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가 제주를 찾은 또하나의 목적은 눈꽃 핀 한라산을 등반하는 것.
내게도 눈 덮인 한라산에서 뒹구는 것이 제주생활에서 추구하는 로망이건만(2002년 2월에 성판악 코스로 백록담까지 올라가보긴 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이사 후유증인지 겨울 증후군인지 오른쪽 무릎이 부어오를 조짐이 보여 욕심을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오늘만 날도 아니고......
내가 빠지겠다니까 친구도 덩달아 빠지겠단다.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영실 매표소에서 부자를 내려주고 우리는 발 닫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오후 네 시에 돈내코 야영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틀 전 내린 눈 때문에 한라산 진입도로가 통제되었을까봐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야 하려나 했는데
다행히 길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대신 차들이 매표소 전방 2킬로까지 세워져 있어 더 이상 진입할 수가 없다.
매표소부터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휴게소까지의 포장도로만 해도 도보로 1시간 가까이 걸어야 하는데.
어쨌든 친구와 나는 대평리 쪽으로 차머리를 돌린다.
올레 7코스는 걸어봤어도 해안도로만 걸었지 그 뒤쪽엔 뭐가 있는지 몰랐다는 친구, 예상대로 많이 즐거워한다.
내가 좋아하는 안덕계곡, 그 계곡에 안긴 작은 마을......이 친구도 좋아해줘서 정말 기쁘다.
인간극장에 나와 유명세를 타고 있는 피자집 '거닐다'에서 '소피아 로렌' 피자와 샐러드로 점심 먹으며 즐거운 수다.
소꼽장난 커플처럼 여릿여릿 하던 부부가 어느새 부모가 되었나보다. 발가벗은 귀여운 아기천사의 뒷모습이 매장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유리의 성.
유치할 것 같아서 예전엔 가볼 맘 안 먹었던 곳인데 픽업 약속한 시간과 거리에 맞는 곳을 물색하다보니 서광리 쪽으로 오게 됐다.
오설록 차박물관 바로 옆이라 두 군데 묶어서 둘러봤는데, 차 박물관은 (관광객이 많아) 그저그랬고 유리의 성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설치물과 어우러진 작은 숲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밤에 오면 꽤 근사할 듯.
픽업해달라는 전화는 예상보다 일찍 왔다.
돈내코 코스가 개방되기는 했지만 눈이 너무 쌓여 길을 찾기도 어려운 데다 인적이 없어서 욕심을 접고 영실로 되돌아왔다고.
컵라면 하나로 때우고 눈길과 싸우느라 기진맥진했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노라고, 두 사람 모두 입이 귀에 걸려서 내려왔다.
해 지는 사계리 해안에서 지는 해 보고(이 사진 아님. 현지인이 되니까 아무래도 사진찍기에 소홀해지는 듯. ㅋㅋㅋ)
바람 부는 모슬포 '최남단 횟집'에서 8만원짜리 '중짜'로 네 사람이 배 터지게 먹었다. 제주는 참 여러가지로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아래 사진들은 한라산에 올랐던 두 사람의 휴대폰 사진에서 얻은 몇 컷. 이걸로나마 겨울 한라산에 대한 내 갈증을 달래보려고.....^^
'제주살이 > 애월리 四季'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세팅 2 - 삼시세끼 (0) | 2015.01.12 |
---|---|
일상 세팅 1 - 기상! (0) | 2015.01.12 |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0) | 2015.01.08 |
입도일기 3 (0) | 2015.01.05 |
입도일기 2 (0) | 2015.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