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친꿰떼레 거쳐서 제노바에서 숙박하는 것이었지만 친꿰떼레는 포시타노와 비슷하다고 하여 생략.
그렇다면 제노바는 어차피 기차 환승역이니 기차 기다리는 두 세 시간 동안 휘리릭 시내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때우고
내처 니스까지 가서 오늘밤은 프랑스 땅에서 잠이 들리라 마음먹었다.
제노바 역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여행자들을 반겨주는 '크리스토포로 콜롬보' 동상.
당시 해상왕국이었던 스페인에서 활동하던 선장들 다수가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이었는데, 콜롬부스도 그들 중 한 사람.
12세기부터 500년간 지중해를 주름잡던 이 항구도시에는 당시 이미 5층 이상의 건물들이 바닷가로 즐비했다고 한다.
유럽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몰려들던 꿈의 도시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제노바는 왠지 破市를 보는 듯한 쓸쓸한 한 느낌이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그랬을 것이다.
이 느낌은 사실과는 별로 상관없는, 그야말로 '느낌'에 지나지 않을 것이, 제노바는 여전히 이탈리아 제1의 무역항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항구도시에 가면 내마음은 공연히 애잔해진다. 유행가를 너무 많이 들은 탓인지. ㅎㅎ)
다시 기차에 오른 뒤 벤티밀리아까지는 한 시간도 채 안 걸린 듯하다. 아직까지는 이탈리아.
벤티밀리아에서 프랑스 열차로 환승한다. 그 명성 짜한 떼제베는 아닌 것 같은데 내부가 어찌나 화사한지, 칙칙하고 낡은 이탈리아 열차와는 완연히 다르다.
게다가 왼쪽으로 계속 그림 같은 바다를 끼고 달리며 내게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마구마구 불러일으켜주신다.
니스! 이름만 가지고도 설렜던 도시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러나 니스는 만나자마자 짖꿎은 장난부터 걸어왔으니......
니스역에 도착해서 예약해둔 숙소에 전화를 했더니 트램을 타고 카지노수퍼 앞에서 내리면 자기네 숙소까지 운행하는 셔틀이 있으니 그걸 타고 오란다.
트램 티켓을 사려고 티켓부스를 찾아 얼쩡거리고 있으니 열 살 정도 된 꼬마들이 도와주겠다며 3유로 달란다.
이탈리아보다 훨씬 비싼걸? 하면서도 (애들이라) 전혀 의심 없이 줬더니 표를 건네주고는 깔깔거리며 사라졌다.
헌데 표를 보니 1유로라고 프린트되어 있네 그려. 프랑스에 들어오자마자 꼬마들에게 당했다. ㅎㅎ
퇴근 인파로 붐비는 트램을 타고 다섯 정거장 정도 갔나. 약속장소로 갔는데 암만 봐도 셔틀 비슷한 건 없다.
비까지 부슬부슬 오는데 이 차 저 차 기웃거리면서 30분이나 기다렸지만 무심한 자가용들만 잠시 정차했다 사라질 뿐이다.
다시 전화를 해봐야겠는데 전화부스도 안 보이고.... 에라, 내려받아둔 지도도 있고 걸어서 15분 정도라니 걍 내가 찾아가고 말지.
gravier 길을 따라 걸어올라가는데 작은 갈림길들이 자주 나타나 헷갈린다.
그 때마다 (새로운 동네에서 가끔 발생하는 낯가림 증세도 완화할 겸)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길을 묻는데
내가 불어 못알아듣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죽어라고 불어로 가르쳐주는 사람들... 그것도 너무나 친절하게......
정확히 못 들은 죄루다 잘못된 오르막길을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고,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니 짊어진 배낭의 무게 만큼이나 약이 오른다.
무슨놈의 호스텔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나그래.
이때만 해도 나는 빌라 세인트 엑쥐페리가 잘못된 선택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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