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국내

2009 주왕산의 가을 2

張萬玉 2009. 10. 26. 13:28

민박집 동네에서 꾸물거리다 보니 어느새 새벽버스에 올라탄 관광팀들이 도착할 만한 시간이 되어간다. 

주산지와 주왕산 사이에 있는 산 하나를 넘어 (12킬로 정도의 꼬부랑 산길) 부랴부랴 주왕산 국립공원길로 들어서니 아뿔싸.... 벌써 공식 주차장은 만차가 됐나보다. 1킬로 정도 떨어진 지점에 안내요원들이 늘어서서 계곡 건너 공터 입구 쪽으로 차량들을 유도하고 있다.

공터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우리 뒤로 따라오는 차량들을 보니 한 시간 내에 이 공터도 다 차버리겠다.  

 

차를 세워놓고 한줄기 밭둑길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일렬종대 대열 속에 끼어 있다. ㅎㅎ

 

멀리 기암이 기괴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저 멋진 바위에 무슨 이름이 그리 멋대가리가 없나)

 

매표소까지 들어가는 길에도 역시 사과 매대가 줄을 잇는다. 

음식점 앞에서는 사과들이 막걸리에 몸을 던져 손님들을 부르고...  

  

 

관광버스를 타고 온 팀들은 대부분 1폭포와 2, 3폭포까지 보고 돌아가지만 (왕복 세 시간 정도) 자가용을 끌고 온 우리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후리매기 삼거리로 빠져서 주왕산 봉우리를 넘어오기로 했다. 지도상에 적힌 거리와 시간으로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둘러보고 가는 코스보다 한 시간 가량 더 걷는 정도일 듯했다.

사실 단풍나들이 장소로 주왕산을 택한 데는 좋지 않은 무릎을 고려한 측면이 많았다. 다녀온 친구들 말로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코스를 걸으면서도 경치는 경치대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산행은 정말 그렇게 유람길로 시작되었다.

 

기암 괴석들과 단풍숲과 벽계수를 바라보며 걷는 길. 중국 장가계의 금편채를 계속 오버랩 시키는....

(저 바위가 관음봉이란다)

 

 

 

 

제1폭포 가는 길... 

 

제1폭포.

날씨가 가물어 정작 폭포는 폭포 가는 길만 못하다. ^^

 

제2폭포. 갈수록 더 시시해진다.

 

폭포 발치 낙엽 빠진 물가에서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제3폭포.

갈길은 바쁘고 제2폭포에 실망한 사람들이 그만 내려가자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안 됐군. 제3폭포는 제법 멋졌다.  

 

이건 시루봉이란다. 나라면 노인봉이라고 했겠다.

옆에서 보고 있으니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같기도 하고.... 

 

제3폭포 위쪽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폭포 아래 골짜기에 핀 사람꽃도 아름답다.

 

 

주왕암이 있는 주왕산으로 올라가려면 여기 후리매기 삼거리에서 옆길로 빠져야 한다. 

 

심심한 코스가 섭섭했던 우리는 망설일 것도 없이 주왕산 코스로 들어섰는데....

옴마야, 경사가 장난이 아니네. 

 

 

옆에 철봉을 박아두었기 망정이지 순한 코스라고 지팡이도 안 챙겨온 나로서는 네 발로 길 뻔 했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급경사의 연속...

한참을 땀 흘리며 올라가다 경사가 조금 순해져서 이제 다왔겠다 한숨 돌리면 다시 급경사....또다시 급경사.

애당초 주왕산코스로 먼저 들어와 제3폭포로 내려가면 어떨까 하는 의논도 했었지만 안 그러길 잘한 것 같다.

이 길이 내리막길이었으면 정말 짜증날 뻔했다.

그러나!!

급경사 코스답게 한숨 돌릴 때마다 달라지는 고도에서 보여주는 전망이라니....

 

 

내려갈 때 굴러내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급경사 내리막길에 아픈 무릎 절뚝거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등산'이 없었더라면 주왕산은 '그저 괜찮은' 산들 중 하나로 내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찍기에 넋을 잃은 언냐. ㅎㅎㅎ

 

이제 하산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는 게 인생사. 

그러나 올라온 길에 비해 내려가는 길은 한결 순했다.   

대전사까지 내려오니 7080 음악회(우리 이 세대가, 적어도 산야에서는 확실한 소비주도층이 됐구나.. ㅎㅎ)가 가을산을 적시고 있다. 건너뛴 점심을 벌충하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파전 한 접시 앞에 놓고 앉아 있으니 구슬픈 섹스폰 소리가 거기까지 따라들어온다. 불타며 시들어가는 단풍같은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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