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일
브뤼셀 미디 역에서 유로 존 출국 및 영국 입국 수속이 이루어진다.(영국은 유럽이 아닌 게 확실하다!)
바다 밑을 달린다기에 좀 궁금했지만 말 그대로 터널 안이었던 1시간... 그리고 다시 30분 지상을 달려 런던 판크로스 역 도착.
공항 같은 기차역에서 두리번 두리번. 유럽은 만만했는데 왠지 영국은 낯선 얼굴로 날 주눅들게 한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너무나 많이 남아버린 유로를 파운드로 환전하고
(원래 계획은 유럽 대륙에서 유로 다 쓰고 영국에 와서는 현금을 새로 인출할 계획이었는데... 짠순이 같으니라고.)
다시 두리번 두리번 언더그라운드 킹크로스 역 쪽으로 걸어와 Oyster card라는 걸 사가지고 분홍색 라인 타고 Aldgate East역에 도착하는 데 성공.
숙소와 나의 악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런던 UK House 1호점.
숙소를 예약할 때 주소를 알려주는 게 당연하건만 왠지 번거롭게시리 역에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해서......
숙소 관련 속 썩은 얘기는 다음에 몰아서 하기로 하고, 여하튼......
배낭을 던져놓고는 일단 튀어나가본다. 런던 관광의 황금노선 15번 버스 타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손끝을 얼리던 추위는 어디 가고 갑자기 눈부신 햇살이 활짝 피었다.
반가운 풍물 소리를 따라가보니 광장 한쪽에서 독도가 한국땅임을 외치는 한국 청년들의 풍물공연과 태권도 시범이 한창이다.
북적거리는 소호 거리에서 인파에 밀려 이리저리 떠다니는데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대도시에 들어선 첫날은 대개 외롭고 심란하다. 파리에서도 그랬고 베를린에서도 그랬고......낯을 가리느라고 그러는 모양이다.
서둘러 뮤지컬 We Will Rock You 티켓을 예매(26파운드짜리 할인표였음)하고, 김치 한 봉지 사들고 들어와 라면 끓여먹고 일찍 취침
제2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15번 버스에 올라 트라팔가 광장에서 내린다.
다행히 오늘은 아침산책도 마음도 신선하다.
호스가드, 다우닝가 10번지, 국회의사당을 거쳐 그린파크 쪽을 향해 걷다가 반전시위 텐트촌을 만났다. 런던의 심장부 웨스트민스터 광장 앞이다.
현안은 아프간 철군인 듯한데 현수막은 자본주의 질서를 비난하고 지구촌의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는 포괄적인 구호로 가득차 있다.
텐트와 취사장비까지 갖추고 잔디밭에서 요가를 하는 이들까지 있는 걸 보아 시위는 장기전으로 갈 모양이다.
이틀 뒤 에딘버러로 가는 비행기에서, 바로 윗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휠체어 탄 할아버지가 연행되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상이군인으로 모든 반전시위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유명인사라고 했다.
어쨌든 일요일을 맞은 런던은 평화롭기만 하다.
그린파크는 민간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여왕의 사유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주쯤 전에 중국인 몇이 이 공원 연못에 사는 (감히 여왕의) 오리를 잡아먹은 사건이 발생, 중국인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네.
나도 배낭 같은 거 안 메고 돌아다니면 이 동네 사는 중국아줌마로 보일 텐데, 행동거지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음. ㅋㅋ
그런 피비린내 나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기만 한 그린 파크...... 내가 밟아본 런던의 공원 세 군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꼭 가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몰려가는 기미에 나도 모르게 어느새 버밍햄 궁전까지 걸어가버렸다.
그 소문 짜한 근위병 교대식이 시작됐다.
왜 영국 사람들이 여왕에, 그리고 왕실의 모든 것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모르겠지만 햇살 따스한 봄날 미남군단 구경이라니, 즐거운 일이긴 하지. ^^
다시 소호 거리로 돌아가 놀러나온 사람들 구경하다가......H & M에 들어가 쇼핑하는 척 하다가......
지겨워서 Fish & chips 간판 걸린 식당에서 맥주 한잔. 약간의 외로움과 낮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다가......
해 저물녘쯤 언더그라운드를 타고 워털루 역에서 하차. 런던아이가 있는 주빌리 파크로 이동.
낮에 가봤던 다른 공원들에 비해 이 공원이 서민들에게 더 친숙한 공원 아닐까 싶다.
유색인종(특히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와 파키스탄 사람들)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고
햇볕 아래 나홀로 널부러져 있는 여타 공원과는 달리 이 공원에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먹을 것을 싸들고 와서 시끄럽게 노는 축들이 많다.
아휴, 잘들 논다. 손뼉 만으로도 어깨가 들썩거리는 니들이 정말 부럽구나.
경치도 경치지만 나는 사람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마구 들이댈 수가 없으니 몰래몰래......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모뉴멘트까지 걸어가서야 귀가버스에 올랐다. 두 다리가 몹시 수고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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