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z 가는 길에 들른 장터 겸 터미널.
사방이 허허벌판, 대중교통이 드문 동네라 그런지 꽤 많은 짐꾼들이 대기중이다.
확실히 우리는 눈에 띄는 존재. 관광객에게 익숙한 세프샤오웬과는 달리 시골 동네에서는 카메라 꺼내들기가 쉽지 않았다.
셰프샤오웬에서 Fez 까지 3시간 정도 걸렸다.
양가죽 가공과 염색으로 관광객들을 부르는 이 도시의 상징색은 초록인 모양.
그러나 초록색 기와를 얹은 집보다는 이런 옥상을 이고 있는 집들이 훨씬 많다.
도시(정확히는 구시가지)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꼬불꼬불 좁은 골목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구멍이 뚫려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천장이 덮여 있어 대낮에도 조명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어둡고 샛길도 많고
샛길마다 늘어선 상점들 모양새도 비슷해서 '메디나에서 길을 잃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도 이 골목에서 노닐다 숙소로 들어갈 때마다 길을 잃었다. 떠나기 전날까지... ^^
시장 골목의 낮과 밤
낯선 문물들이 즐비한.... 시장 구경은 재미있다.
하지만 '모시모시!', '오하이오!'를 외치며 달려드는 남자들 때문에 영 거북했다.(여자들은 그쪽에서 눈 마주치기를 거북해 하는 듯하고)
그렇게 여행에서 현지인들이 빠져버리니 웬지 2% 부족한 느낌.
시장통 복판에서 우리가 찾아낸 숙소 Pension Kwatar. 메디나 안에는 싸고 편한 숙소가 널렸다.
방은 보잘 것 없었지만 이 숙소 역시 로비와 옥상이 훌륭했음.
우리가 단골로 잡아놓았던 식당의 푸짐한 아침 메뉴.
얼핏 보면 청국장 같은 저 콩소스(스프?), 보기보다 맛있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기에 문턱을 넘을 수 없었던 곳, 그들의 교회당
살짝쿵 들여다본 모습
예배 전에는 손발을 정결하게......
여기는 이슬람 학교. 입장료도 받고 가이드가 설명도 해준다.
좌 : 글씨도 디자인을 입으면 예술이 된다.
우 : 예전엔 초를 밝혔을 자리에 알전구가 들어앉았다.
이 동네의 "관광명소!" 염색장인데......막상 근처 골목까지 가니 웬지 발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혐오시설이라 그런가? 담장이 높아 쉽게 보기 어렵다면서 잘 보이는 건물로 데려다주겠다고 손 내미는 동네꼬마를 따라가면서도 영 기분이 꾸물꾸물 했다.
결국 소심하게 두어 장 찍고는 발길을 거두어버렸다. 공연히 슬프고 속까지 메슥거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만은 아니었던 듯.
구시가지를 벗어나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신시가지에도 들렀다.
가난한 중소도시가 그러하듯 특별한 인상은 없었지만, 상가건물 중간에 마련된 간이 예배장소가 눈길을 끌었다.
Fez 3일째.
세프샤오웬에서 만났던 미국 아줌마(이름이 뭐였더라)를 다시 만났다.
Fez로 간다기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인연이 있었던 건지 정말 다시 만났다.
내일모레면 환갑인 이 아줌마, 어찌나 체력이 좋고 씩씩한지 혼자 쌀가마니 만한 가방을 지고 다니는데
물을 만나면 다이빙을 하고 언덕을 만나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산골마을로 들어가면 몇박며칠의 트레킹도 마다하지 않는다.
은양도 나도 이 소탈하고 친절한 이 아줌마가 퍽 마음에 들어 모로코에 있을 동안 같이 다니면 어떨까 궁리를 하기도 했지.
어쨌든 헤어졌다 만난 가족처럼 반가워하며 남은 하루를 어떻게 함께 보낼까 궁리하다가 그녀의 제안대로 차량을 빌려 Fez 근교투어를 가기로 했다.
처음엔 무슨 호수가에 갔다가 타라는 당나귀는 안 타고 수다만 떨다가
베르베르인들이 이용한다는 장터에 갔다가
무슨 국립공원인가 정상 전망대에서 차를 멈췄다가 또 언덕에 왕관을 씌워놓은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던 것 같고...(대강 다 그저그랬음)
원숭이들이 서식한다는 침엽수 울창한 공원에 갔다가......
어느 작은 마을에 들러 Fez의 메디나보다 훨씬 현지인들의 수요에 가까워 보이는 시장 구경도 하고
그렇게 뭐 그저그런 투어의 하루를 보냈다.
왜 이리 시무룩하냐고?
사실은 엠마와 대판 싸웠다.(그 아줌마 이름이 엠마였군, 이제야 생각나네)
표면적으로는, 돌아오는 길에 내일 마라케시로 갈 버스표를 예매하려고 메디나 들어오기 전 CTM 버스 정류장에 내려달라고 하니
그 길은 도는 길이라면서 (그래봐야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엠마가 우리의 요구를 원천봉쇄하여 시작된 다툼이었다.
사실 갈등은 그날 점심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녀의 여행담으로 미루어 그녀를 소탈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봤는데 함께 다녀보니 영 아니었다.
고집 세고, 모든 것이 자기 위주고......자기 뜻대로 안 되면 될 때까지 항의하고 궁시렁대고......
이상하게 여행길에서 이런 특징을 보였던 사람들이 모두 미국인이었다. 주인공으로만 살아버릇해서 그럴까? (이런 것도 편견인 줄... 나도 안다만)
얄미운 마음에 점심 먹을 때 슬쩍 한 마디 비꼬았더니 그게 맘에 안 들었나보다. 이왕 붙은 거 나도 기 죽기 싫길래 목청 높이고 빡빡 대들었다.
당황한 은양이 말려 열전은 5분 안에 정리되었지만, 결국 사과도 화해도 없이 헤어졌다. 그래도 별로 후회 안 한다.
그 히스테리 대마왕 고집쟁이 할머니는 한번 당해야 싸다고!! 미쿡인이면 다냐고!!
공연히 길동무와 싸워서 하늘이 노하셨나?
Fez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식당으로 물이 들어온다고 야단법석이 났다.
갑자기 장대비가 억수로 퍼붓자 하수시설이 제대로 안 된 메디나의 좁은 골목으로 큰물이 몰려들어온 것이다.
어서 숙소로 가서 짐을 챙겨 나와야 밤 버스를 탈 텐데 클났다. 물살이 어찌나 거센지 한 발 내디뎠다간 물에 쓸려내려갈 지경.
점포들마다 물 퍼내느라고 야단이 났는데, 왜 난 '여행하다 수재도 만나고....' 뭐 이런 생각부터 나는 거지? (ㅋㅋ 덜 컸다.)
다행히 한 시간 남짓의 대소동 후, 비에 깨끗이 씻긴 Fez의 하늘을 등지고 우리는 남쪽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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