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중국에 살 때부터도 몇 번인가 올 기회가 있었고. 다른 여행지로 가는 경유지로서 스탑오버할 기회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싶은 마음에 굳이 여행지로 정하지 않았던 곳이다. 중국문화와 국제적인 소비문화가 마구 비벼진 상하이나 비슷하겠지 싶어 크게 궁금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는 홍콩 숙박비에 대한 불평을 수없이 들어온 바 비싼 숙박비를 공연히 며칠씩 물 생각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먼저 항공권을 끊어놓은 일행과 브리즈번에서 합류하기 위해 뒤늦게 항공권을 찾다 보니 홍콩을 경유하는 Catyay Pacific 티켓, 그것도 닷새나 먼저 출발하는 티켓밖에 없었다. 마침 내가 홍콩 가게 되면 동행하겠다는 후배가 있어 12월 25일에 출발해서 30일에 브리즈번으로 가는 티켓을 발권했다. 평소 생각처럼 잠시 스쳐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제대로 마음먹고 누비는 5박6일의 본격여행지가 된 셈이다.
혼자 간다면 숙소는 당연히 그 소문 짜한 충칭따샤(청킹맨션) 1인실에 들었겠지만 나름 곱게 살아온 후배님을 모시고 가자니 후환이 두려워 별 세 개 정도의 저렴한 호텔이나 시설 좋은 게스트하우스의 2인실 중심으로 방을 찾았다.
허나 공교롭게도 때는 홍콩여행의 최성수기. 게스트하우스 다인실 침대나 10만 원 이하의 2인실은커녕 20만원대 호텔의 표준방 찾기도 하늘에 별따기였다.
혼자 같으면 일단 가서 해결해보겠지만 일행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할 수없이 평소 애용하던 Hostel.com을 버리고 Agoda.com으로 옮겨앉아 불타는 클릭질 끝에 웬만한 숙소 3박을 확보했다.
1박에 96달러였으니 1인당 48달러, 평소 내 표준숙박비 두 배의 금액이지만 당시의 조건으로서는 만족스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공항버스 조단역에서 내려 오스틴 로드 거쳐 언덕 진 Observertory road(天文臺路)까지 빠른 걸음으로 15분쯤 걸었으니 짐 끌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게다가 (평소의 두 배를 치렀다고...) 기대했던 바에 못 미치는 객실 크기에 살짝 실망.
하지만 28일 이후의 2박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호텔에서 한 급 올리게 되면 딱 두 배(한화 20만원 대)인 3성급 호텔, 이 호텔에서 한 급 내리면 우리가 28일 이후에 묵었던 고시원 수준의 저가호텔(한화 6만원대) 내지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 4인실 침대를 물어야 한다. 방도 없었지만 있었다 하더라도 그 비용 물고 묵으려면 속 쓰릴 뻔했다.
객실 크기는 딱 저거다. 하지만 욕실은 정상적인 별 세개짜리 호텔급이었고 무엇보다도 새로 장식한 건물이라 무척 깔끔했다.
Knustford(樂士) Hotel. 도미토리보다 한 급 업그레이드된 숙소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숙소라고 생각한다.
아침은 주지 않기 때문에 인근에 20홍콩달러 내외의 괜찮은 식당을 함께 추천해본다.
조단역 쪽으로 가는 오스틴로드 왼쪽 골목에 있는 聯成식당. 죽과 국수를 파는 집인데 20홍콩달러 정도면 깔끔하고 흐뭇하게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구룡공원 들어가는 길 왼쪽에 있는 건물 8층에서 발견한 저가호텔이다.
Knurstford 호텔에도 방이 없어서 마지막 이틀 묵을 방을 구하러 엄청나게 발품을 팔다가 발견한 호텔인데 말이 호텔이지 아파트 두어 칸을 딱 고시원 사이즈의 방들로 개조한 여인숙(!)급 시설이었다. 하지만 20만원대 객실조차도 구할 수가 없어서 걱정이 태산이던 차라 샤워할 사이즈도 안 나오는 욕실을 뻔히 보면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예약을 했다.
콧구멍 만한 공간에 침대를 두 개 놓으려니 한 침대는 높직이 걸고 그 침대 아래쪽 직각방향으로 다른 침대를 놓은 필사적인 기발함!
그래도 체크인을 하고 보니 깔끔하고 조용하고 와이파이까지 되는, 의외로 기특한 숙소였다. 짐작컨대 청킹맨션의 1, 2인실이라는 것도 이런 곳 아닐까 싶다.
우리야 잠깐 다녀가지만 이 비좁은 지역에 붙어있기 위해 비싼 월세를 치를 홍콩 사람들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사돈 남 말 하겠나. 서울지역의 고시원, 원룸들 사정도 못지 않을 것인데.
P.S. : 저경비 여행자들의 안식처(!) 청킹맨션과 미란다 호텔 앞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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