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애월리 四季

일상 세팅 2 - 삼시세끼

張萬玉 2015. 1. 12. 12:29

아침형 인간이었던 시절, 나는 아침을 잘 먹고 잘 챙겨먹는 타입이었다.

7시면 설겆이까지 땡! 그러니 출출해져서 열 두시 땡 치면 점심 설겆이도 땡! 저녁식사도 6시면 땡!

그리고는 긴 밤이니...... 공복에 '제대로 된 아침식사'가 가능한, 건강을 운위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상적인 식사습관을 가져왔던 것이다.

헌데 늦잠꾸러기가 된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하루 세 끼가 버거워졌다.

저녁 시간은 변하지 않았으니 아침이 늦어지면 더 배가 고파야 정상인데, 먹을 시간을 넘겨서 그런 건지

일어나 한참을 돌아다녀도 도무지 배고픈 줄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실험중이다. 언제 몇 번 어느 정도 먹어줄지.

 

  

왼쪽 사진의 상추샐러드와 오른쪽 사진의 마늘대 무침은 전에 살던 할머니가 심어놓은 거 한줌씩 뽑아 만든 것.

나름 챙겨먹으려고 신경 쓴 밥상이다. ㅋㅋㅋ

 

봄이 되면 텃밭을 파헤쳐서 푸성귀를 조금(아주 조금만) 심어볼까 한다.

창피하지만, 이사오기 전에 텃밭 백과라는 책을 샀다가(워낙 잘 쓴 책이라 거기에 반해) 1년 농사 시뮬레이션 까지 해볼 정도로 텃밭 가꾸기에 꽂혔었다. 

농사 좀 지어 본 친구가 웃으며, '돗자리 편 크기만큼만 지어라' 했을 때도, 남들이 하는 거 나라고 못할까 했다.

허나 이사 와서 50평도 훨씬 넘는 밭에 갓과 마늘과 부추와 무가 잡초와 뒤엉켜 자라고 있는 걸 보고는

(정확히는 '의욕적으로' 덤벼들어 갓 몇 포기 수확해보고는...ㅋㅋ) 내가 그리 농사적 인간이 못 된다는 걸 깨달았다.

또 기를 쓰고 저 밭 다 가꾸면 뭐 한다냐. 내가 먹어봐야 한 주먹이지, 농협에 내다 팔 껀가 오일장에 내다 팔 껀가.

택배비 들여 육지로 보내 봐야 고마움 대신 잔손 가는 일꺼리나 안기는 꼴일 테고, 그냥 놔둬 썩힌다면 잡초 뽑아 잡초 키운 셈이지.

그래도...... 이왕 보너스로 받은 건데 딱 재미있는 만큼만 놀아볼 생각이다.

'건강한 밥상을 위한 텃밭채소 가꾸기' 같은 목표의식은 애당초 없었지만

내가 키운 녀석들이 싱싱하게 자라주면 밥상 차리기가 아무래도 더 즐거워지지 않겠나. 

 

갓 수확중.

마늘잎과 갓의 머리끄뎅이를 단단히 쥐고 있는 저 이파리 동글동글한 녀석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할머니가 가꿔놓은 마당 오른쪽 꽃밭에도 자리를 잡고 진분홍 꽃을 피워내고 있는 저 녀석들 말이다.

굳이 캐내야 하는 건가? (여기를 꽃밭이라고 여긴다면 금잔화?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마늘들이야말로 꽃 아닌 잡초일쎄)

 

고구마를 길렀던 뒤꼍에도 뭔가 우북한데, 돌도 많은 이 지역은 갈아내기도 쉽지 않아 보이니 집 없는 녀석들 자리잡아 살라고 걍 냅둘까 한다.

혹시 무화과가 좀 열리려나?

 

삼시세끼 얘길 하자면 빠뜨릴 수 없는 게 장 보는 얘기다.

제주 오일장은 2일과 7일, 한림 오일장은 4일과 9일이다.

필요한 건 마트에 거의 다 있지만 가끔 장 구경도 나가볼까 한다.

이미 한림 장 구경 갔다가 애월읍에 없는 목욕탕 발견. 1회 4500원 하는 목욕티켓 26장을 한번에 끊어 26000원 절약했고

(우리 욕실 겸 화장실 겸 세탁실은 리모델링하면서 달아낸, 난방장치 전혀 없는 공간이라 겨울에 샤워하긴 너무 춥다. 3500원씩 반 년간 목욕문제 해결...ㅋ)

제주 오일장에 가서는 농사용 장화랑 엉덩이 부착용 깔판(이효리가 블러그에서 엉덩이 쏙 내밀고 자랑하던...) 사고

광목천 푹푹 끊어 중창 세 개, 대창 하나 가릴 커튼을 맞췄는데 공임 10만원에 천값 7만원. ^^

 

 

제주 사는 친구가 '리스'해준 그림이 식탁보와 커튼에 맞추기라도 한 듯. ^^

 

단순한 광목천이지만 주름을 넣었더니 한겹 거른 햇살 톤이 일품이다.

윗풍 썰렁하던 방이 아늑해진 건 물론이고......

 

본격적인 장 구경은 날 잡아 제대로 시켜드립죠. (현지인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사진을 안 챙기게 되서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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