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애월리 四季

김광석 추모 콘서트

張萬玉 2015. 1. 14. 17:47

밋밋한 일상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은 특별활동에 할애할 생각이었다.

하루는 제주 여행(동네 아닌 곳), 하루는 문화활동.

지난 주말에는 우연히 접한 김광석 추모 콘서트 소식 덕분에 체류 첫 주의 이벤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인디 밴드들이 큰 홍보활동 없이 속닥하게 벌이는 콘서트라, 동네잔치 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그 외진 중산간 마을에 300여 명이나 모여들었다.

전혀 처음 들어보는 출연진들이고 순서지도 없어서 누가 어떤 곡울 불렀는지 정확하게 復棋가 안 되지만

확실한 건 나도 모르게 제주 인디밴드의 늪에 발을 딛고 말았다는 점이다.

 

예술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빈집 프로젝트'에 의해, 방치되었던 창고에서 갤러리 겸 공연장으로 개조된 '탐라표류기'

 

 

앗, 공연 시작하기도 전인데 요 지점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아웃.

할 수 없이 까페 소리 쥔장 블러그에 올라온 사진 몇 장 살짝 옮겨왔다.(안 막아놓으셨으니 가져가도 된다는 뜻으로 알고..)

감동의 끄트머리를 붙들어두고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 검색으로도 잘 안 찾아지는 '인디' 가수들이기 때문에

내 블러그에라도 흔적을 남겨 작은 응원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사진 두 번째 줄 왼쪽이 오프닝을 장식한 김수수씨. '구름과 나'와 '불행아'를 불렀다.

정태춘 스타일. 노래패 꽃다지 출신으로 제주에서는 많이 알려진 분인 듯.

농산물을 길러 팔면서 이중섭 거리 어디에선가 버스킹을 한다고 들었다.

 

공연 두번째 순서는 그 이름 만큼이나 따뜻한 Strings's Hug.

바이올린까지 가세한 고급스런 연주에 흠뻑 빠졌던 시간. (사진은 아래에 나온다.)

 

사진 두번째 줄 오른쪽은 초등학생들. 무대에 올라왔을 때는 마을공연 컨셉의 구색일까 했는데 웬걸.... 실력이 어른가수 뺨친다.

김광석 노래가 앳된 목소리에 실려 쭉 뻗어나가니 이건 또 색다른 감동이다.

 

첫번째 줄 오른쪽 긴 사진의 주인공은 드라마 '미생'에 고과장으로 나왔던 배우인데

김광석과는 대학시절부터 오랜 친구였다고 한다. 김광석과의 추억을 얘기하고 노래도 한 곡 불렀는데 배우의 노래솜씨가 가수 못지 않다.

평범한 외모에 추리닝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웬지 후광이...... 역시 배우는 배우인 모양이다.

 

첫번째 줄 가운데 사진은 깡통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조수경..

20대 초반 아가씨의 선곡이 뜻밖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여서 기억에 남는다. ^^

 

두번째 줄 오른쪽 사진이 스트링즈 허그.

 

세번째줄 왼쪽 사진이 제주시에서 맥주집을 하고 있다는 최성훈씨, 오늘 매상 백만 원을 포기하고 왔다면서 '우르릉~' 첫 스트록을 날리는데......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날것 그대로 폭발시키는 목소리, 기타 몸통까지 두드리는 강렬한 비트까지......우와!

저 술집 어디인가 (분명 일주일에 하루쯤은 라이브 무대를 꾸미지 않겠나 하는 기대로)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드신다..

 

세번째줄 마지막 사진은 '김광석 다시부르기 까페' 제주 모임 멤버들의 무대. 역시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력.

 

윗줄 오른쪽 사진은 노래패 꽃다지 출신이라는 양승미씨. 풍부하고 위력적인 볼륨.

두번째줄 오른쪽은 조성일씨. 억새밭에 부는 바람소리 같달까. 다른 노래들도 더 들어보고 싶었다.

평화운동가이자 소외된 사람들 편에서 노래하는 '민중가수'로 얼마 전 1집 앨범을 냈다고 한다.

 

두번째줄 왼쪽 사진은 인터넷을 폭풍검색하게 만들었던 마초밴드 비니 모터.(결국 못 찾았다. ㅠ.ㅠ)

보컬의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개성있는 비주얼의 베이스 주자의 날랜 손가락도 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는데 위력적인 사운드로 관중 압도!

두 곡씩만 부르기로 했던 룰에도 불구하고 결국 앵콜 한 곡을 더 내놓고 말았다. '빙떡! 빙떡! 이게 빙떡이야!'

 

 

여성 싱어 김소리의 화사한 음색이 귀를 확 사로잡는 Luppy World.

기타와 젬베 연주자들은 밴드 없는 무대의 세션으로 공연 내내 활약했다. 

 

아마추어 밴드라고 하기엔 너무나 프로페셔널한 밴드, Moon Je(제주의 달로 해석해도 되시겠음).

연주도 보컬도 '아름다웠다.'

이웃간인 두 내외와 지인인 베이스, 가야금 연주자가 짬짬이 만나 꾸려낸 무대라고 한다.

이 밴드의 리더는 과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다운 조직적 기량으로, 이 콘서트를 실질적으로 꾸려낸 장본인이자

한경면 저지리 녹차분재로에 있는 까페 '소리'의 쥔장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아드레날린 세례를 듬뿍 받았던 세 시간.

과연 김광석은......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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