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녀석들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녀석들은 다만 '풀꽃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녀석들의 사진을 찍고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니
녀석들은 비로소 나에게로 왔다. ^^
앞산 능선길과 뒷산 비탈에 지천으로 깔린 아기나리.
꽃이 아주 작은 데다 잎사귀 아래로 몸을 숨기고 있어서 얼핏 보면 그저 풀밭으로 보일 정도다.
너무 낯을 가리길래 얼굴을 쳐들게 하고 한장 찍어봤다(세번째 사진)
아기나리와 비슷한 녀석으로 개별꽃이 있다. 이녀석도 너무 작아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보인다.
뚜렷한 수술 색깔 아니면 아기나리와 구별 못 할 뻔 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기나리보다 꽃잎이 둥글고 꽃잎 수도 하나 적고 잎사귀도 다르고...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천마산과 서리산에서 보았다.
개별꽃과 아기나리 만큼 작은 녀석이 또 있다. 양지꽃..
산딸기 비슷한 잎사귀 가운데서 새끼손톱만한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앞산 능선, 천마산, 서리산... 그리고 파주에 있는 시어머니 무덤가에서도 보았다. 아주 흔한 꽃인 모양인데 난 그동안 얼굴도 이름도 몰랐었네.
이녀석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확실히 다른 녀석이 있다. 애기똥풀이다. (사진 두번째)
꽃잎은 네 장이고 꽃이 500원짜리 동전 만하다 보니 우아한 맛은 좀 덜 하지만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사진 세번째) 역시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노랑제비꽃을 얼핏 보면 조금 덜 자란 애기똥풀이나 만발한 양지꽃과 헷갈리기 십상이다.
주금산 정상 부근 능선을 뒤덮고 있는 노란제비꽃 군락을 혼자 보고 와서 무슨 꽃인지 알고 싶다던 남편이
양지꽃을 보고는 "이건 아냐, 너무 작아"... 애기똥풀을 보고는 "이것도 아냐, 너무 커" 하더니 노랑제비꽃을 보고는 손뼉을 쳤다.
아니, 꽃잎 가운데 선명한 저 이쁜 자주색 선들을 못보셨단 말씀?
하긴 나도 보라색이나 흰색 제비꽃(사진 두번째와 세번째)은 본 적 있어도 노랑제비꽃은 서리산에서 처음 봤다.
앞산 능선에서 보랏빛 제비꽃과 패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녀석... 각시붓꽃.
키다리 붓꽃의 화려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산비탈에서...미니어처 같은 깜찍한 모습으로 열흘 정도 머물다 사라졌다.
금붓꽃은 앞산 능선에선 못봤는데 서리산 자락 곳곳에 피었더라.
생긴 것도 그러한데 이름들까지도 개성만점이다. 산괴불주머니, (점)현호색, 얼레지... ㅋㅋ
앞산 능선, 천마산, 주금산, 서리산 일대에(아마도 대한민국 산야 어디든지) 넘쳐나는 이 흔한 꽃들을 나는 왜 여적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
나같은 서울 촌년에겐 꽃이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피는 것조차도 신기하다.
둥글레는 뒷산에 지천이다. 살림꾼 같으면 저 뿌리를 캐다가 어찌어찌해서 차를 끓여마실 텐데...
은방울꽃은 둥글레의 예쁜 여동생인 모양이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봤던 이녀석을 서리산에서 다시 만났다.
수목원에서 신기하게 보았던 조롱조롱 금낭화도 이 동네 곳곳에서 인사를 한다. 아마 옮겨심어진 모양이다.
수목원에서 보고 서리산에서 다시 만난 벌깨덩굴 역시 조롱조롱 매달리며 피는 꽃인데
꽃 머리쪽이 수평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고운 보라색만으론 부족해서 보라색 점박이 넥타이까지 두르고 있는 참 별난 녀석이다.
꽃잔디와 비슷하지만 키도 꽃도 좀더 큰 앵초. 주인 집 화단에서 봤는데 앞산에서도 두어 포기 발견.
두번째 사진은 서리산에서 만난 꽃마리. 흰꽃과 푸른빛이 도는 꽃도 있다. 개별꽃 만큼 조그만 녀석.
세번째 사진은 천마산과 서리산에서 드물게 봤던 괭이밥. 사진상으론 흰제비꽃 같지만 더 꽃이 크고 구부러지지도 않았던 듯. 이름은 식물도감 보고 알아냈다.
앞산 능선과 서리산에서 흔하게 본 식물.... 뜯어다 쌈 싸먹으면 딱이겠다고 농담했는데 알고 보니 그 잎사귀 아래에 꽃이 있었다네.
족두리꽃이란다. 내년에 잊지말고 꼭 챙겨봐야지.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서울 촌년에게도 친근한 풀꽃들.... 꽃다지와 할미꽃인데 냉이꽃, 조팝나무와 함께 앞산 무덤가에 흐드러졌다.
누가 저 할미꽃 아니랄까봐 저리도 심란하게 백발을 다 풀어헤쳤다냐.
에구, 나도 머리 좀 빗고 살아야겠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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