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新)

40.5도의 염천 아래서....

張萬玉 2010. 8. 2. 12:02

# 무더위가 뭐 별거라고...

 

한국 뉴스에서도 연일 폭염과 열대야 소식이 전해져 오지만 이곳이야말로 불볕세례(暴炎) 속에 움쭉달싹 못하고 갇혔다.

방송에서 알려주는 더위는 39도, 하지만 거리에 설치된 온도계는 40.5도를 가리키고 있다.

아침 9시경에 이미 38도를 넘어서버리니 청소기만 한번 돌리고 나도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하게 되지만

일단 켰다 하면 도중에 끌 수 없는 게 에어컨이라 오전중에는 그냥 땀을 줄줄 흘려주신다.

종일 에어컨을 쐬고 나면 전기세도 전기세지만 몸이 무더위에 시달린 것 못지 않게 무거울 뿐 아니라 에어컨 영역 외의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소신에 따라 외출할 일이 있으면 오전중에 후다닥 다녀온다.

꼼지락거리다 오전 시간을 놓쳐버리면 도무지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나 접어치우기 일쑤거든. 

특히 재래시장 장보기는 오전 시간 놓쳐버리면 사람도 식품도 다 낮잠에 빠져버리고 살만한 게 남아 있지 않다.

 

점심 먹을 때쯤 슬슬 선풍기로 시작한다.

선풍기도 더위를 타는지 세 시간 정도 돌리면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며 헉헉거리기 시작이다. 이때쯤이면 작은 냉장고가 삑삑거리기 시작...

전에 살던 사람이 사놓은 거라 스스로 온도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그러는지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냉장고가 혼자 우는 꼴은 난생 처음 본다. 이때가 오후 3시경이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온다습한 공기만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저녁.... 불을 다루기 시작하면서는 거실에 에어컨을 켠다. 아휴, 천국이 따로 없군. 

한국에선 에어컨을 일 년에 두어 번, 그것도 손님 올 때만 틀었으니 정말 에어컨과는 남처럼 살았는데

여기선 에어컨 없으면 못살겠다. 요즘 같으면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오후 6시 이후가 하루종일 손꼽아 기다리는 쾌적한 시간이다.

웬만하면 밖에 안 나가고 종일 집 지키다 보니.... 남편 발소리만 들리면 기뻐 날뛰는 강아지로 변신.

밥상 차리고 수다 떨면서 한국 뉴스랑 최근에 개발한 上書房이란 연속극 하나 보고 집 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공원이라고 나가봐야 후텁지근한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4킬로 정도 걸으며 땀 흘린 뒤의 찬물샤워는 무더위에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리고 보너스. 산책 나가기 전 안방 창문 방문 모두 꼭꼭 닫고 에어컨 세게 틀어 얼려놓은 침실이 그것이다.

차가워진 이부자리가 다시 열대야의 열기에 녹기 전에 잠들어야 하는데, 야간산책의 노곤함이 큰 도움이 된다.

오늘은 8월의 첫 월요일. 바야흐로 大熱天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

모두 의연하게들 무더위를 견디고 있건만.... 나는 왜 숨넘어갈 것처럼 하루하루를 세고 있는 걸까. 

 

 

# 운전면허시험이 뭐 별거라고.... ^^     

 

예전과는 달리 100문제에 90점 이상을 맞아야 합격할 수 있게 된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해서 한국어(아니 조선어)로 쳤다가 88점으로 미역국을 먹고

오기가 나서 중국어로 공부를 했다. 인터넷에서 1300문제를 내려받았을 때만 해도 언제 이걸 다 읽어보나 앞이 깜깜했지만

이번엔 꼭 붙으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놨기 때문에 정말 간만에 진득하게 책상 앞에 붙어앉아 있었다. 

사전까지 찾아가며 꼼꼼히 정독하는 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막상 해보니 (얼렁뚱땅이나마 한국어로 공부해둔 게 있어 그런지) 중국어로 공부하는 게 더 쉬웠다.

문제는 기억력... 오답노트를 만들어 두 번이나 훑어봤는데 틀리는 문제를 계속 틀리더군. (나도 고집이 어지간히 센 사람인 모양..^^)

그렇게 이해나 승복이 어려운 문제는 무조건 외워야 하는데, 외웠다고 생각한 문제건만 돌아서면 바로 미궁에 빠지는 거다. 언빌리버블!

다행히 인터넷으로 모의고사를 쳐보니 두 번 다 90점대가 나와 에라,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는 시험을 치러갔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찍기 감이 좋아 실력보다 시험을 잘 치는 편이라서 시험 전에 거의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 옆자리 앉은 아줌마가 클릭하는 소리도 신경에 거슬리고 웬지 시야도 흐릿한 것 같아 계속 눈을 비벼가면서 너무 뻔한 문제들이지만 다 풀어놓고도 공연히 개기다가..... 제한시간이 다 되어서야 떨리는 손으로 交卷을 클릭했는데.....

95점이란다. '恭賀 *** 女士! ' 메시지가 뜨는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    

나이 들어 공부하기 힘들다는 얘긴 남의 얘긴줄만 알았는데....  암만해도 이젠 시험 쳐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다. ㅜ.ㅜ

  

# 블러그가 뭐 별거라고

 

블러그에 글 올린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이다.

글쓰기 정도는 할 만한데 사진이라도 올리고 내리려면... 그리고 남의 집 마실 자유자재로 다니려면(특히 사진 많은 집...)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음수련을 한다고 마음 먹어도 사진이 올라가야 제맛인 여행기 같은 글이라도 올리려면 일상생활 접고 매달려야 할 지경이다.

사양이 낮은 하드라도 바꾸면 좀 나을까 해서 얼마 전에 하드를 바꿨는데 좀 빨라지긴 했어도 자료 올리고 내리는 건 거기서 거기다.

현재 인터넷 속도는 2메가. (상상이 되십니까?)  100메가 운운하던 시절과 어찌 비교할쏘냐.

(중국정부?에 의해) 다음블러그가 막힌 탓에 보조프로그램으로 우회해서 접속하기 때문에 더 느린 거 아닌가 싶어

평소에 자료캡쳐용으로 사용하던 네이버 블러그로 이사를 갈까 궁리중이지만 그것도 시원한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이래저래 인터넷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인데.... 나름 장점도 없지 않다.

남편이 혼자 있던 동안 집안일 해주던 아줌마를 내보내고 나니 대충 해치우는 내 살림솜씨(특히 청소)가 단박에 드러나길래

이 기회에 남들처럼 살림에 목숨 한번 걸어보자고 (단 몇 주간.. ^^) 부지런한 주부 흉내를 내봤더니 웬 할일이 자꾸만 늘어가는지...

예전처럼 블러그에 정신 팔면 살림 감당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누가 뭐라지도 않는데 내가 내 족쇄 만들고 있다. ㅜ.ㅜ) 

덕분에 살림살이 수준도 좀 향상된 것 같고 멀리했던 책도 좀 읽게 되고....

나아가 이 염천이 지나면 블러깅을 대체해줄 만한 재밋거리를 적극적으로 찾아보자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얼마 전 인간극장에 나왔던 한 유리작가가 주둥이는 넓고 몸통이 작은 유리잔을 보고 했던 말에 콕 찔렸다. "꼭 중년여인 같다. 알고 있는 것보다 말이 더 많은....")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영 허전한 것도 사실이다. 일견 모래성 같긴 하지만 6년 넘게 정들였던 공간 아니던가.

친구도 별로 없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남편은 그동안 벌써 3박4일의 출장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블러깅에 탐닉할 만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르익어 있는데,

이젠 ADSL이 충고하는 것이다. '고마 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블러그, 이녀석!

오가던 인생길에 어쩌다 마주쳐 가끔 인사나 나누던 녀석이 정들었다고 집 앞 골목까지 진출하더니 이젠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귀신같이 들러붙는구나.

널 어째야 좋겠니~!! 

'그 시절에(~2011) > 上海通信(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가고 겨울 오네  (0) 2010.11.26
여름 가고 가을 오네  (0) 2010.08.27
[스크랩] 운전면허 합격 후기  (0) 2010.07.15
印象西湖  (0) 2010.07.13
욕실 문 폭발사건  (0) 201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