 확보하는 방법도 고단수다.

 

박물관은 훌륭했다. 전시 방식도 세련되어 터치스크린, 벽에 투사하는 방식 등 최신의 기법들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문제는 단체관람객이 너무 많다는 거다. 마침 주말이라... 초반부터 딱 질려버렸다.

게다가 한국말 하는 가이드의 성의없는 설명을 엿듣다 보니 만정이 다 떨어지더군.

기대했던 고궁박물관이었기에 실망도 그만큼 컸다.

당연히 실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사진도 딱 두 장 밖에 없공...

 

 

 

박물관 입장권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지산원에서 잠시 휴식.

 

완전히 대만여자네.. ^^

 

아가씨는 일본녀자요?

타이베이 아가씨들도 코스튬 플레이를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다. 곳곳에서....

 

유명한 고사를 나타내는 조각품 같은데... 거위 나오는 유명한 고사가 뭐 있더라? 

 

스린 야시장

 

 

Ms 노와 검단역에서 만나 스린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동네 한바퀴 하려고.... 지하철 입구는 주말 저녁을 맞아 구름떼 같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저 여배우마저 송혜교나 김태희였으면 대만 번화가의 광고판을 완전히 한국이 장악하는 건데.. ㅎㅎ 

 

아빠랑 종일 동물원에서 놀고, 말할 때마다 눈빛까지 번쩍이는 팬더까지 선물받아 기분 최고인 예쁜이 자매.

이제 토요일에 출근한 엄마를 지하철 역에서 마중하여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단다..   

 

상하이의 한국인 밀집지역 구베이를 연상케 하는 인근 아파트 단지.

 

靈糧堂이라니... 교회 맞겠지?

  

여기는 말일성도그리스도교회가 아닐까 싶은데...(이 사진은 양명산 부근에서 찍은 것임) 

 

주말이라 텅 빈 고등학교 교정에서 street dance의 기량을 갈고닦는 데 여념이 없는 아이..

그래, 이맘때는 뭐에든 미쳐야 사느니라..

 

 

얘는 요요에 미쳐 있구나.

 

헉! 예사 실력이 아닌데? 혹시 무슨 대회 준비하는 거? 

 

스린 시장은 먹을거리 풍부한 야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중국도 그렇지만 대만도 그런 모양이다. 집에서 밥 안 하고 나와서 사먹는 게 여삿일인 거....

그래서 그런지 다른 물가에 비해 비교적 먹을거리가 싼 편이다.

 

싱싱한 굴이 엄청나게 들어간 굴부침이.... 얼마였더라? 잊었지만 대강.. 한국 돈으로 2000원 안 된다..

 

볶음기술이 예술인 철판볶음...(밥은 아니고..)

 

여기는 광동죽 집이다. 우리는 이걸 먹었는데 육해공 산해진미가 잔뜩 들어간 최고 일미!

 

 

김치비빔국수... 를 한다고 썼길래 진짜냐고 물어보니 김치통을 꺼내 보여주는데 진짜 한국식 김치다.

직접 담느냐고 했더니 시간이 없어서 사다가 쓴다고 한다.

김치, 불고기, 김밥 등 한국음식은 대만 사람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이 한국음식 열풍의 뒤에는 한국에서 살았던 화교들의 활약이 숨어 있다.

 

개구리알 주스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작은 찹쌀경단이 들어간 빙수였다. ^^

디저트로 딱 좋다. 추천!(메뉴판에 나온 숫자에 38쯤 곱하면 한국 가격으로 환산해볼 수 있다)

 

새우낚시집. 자기가 낚은 새우는 삶아준다. 

  

보통이 넘는 실력으로 몇 게임을 두드려대던 소녀..

이런 거 혹시 한국에도 있나? 있으면 맨날 가서 두드리겠다. ^^

 

101 빌딩

 

난깡선 시정부역에서 내리니 101빌딩 가는 공짜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암, 입장료가 원체 비싸니 셔틀버스 서비스라도 해줘야지. 200NT 정도 하면 대만 돈 남겨서 아들넘 책이라도 몇 권 사다주려고 했는데 400NT나 받는다. 그래도 타이베이 최대의 업타운 구경 언제 또 오겠나. 마음 먹었으니 올라가보기로 한다.

 

5층까지는 백화점이고

  

고속 엘리베이터가 5층부터 88층까지 단숨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나타나는 귀금속점들...

 

대만의 특산품이 산호인지... 산호 공예품들이 많다.

 

 

89층~91층까지는 걸어서 올라가며 구경하게 되어 있는데 별 거 없다(담이 높아 베란다로 나가도 낙이 없음). 

여기는 빌딩 공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화려한 조명에 더 시선이 가는 층이다. 

 

여기는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은 후 101빌딩과 합성해주는 사진점

 

91층이 전망대다.

 

어디가 어딘지 궁금해서 한국어 해설기를 빌리려고 했는데 여권을 보여달란다.

헌데 오늘따라 그걸 숙소에 두고 왔네, 호텔 체크인 한 영수증이라도 내놓으라는데 그것도 없고....

안 된다는 것을 매니저 불러 사정사정 해서 간신히 빌렸다. 해설기가 있으니 훨씬 낫다.

타이베이시에 대해 인문지리적 관심이 있다면 낮에 보아야 한다. 밤에 볼 것은 화려한 불빛밖에 없다.

낮에 보면 타이베이에서의 나날들을 추억하게 하는 완결편 사진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