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들의 수명은 너무나 짧다.
수줍은 연분홍으로 은은히 산자락을 물들이던 진달래가 일주일을 못 버티고 사라진 거야 늘 보아왔던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쳐도
보아도 보지 못한 채 무심히 지나치던, 산마을에 들어와서야 겨우 눈 맞추기 시작한 여린 녀석들이라 그런지
겨우 낯 익힐 만하니까 '간다' 소리도 없이 고운빛을 감춰버리는 풀꽃들이 못내 서운하다.
물론 '곷'만 사라졌을 뿐, 이제부터 녀석은 싱싱한 초록빛을 마음껏 뿜어내며 온산에 짙은 융단을 펼치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젊음의 초입에서 잠깐 피워올린 그 영롱한 빛깔로 녀석을 기억하지 않는가.
쓸쓸하구나.
오늘 오전산책은 늘 가던 앞산능선 대신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갔다.
제비꽃, 할미꽃, 붓꽃, 양지꽃, 현호색, 개별꽃.... 야산에서 길가에서 자주 만났던 녀석들이지만 유능한 코디의 손길을 거치니 또 달라보인다.
튤립, 수선화, 아네모네..... 거기에 부겐베리야 같은 열대식물까지 가세하여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여리고 아련한 풀꽃에 한번 시선을 뺏기고 나니 그 큼지막한 화려함들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지기까지... ^^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서 그렇지만... 녀석들의 크기는 대부분 손톱, 커봐야 발톱 만하고 빛갈도 연약하다.
그 '여림'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요즘 방송가 용어로 하자면) '소름 돋게' 만들고 숨 죽이게 만드는 강렬한 힘이 아닐까 한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도 이름은 모른 채로 상견례만 하고 만다.
야생화전시관에서 좀더 시간을 들여 녀석들과 사귀어보고 싶었지만 배고픈 동행 땜시.....
원추리랑 벌개미취가 번지는 계절에 다시 와봐야지.
돌탑을 쌓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꿈을 쌓는 마음으로 돌탑을 쌓고 있는 (오바일 가능성이 높지만ㅎㅎ)그대야말로 연한 꽃망울을 준비하는 이 무렵의 야생화 아니겠는가.
부럽다, 아름다운 꽃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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