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들여다본 다르에스살람
다르에스살람은 이슬람 무역상들에 의해 개척된 이래 오랜 세월 탄자니아의 실질적인 수도 역할을 해왔던 도시. (공식 수도인 도도마는 아직 건설중이란다)
비록 잔지바르섬으로 가는 길에 간이역처럼 잠깐 머물렀던 곳이지만 과거의 역사와 명성을 짐작하게 하는 도시의 면모, 특히 인종의 전시장 같은 다문화적인 분위기는 탄자니아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비행기가 다르에스살람에 섰다가 잔지바르까지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조금이라도 빨리 '안착'할 곳에 가고 싶었던 몇몇은 왜 다르에스살람에서 공연히 이틀밤을 허비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목적지만 딱 찍고 다니는 일반 여행사에 비해 '여정'을 중시하는 '단체배낭' 전문 여행사가 설계한 상품이라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러가는 길에 하룻밤 묵었던 '루사카' 역시 그랬다. 어쨌든 한 나라의 수도에 발을 들여본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오후 다섯 시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에 떠나야 했고 잔지바르에서 돌아온 날 역시 딱 그만큼의 시간밖에 가질 수 없었던 다르에스살람의 기억은 아쉽게도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았다. 그것도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을 공격적으로 표시하는 무슬림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비굴모드가 역력한......
숙소 앞 길. 비교적 번화가.
가운데 있는 구조물은 버스 승차장이다.
다문화도시답게 모스크, 성당, 힌두사원, 교회 등등이 사이좋은 이웃을 이루고 있다.
오랜 동안 이슬람 세력의 영향하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슬람교가 절대 우세.
"노 포토!!"
숙소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있다는 어시장 찾아가는 길.
아프리카 전통 보드게임 만칼라
십대 소년들도 일꺼리만 있으면 몸 안 사리고 어른 한 몫 너끈히 해낸다.
잔지바르 섬에서 돌아오던 날엔 가장 큰 시장이라는 메르까도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큰 시장인 건 맞는데 향신료 도매시장이었고 더군다나 저녁 무렵 이미 파장이라 내가 기대했던 시장풍경은 별로 보지 못했다.
부엌도 없는 내게 자꾸 마른국수와 야채를 사가지고 가서 해먹으란다.
깜찍한 꼬마가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길래 만만하게 여기고 한장 찍었더니 아이 엄마가 당장 지페 한장을 꺼내보이며 '머니!"를 외친다.
사진 찍으면 모델료를 줘야 하는 거, 아프리카에선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심지어 공공건물을 찍는 걸 보고 달려와 돈 내라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사진 찍는 걸 너무 쉽사리 여겼구나 싶은 생각조차 들더라고...
마침 라마단 기간이었다.
금식이 해제되는 저녁 8시에 맞추어 염소고기를 굽고 있는 숙소 앞 노천식당.
킬리만자로 호에서 만난 사람들
잔지바르행 페리는 완행과 급행(그리고 일설에 의하면 무허가 민간인 보트)이 있는데 우리는 한국사람답게 급행인 킬리만자로호에 올랐다.
세 시간이 채 안 걸렸다.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30년 만에 고국땅을 밟는다는 덴마크 아저씨의 사연을 들었다.
그가 잔지바르를 떠난 건30년 전, 20대초반이었을 때란다.
잔지바르에 여행 왔던 독일인을 안내해주었던 큰형이 그 인연에 의지해 독일로 가게 되었고
작은형과 자기도 뒤를 따라 유럽의 몇 도시를 전전하다가 덴마크에 정착해서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인간극장 깜인데 감동 스토리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30년 만에 돌아왔는데 선착장에서 우연히 어릴 적 친구들과 마주쳤고 한눈에 서로를 알아봤단다.
(사진은 이 스토리와 관계없는, 고맙게도 나의 사진기를 웃으며 바라봐준 예쁜 소녀와 그 가족들이다)
갑판에서는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기념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잔지바르의 친정으로 놀러간다는 두 자매를 만났다.
화려한 외모가 중동 쪽 혈통 같길래 물어보니 역시 부모님이 오만 출신이다.
잔지바르에서 자랐고 나란히 다르에스살람으로 시집을 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두 자매는 모두 사촌오빠들과 결혼을 했다.(이 동네에선 예삿일인 듯)
언니 신랑은 인도에서 사리를 수입하여 팔고 동생의 신랑은 탄자니아의 수산물들을 가공하여 중국으로 수출한단다.
사는 형편들이 괜찮은지 두 집 아이들 모두 사립유치원에서 배운 영어가 유창하다.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노래들을 경쟁적으로 불러제끼던 이종사촌 형제들. ^^ 녀석들 재롱에 뱃길이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잔지바르 시청이 보인다.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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