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영국 2 - 런던 2

張萬玉 2009. 3. 3. 11:47

제3일

 

오늘 계획은 대영박물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예매해둔 뮤지컬을 보는 것인데

숙소에 있는 그 누구와도 마주치기 싫어 신새벽에 주방 싱크대에서(이것도 사연이 있다) 고양이세수를 하고 숙소를 빠져나왔더니 도무지 갈 데가 없다.

하릴없이 버스 2층에 올라앉아 런던탑, 트라팔가, 리젠트 스트릿을 거쳐 종점인 패딩턴 역까지 갔다가 트라팔가 광장으로 돌아왔다.

 

런던 일일교통권 유감.

런던의 일일교통권이 다른 나라들처럼 24시간권이 아니라, 저녁에 샀어도 밤이 지나면 쓸 수 없는 그야말로 일일권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는데

바가지 쓴 것 같은 분한 생각이 드는 거다. 흥, 내가 당할 것 같으냐?

엊저녁에 산 일일권의 날짜를 가리고 (내가 스스로 정한 정당성에 근거하여) 뻔뻔하게 무임승차. ㅋㅋㅋ

(언더그라운드의 경우 날짜 지난 표를 넣으면 개찰구가 안 열리지만 버스에서는 기사에게 표를 보여주고 타기 때문에 운에 따라 무임승차가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몰라서 저녁 표를 사놓고는 공연히 런던 교통 시스템을 탓하다니... 

 

 

 

Pret a manger에서 만족한 아침을 먹고 내셔널 갤러리 관람. 

내셔널 갤러리는 너무 유명하니 포스팅 생략.

내셔널 갤러리가 아니라 인터내셔널 갤러리라고 개명해야 할 듯. 주로 남의 나라의 볼거리가 무궁무진이다. 

특히 이집트 쪽 고대 유물과 그쪽에서 발견된 초기 기독교 유적들은 육안으로는 처음 보는 것들이라 꽤 흥미로웠다.  

(자기네도 저지른 짓이 있어서) 입장료를 안 받으니, 시간만 있으면 몇 번이라도 와서 볼 수 있겠구만...... 대신 사진을 열심히 찍어두었다.

 

  

부록으로 바로 옆에 있는 초상화 갤러리까지 섭렵.

 

 

퀸 노래,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노래가 레파토리의 절반이었다.

더우기 내가 아는 곡들은 반주만 나오다 만다. ㅠ.ㅠ

스토리는 스탠딩 코미디처럼 좀 유치하고 밋밋했다. 참된 락을 찾는다는 스토리는 접고 계속 노래와 춤만 추면 좋겠는데....

게다가 퀸 곡을 여자가 부르니 머라이어 캐리가 되더라고..

GAGA girl들의 코러스와 배경화면은 나름 훌륭했다. 멋진 뮤비를 보는 느낌.

본고장이라 그런지 역시 따라 부르는 이들이 많고 심지어 앞자리에 앉은 꼬마들까지 헤드뱅잉 무아지경.... ㅋㅋ

아무래도 프레드 머큐리의 미성에 길들여진 귀는 주연배우의 열창에도 성이 차지 않았다.

역시 난 뮤지컬보다는 콘서트 쪽이라니까. 

 

제4일

 

밤 비행기를 타고 에딘버러에 갈 예정이라서 체크아웃 해놓고는 작은 배낭을 메고 나섰다.

시내 쪽 돌아다니느라고 한번 돌아보지도 못한 동네 뒷골목을 거쳐 런던탑 앞을 지나 타워브리지까지 걸어갔다.

 

 

흠, 동네에 요트가......

 

어쩌다 보니 감옥 구경할 시간을 못 빼놨군.  

 

 

런던에는 그 '무너진다'고 세계적으로 소문난 오리지널 '런던 다리'가 없다.

오가는 차량들의 하중을 못견뎌 falling down 하기 직전 미국 애리조나주 어느 독지가에게 팔렸다고 한다.   

이 다리는 타워 브리지이고 어제 주빌리 파크에서 건너온 다리는 밀레니엄 브리지인데 어제 그 다리도 꽤 흔들린다네.

 

타워 브리지 중간에서 뒤돌아본 런던탑 쪽

 

타워 브리지를 거반 다 건넜을 때쯤 내려다본 런던 시청사 쪽

 

테임즈강을 끼고 걸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정장 신사 숙녀들 속에 끼어...... 이게 무슨 팔잔가 싶은 묘한 기분.. ^^

첫번째 목적지는 버로우 마켓이었는데 목요일에만 선다고 하여...  세익스피어 극장 거쳐 테이트 모던까지 계속 걸었다.

 

 

흠, 이런 장면을 찍고 있으면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피어오른다.

일찌감치 시나리오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건데......ㅋ

 

걷다 보니 어제 걸어서 건넌 밀레니엄 브리지까지 왔다.

 

테이트 모던 박물관.

2차대전 직후 런던 시내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지어졌던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하여 2000년에 현대미술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로 개관했다고 한다. 

그대로 보존된 발전소의 외관이 이 박물관의 의미를 제대로 체현하고 있는 것 같아 신선했다.  

 

작품들이 좀 어려웠지만 무료라는 점에서 기쁘게 관람했다.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으면 4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조금은 기억해낼 수 있을 텐데.....  

뭐가 있었는지 작품들은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모던'한 갤러리 내부 인테리어와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던 템즈 강변 풍경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

 

 

박물관에서 점심을 먹고, 갤러리 바로 앞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템즈강을 건너간다.

목적지는 테이트 브리튼 박물관. 훗, 나도 런더너가 다 된 듯 점점 런던에 익숙해져가고 있군.

 

 

가장 영국적이라는 테이트 브리튼 박물관.

이 박물관에 작품이 넘쳐서 테이트 모던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적인 그리고 매우 영국적인 그림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말로만 듣던 터너의 작품도 꽤 있었다.

강렬한 붓질을 품고 있는 눈부신 빛...... 그 속에서 파도가 대기가 마구 요동친다.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몇 점 업어왔다.

 

 

 

 

 

 

 

 

  

 

 

  

 

 

 

 

 

테이트 박물관에서 나와 공항 리무진을 타러 빅토리아 코치까지 걸어갔다. (읔, 걷지 말아야 했다. 특히 박물관 관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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