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 볼 시간도 없었기에 서울서 들고 온 쌀과 밑반찬, 밭에서 뽑은 얼갈이배추로 된장국을 끓여 간단히 아침 해먹이고
어제 너무 애쓰신 오빠와 아저씨는 나가 노시라고 등을 떠밀고 아들넘이랑 둘이서 집 정리에 들어갔다.
우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데 기본 양념을 비롯해서 휴지, 비누 등 소모품을 챙기다 보니 카트가 넘친다.
거기에 아들넘이 방한용 뽁뽁이를 한보따리 챙긴다. 간밤에 전기장판을 깔아서 등쪽은 절절 끓는데 코가 시리더라나.
다음엔 식탁, 행거, 주방용 선반 등 간이 가구 조립.
일머리 없는 줄 알았던 아들녀석이 제법이다. 간간이 혼자 산 이력이 나오는가보다.
게다가 창마다 뽁뽁이 붙여주면서 기름값이 아무리 비싸도 병 나면 돈 더 들어가니 아끼지 말고 팍팍 때라고 잔소리꺼정.... 제가 대줄 것도 아니면서.... ㅎㅎ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정리가 발이 묶였다.
집을 볼 땐 몰랐던 곰팡이가 출현한 것이다. 장롱을 놓았던 자리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일단 락스를 흠뻑 뿌려두었다. 마르면 뿌리고 마르면 뿌리고... 한 이틀 말렸다가 아들 올라가기 전에 같이 도배를 할 생각이다.
그나마 한 구석만 그렇고, 벽지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리모델링 한 지 2년차인 데다 전에 사시던 할머니가 그 연세 치고는 깔끔하게 살림을 하셨다 했는데 세부 청소에 들어가보니......
창틀마다 흙먼지가 숫가락으로 파내야 할 정도로 쌓여 있었다. 욕조도 색깔이 그런 줄 알았는데 수세미를 대기 시작하니 색깔이 변한다.
에구, 멀고도 먼 입주청소의 길이여~
해도 아직 안 떨어졌는데 오빠가 돌아왔다.
마당 있는 집인데 사람들 놀러오면 바베큐라도 해먹으라고 반으로 자른 드럼통을 구해가지고....
그리고 길에서 뒹굴길래 주웠다며 적채를 다섯 덩어리나... ㅋㅋ
풍광 좋은 제주에 왔는데 어디 멀리도 안 가고 낚시대 하나 사서 저녁에 먹을 매운탕꺼리 잡는다고 한림항에서 시간 다 보내고 오셨단다. (빈손으로...ㅋㅋ)
쓰레빠 끌고 나갈 만한 거리에 횟집이 있는데, 종일 힘들었겠다고 나가지 말고 있는 밥 먹잔다. 우리 오빠가 저렇게 자상한 양반인 줄 진작엔 몰랐네..
밤이 되니 천지가 울어제낀다.
그래도 웬만큼 정리가 된 집에 제법 사람 사는 훈기가 도니 별로 심란한 줄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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