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가는 길(~2014)/일상

2012년 2/4분기 안부

張萬玉 2012. 7. 12. 09:41

내 블러그에 발자국 없이 드나드는 지인들이 '요즘 뭐하고 사냐?'는 전화나 메시지를 날릴 때쯤이, 블러그에 '안부'라는 제목으로 포스팅할 시점이다. : - >

계속 여행기, 아니 여행 사진만 올려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예전 같지 않게, 블러그에 나의 일상을 중개방송하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내친김에 그냥 '여행블로그'로 가자는 속셈이랄까.

그런데 한 친구가 그런다, '요즘 네 블러그에는 네가 없는 것 같다, 그냥 빈 집 둘러보다가 가는 것 같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 나도 괜히 쓸쓸해진다. 사람 사는 거 뭐 별게 있다고, 그 뻔한 얘기 뭐 하기 힘들다고......

그 핑게 대고 간만에 안부 몇 자 적어본다. 요즘 나의 일상....

 

아침 여섯 시 전이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오래 된 습관이다.  

간혹 취침 시간을 넘겨 새벽 두세 시까지 잠 못 들 때도 있지만 눈 떠보면 그 시간이다.

아들넘이랑 아침 먹는다. 고구마나 감자, 바나나, 죽, 시리얼, 현미떡 등 탄수화물 중 한 가지, 두유나 저지방 우유, 토마토 등 과일로 간단히.

여덟 시 이십 분까지 주방과 거실, 욕실을 오락가락 자잘한 가사를 처리하면서 뉴스와 인간극장을 본다.

인간극장 끝나자마자 헬스장으로 직행. 이제 넉 달째다.

 

헬스장을 처음 찾았을 때는 체력도 의욕도 완전 바닥이었다.

문지방 넘기가 그렇게 힘든지 어거지로 두 번 가고는 일주일 넘게 무단결석.

죄의식(!)에 시달리며 환불 해달랄까, 고민하던 끝에..... 큰맘 먹고 PT(개인코치)를 받기로 했다. 

이 결정은 아마 '올해의 가장 잘한 일'로 꼽힐 것이다. ^^ 

코치는 웨이트 이전에 체력운동부터 시켜야겠다며 팔을 걷어부쳤다. 

피티체조부터 시작해서 왕복달리기, 무릎 굽히고 팔굽혀펴기, (관절 걱정 때문에 제일 무서워했던) 스쿼트.... 

 

운동 막 시작했을 때는 제일 얕은 스텝퍼(높이 10센티 정도?)를 천천히 오르내리는 것조차 느릿느릿 비틀비틀 정말 한심할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30센티 높이의 긴의자도 리드미컬하게 오르내리고 다섯 개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던 스쿼트는 이제 20개 이상,

아령도 2킬로에서 시작해서 6킬로짜리로 묵직해졌다. 어깨운동 20회씩 네 세트 거뜬하다. 움하하하!!

노마드님 같은 선수에겐 우습겠지만 완전히 까라져 있던 내게는 감격스럽고 놀라운 발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느끼는 이 시점에서도 헬스는 끊임없이 인내를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부응하다 보면 온 몸이 땀으로 흠씬 젖고 한 시간 코칭이 끝날 때쯤이면 기분좋은 탈진상태가 된다. 

그 기진맥진한 상태로 요가룸에 들어간다. 요가는 내게 비교적 익숙한 운동이라 

이 시간은 찜질방에서 땀 빼는 기분으로 뒹굴뒹굴...헬스로 뭉친 근육을 푸는 시간. ^^

 

체중관리라는 면에서 본다면 넉 달에 4킬로 정도 빠졌으니 그저.. 양호한 편이고

우리 나이엔 근육도 잘 안 생기니 몸매관리 차원에서도 크게 기대할 건 없지만         

체력강화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효과를 보여주는 운동이 헬스라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최소 3~4일을 두 시간 이상 땀 흘린 결과로 나의 심신은 200% 회복되었다. 가장 좋아진 것이 수면 습관.

규칙적인 시간에 숙면을 하는 반면 수면시간은 오히려 짧아졌다. 다섯 시간 정도 자는데 낮에도 피로감이 없으니...   

시시때때로 날 옭아매던 만사귀차니즘도 무기력증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예전에 권태라고 느끼던 감정을 요즘 나는 심심함이라고 부른다. ^^)     

 

운동 얘길 너무 늘어지게 했나? 이제 오후 스케줄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조금 놀다가 일하러 나가고, 수업 없는 날엔 보시다시피 블러그에 옛날 얘기 퍼내고 있다. ^^

일이란......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중국 담당 직원들에게 중국어 초급과정을 가르치는 거.     

이것도 어느새 5개월차로 접어들고 있다. 교재도 한 권이 끝나 두 번째 교재로 들어갔고 수강생도 8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중국어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초입을 통과하고 나니 제법 물이 오르는 분위기라 요즘은 수업하러 가는 길이 꽤 즐겁다.

7월말부터 후배의 요청으로 꾸려진 또 한 팀이 가동될 예정이어서 여유가 흘러넘치던 일상이 조금씩 조여들어오는 데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일할 수 있을 때까진 열심히 해야지.

어차피 오도가도 못하는 붙박이가 된 동안에...... 서랍 속에 묻어둘지는 모르지만 간단한 자격증도 하나 따둘 생각이다.

 

마지막 안부.

내일 오전에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에 오른다.

2007년부터 부지런히 드나들며 여행정보를 얻던 5불생활자 까페에서 까페 개설 10주년 기념 이벤트로 '수마트라 원정대'라는 걸 조직한다길래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지원서를 내버렸더니 120 : 16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되어버렸네그려.(물론 경비는 자부담이다. :-) 

매인 몸인데, 망설이다가...... 과감히 다음주 강의를 앞 뒤로 밀어붙이고 가기로 했다. (이것도 인연인 모양인데 어찌 거부하랴..)

 

이번 여행은 나 혼자서 배낭 메고 다니던 여행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일단 루트가 나 혼자라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오지이고    

(수마트라섬 북쪽 메단에서 시작해서 브라스따기 열대우림, 시바약 화산, 카로 고원, 파라팟 호수,  사모시르 섬, 텔레 루트를 거치는 거친 여정이다)

오프로드 코스이기 때문에 지프를 대절해서 다닌다고 하니 내가 교통편 연구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거나 종일 버스 정류장에서 죽칠 일은 없을 듯하고

여정이 거칠기 때문에 숙박은 오성급 리조트에서 한다니, 거칠다는 이번 여행이 내게는 완전히 휴가여행 되시겠다. 

일면식도 없음은 물론 가깝고도 멀 게 분명한 한국 사람들과 떼로 모여서 가는 것도 내겐 새로운 경험이다. 

이러저러한 면에서 공부 많이 하게 될 것 같아 살짝 기대가 된다.

13일에 떠나 22일 새벽에 돌아온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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