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애월리 四季

텃밭의 재발견

張萬玉 2015. 4. 14. 11:02

집 떠난 지 3주만에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마당 한 가득 꽃등불이 가득 켜져 있는 것이다. 우리집에 금잔화가 저렇게 많았던가?

게다가 있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작고 메마른 관목들, 심지어 말라죽은 줄 알고 정리대상 리스트에 올려놨던 녀석까지도

저마다 화사한 꽃송이들을 매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세상에! 심지도 않고 물도 한번 안 줬는데 어떻게 저리도 싱싱하게 살아나왔냐. 

 

 

1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쭈욱 이랬던 밭이......

 

4월초에 갑자기 화사하게 변신을 한 것이다.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이....;

 

요녀석...(난 얘 이름도 모른다. ㅠ.ㅠ)

 

그리고 왼쪽의 조 녀석. (누가 보더니 앵두나무라고 한다)

이 사진은 바람이 몹시 불었던 닷새쯤 지난 뒤에 찍은 거라 두 나무 모두 꽃이 떨어진 상태다.

오른쪽 나무 뒤쪽으로는 들장미가 살금살금 담을 타고 있다.

 

노랑 주황 금잔화와 수선화 잎 사이로 새초롬한 보랏빛 씨방을 흰 꽃잎 속에 숨긴 녀석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얘도 금잔화인지 다른 종족인지, 도대체 언제 어떻게 금잔화 동네로 이사온 건지.....

 

땅으로 지저분하게 기어다니기만 하길래 광대나물과 함께 잡초처리하려고 하다가

눈부신햇살님이 '버베나'라고 이름을 알려주시길래 집행을 유예했던 녀석들인데, 노란 꽃 속에 대담한 포인트를 아로새기며 씩씩하게 번지고 있네.

 

   

그리고 대문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요녀석, 1월에 찍은 사진에서는 존재도 없던 녀석이 정말 무성하게 잎을 피워냈다.

꽃을 보더니 배꽃이 맞다고 누가 그러네. 그럼 가을에 배도 따서 먹는 거? ㅋㅋㅋ

 

꽃밭 가장 말석에 자리잡았던 애플민트.

한창 물이 올라 진한 향기를 뿜어낸다. 두어 잎 따서 뜨거운 물에 우려보니 이게 바로 허브차네. ^^

스파게티 소스 만들 때 바질 대신 쓰기도 한다니 한번 해볼까나?

 

요녀석도 저 자리에 늘 있었던 건데 관심이 없어서 이름도 안 알아봤다. 

근데 저렇게 컸네.(이름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욥!)

 

헛, 그러고 보니 동백나무도 있었군.

 

세상에, 철쭉도 작긴 하지만 세 그루나 있어.

 

뭐지, 무화과나무 발등에서 자라나오는 이 녀석은?

 

무화과 나무도 앞뒷뜰 합쳐 네 그루나 된다. 산 나무인가 의심했는데 새봄이 오니 잎을 무성하게 피워올리는군.

가을에 무화과 좀 따겠구나. 씐나 씐나~~

 

상추도 두 포기뿐인 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섯 포기가 됐다.

잎을 거의 다 따먹힌 두 포기도 다시 무성하게 잎을 올리고......

 

제주돼지 사들고 와서 상추쌈 내오라던 제주 친구가 발견해낸 방풍나물.

연한 잎을 따서 곁들여먹으니 쌉싸레한 향이 코를 찌른다.

말린 방풍나물은 남양주 살 때 마석장에서 사본적 있는데, 눈앞에 생나물을 두고도 몰랐다니.... ㅋㅋ

마른나물은 볶아먹었던 것 같은데, 생나물이라 그런지 데쳐서 된장에 무쳐먹으면 맛나단다.

1일에 함께 내려온 후배가 뒷뜰에 무성한 쑥을 발견하고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서울촌년인 줄 알았는데 칼을 들고 나서더니 금방 한 소쿠리.

둘이 머리 맞대고 앉아 순식간에 쑥밭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쇠기 전에 거둬야 한다고 한 소쿠리 따서 데쳐 냉동실에 넣어주고 또 한 소쿠리 따서 제 여행가방에 챙겨넣고

또 한소쿠리 따서 쑥버무리... 하려다 참았다. 너무 쑥만 먹다간 웅녀 될까봐. ^^

 

잡초로 오인한 무식한 주인 탓에 뿌리째 뽑힐 뻔했던 부추도 제법 베어먹을 만하게 자라났고 그 옆으로는 산발한 달래가 올라오고 있길래

부추 빡빡하게 넣어 부추전 부치고 달래간장 만들고 쑥국까지 끓여 봄날표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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