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stel Brikette
아말피가 세계적인 부자들의 휴양지라더니 포시타노 역시 그런 동네인 모양.
숙박비 30유로 이하인 호스텔을 검색해봤더니 딱 하나 나온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간택된 호스텔 브리켓.
'Bar International' 앞에서 내려 버스 오던 방향으로 100미터쯤 빽 하니 가파른 계단 위로 출입문이 보였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오늘 저녁 이 호스텔의 손님은 딱 나 하나.
스탭도 밤 10시가 되니 퇴근을 해버린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면서... 그래도 되나?
최소 30개는 넘어 보이는 객실이 텅텅 비었다.
덕분에 4인실을 혼자 독차지... 침대 두 개 붙여 더블베드로 쓰는 호강까지. ^^
(침대머리쪽의 천진난만한 페인팅을 보시게나. 호텔 스탭녀석의 작품이다. ㅋㅋ)
바다쪽으로 난 시원한 베란다... 이거 하나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
아침을 안 줘도, 인터넷을 못 써도, 이 넓은 호스텔에 나 혼자 남겨뒀어도....
굽어보니 아기자기한 2층 베란다와 골목길이 바싹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들어보니 바닷가와 해변마을이 저녁빛에 물들어가고 있다.
바다쪽 베란다만으로도 충분한데 산 쪽으로도 예쁜 창이 나 있네.
산자락에 걸린 저 길로 내가 왔던 거지.
해 떨어지기 전에 동네 한바퀴 놓치지 않으려고 부리나케 뛰어나간다.
# 포시타노
중앙선도 그을 수 없는 이 좁은 길이 이 마을의 간선도로다.
길은 절벽을 굽이굽이 감싸고 완만하게 돌아가다가 아말피 가는 길과 헤어져 해변마을까지 내려간다.
윗쪽에서 내려다본 아랫쪽 길 모습.
가파른 절벽에 집을 짓다 보니 주차할 곳이 부족했나보다. 그 좁은 길을 갈라 주차공간으로 내주고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어떤 집은 길과 옥상을 연결해 옥상에 주차를 하도록 했다. 놀라운 고산족의 지혜! ^^
계곡을 끼고 맞은편으로 보이는 마을.
보시다시피 절벽을 끼고 돌아가는 가느다란 길이 마을 곳곳을 누빈다.
경찰아저씨(오른쪽) 퇴근하시네요.
해변마을까지 내려가볼 요량으로 내딛은 걸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먼 길이다.
버스도 없고 언제쯤 끝나는 길인지도 모르겠고... 날이 저물었는데 촌마을답게 인적이 드문 데다 가로등도 변변치 않으니
아쉬운 발길을 접고 돌아선다.
호스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 동네식당에 들어갔는데.... 오, 이쁘다!
6유로짜리 스파게티.
따끈하고 풍부한 토마토소스가 입에 짝짝 붙는다.
레시피도 단순한 것 같은데.... 도대체 뭘 넣은 거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의 가루라도 넣으셨나?
이튿날 새벽...
이걸 어째, 눈을 뜨니 3시 반이다.
독방이라서 불을 켜도 되고 술을 마시든 음악을 틀고 춤을 추든 상관없지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취침습관을 바로잡아야겠다 싶어
억지로 눈을 붙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4시 반에 일어났다.밀어둔 바느질도 하고 일기도 쓰고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뜰 시간이 되긴 했는데
하늘이 먹장구름에 갇혀 있다. 바람소리도 무섭고...
이어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이게 웬일이냐. 오가는 이 없는 귀곡산장에 하루종일 갇혀 있게 생겼군.
다행히 8시쯤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방그레 웃어주네, 고마워라!!
계획대로 아말피에 갔다가... 얼핏 들은 얘기대로 거기서 카프리로 가는 배가 있으면 카프리까지 가볼 요량이었다.
아말피 가는 버스가 금방 떠난 모양이라 인터내셔널 바 앞에서 동네 사람들 구경하면서 1시간 가까이 죽치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숙소에서 나홀로 보낸 밤과 더불어 포시타노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준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호스텔 맞은편의 과일가게가 새벽부터 분주하다.
(이탈리아 과일, 진짜 최고다. 오렌지뿐 아니라 토마토도 사과도.... 싱싱하고 맛좋고 모양까지 예쁘다)
커피엔 참으로 많은 얘기들을 담을 수 있다.
오늘 나의 커피에는 햇살이, 그리고 햇살처럼 싱싱한 (포시타노 사람들의) 향기가 듬뿍 담겼다.
인터내셔널 바의 주인아저씨. 소설 속에서 걸어나온 인물 같다.
카메라를 흔들어보이자 흔쾌한 미소로 허락하셨다.
한국에서 'bar'는 한잔 걸치는 곳이지만 유럽에서의 'bar'는 스낵 내지 수퍼 같은 곳이다.(식품은 물론 간단한 잡화도 판다)
서비스 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카운터로 가서 먹을것 마실것을 챙겨와야 하지만 팁 나갈 일은 없는 서민형 까페라고 할 수 있다.
새벽부터 열심히 거리를 쓸던 청소부 아저씨도 이제 아침일이 끝났는지 바에 들어와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커피를 마신다.
버스 정류장 앞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바의 안팎은 이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인 모양이다.
동네가 조그마해서 서로간에 잘 아는지, 오가며 인사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 도무지 한 사람도 없다.
차 타고 가면서도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본 죠르노!" 외치기도 하고,
잠깐 인사 나누려고 멈춘 줄 알았던 이가 어느새 길가 벤치나 담장에 주저앉아 온 동네 참견 다 하고 있고... ㅎㅎㅎ
아저씨, 그 차 1인용이에요?
이 마을 인구는 얼마나 될까?
절벽길을 타고 외지로 출퇴근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러면 대부분 이 마을 안에서 생업을 찾고 있다는 얘기?
관광업 말고 또 무슨 일들을 할까?
일단 학교와 시장과 병원과 관공서 등등이 있겠지만.... 인구도 얼마 안 되어 보이는데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과연 수지가 맞을까?
우유니 투어할 때 만났던 파비오네 마을도 인구가 1200명 밖에 안 된다고 했지. 하지만 크게 부족함 없이 마을 내에서 대부분 다 해결한다고 했다.
분명 무슨 수가 있는게야.. 협동조합 운동이나 뭐 그런 거?
솟구치는 궁금증을 꾹꾹 눌러가며 마을 사람들 노는 양을 보고 있자니 웬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에서 출퇴근하고, 출근하다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만나면 도와준 뒤 출근할 수 있고, 작은차 고물차라고 주눅들 일 없고
청소부나 선생님이나 경찰이나 구멍가게 아저씨나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동네라니...
물론 이 동네에도 단조로운 생활에서 뛰쳐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 더 벌 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 없지 않겠지만
몹시 경쟁적인 사회에서 온 나그네의 눈에는 이곳 주민들의 삶이 스스로 선택하여 즐기는 여유처럼 느껴지는걸.
저 아래 노란버스가 위쪽 사진 속 두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스쿨버스다.
이 동네에는 건설노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이제 지을 만큼 지은 것 같은데 아직도 여기저기에 터를 닦거나 리모델링하는 집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면 포시타노의 관광지로서의 개발은 아직까지 진행중?
공사현장으로 가는 사람들.... 험한 작업복 차림이지만 나름 스타일도 있고 출근하는 발걸음도 경쾌해 보인다. 돈벌이가 괜찮은 모양이다.
# 아말피
소렌토에서 포시타노 들어오는 길도 아름답지만
아말피 가는 길의 풍경은 좀더 드라마틱한 데다 아침에 내린 비에 말갛게 씻긴 햇살로 인해 눈부시게 빛났다.
그 한자락이라도 잡아보고 싶지만 달리는 버스에서 똑딱이 카메라로 기를 써봐야 아쉬움만 더할 뿐.....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포스트를 쉴새없이 지나치며 애간장만 태운다.
40분쯤 달려 아말피 항구에 도착했다.
포시타노보다 번화한 동네 같다.(아니, 내가 안 내려가봐서 모른다. 어쩌면 포시타노도 1층동네는 그럴지도 모르지)
마을이 형성되기 전에 최초로 이곳에 와서 정착한 사람들...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곳에 와서 정착할 생각을 했을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날 반겨주는 이 분은 뉘신가?
카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동상은 대부분 성자가 모델인데....
칼을 차고 두건을 쓴 이 양반은 독특한 복색 때문에 대체 어떤 인물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웬지 의협심이 강한 캐릭터일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 뭔지, 다른 손에 든 건 또 뭔지...
이 동상은 뒷날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아냈다. 예수의 두번째 제자이자 어부인 안드레의 동상이라고 한다.
얘들은 누군지 모르지만 투박한 모습이 맘에 쏙 들었다.
아말피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높직이 서 있는 안드레아 성당.
벽도 지붕장식도 매우 화려하고 섬세하다.
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리몬첼로.... 레몬술이다.
궁금해서 한병 사봤다.. 향긋하고 달콤하지만 은근히 독하다.
누가 이 동네 같이 왔으면 분명히 오늘 못 돌아간다. 혼을 빼놓는 그림접시들...ㅎㅎㅎ
나는 접시보다 골목길에 혼이 빠졌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골목길들의 표정에 홀려 찍고 찍고 또 찍고....
이런 가파른 동네에서 노인들은 어떻게 살지?
지팡이 짚고 다리 절며 오르내리는 노인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던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말피 마을인데... 아마 포시타노 내가 묵는 숙소 동네랑 비슷하겠지?
궁금하긴 하지만 카프리가 더 궁금하여 요기까지만....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밥 때.... 카프리 갈 욕심에 나폴리피자 한쪽 사들고 항구쪽으로 뛴다.
'여행일기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 6 - 피렌체 1 : 관광명소 (0) | 2009.03.03 |
---|---|
이탈리아 5 - 카프리, 나폴리 (0) | 2009.03.03 |
이탈리아 3 - 폼페이 (0) | 2009.03.03 |
이탈리아 2 - 로마 시내 여기저기 (0) | 2009.03.03 |
이탈리아 1 - 바티칸 시국 (0) | 2009.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