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일부러 찾아오는 아름다운 길을 거의 매일 산책하면서도 도무지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카메라를 안 들고 다니게 된 것이 제주도민이 된 부작용 아닐까. ㅋㅋㅋ
# 한담공원 & 곽지해변
얼마 전 엠비씨 드라마 맨도롱 또돗을 찍어 갑자기 와글와글 관광지가 된 한담길 시작점.
여기부터 곽지해변까지 이르는 산책길은 작년 11월 한달살기를 할 때 탄성을 질러가며 어느 한구석이라도 놓칠까 열심히 카메라를 겨누었던 곳인데
이제는 저녁무렵 심상하게 왕복하는 일상적인 동네길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불과 이삼 개월 만에) 게스트하우스와 까페 서너 군데 더 문을 열었고, 그 좁은 동네길에 가끔은 대형 관광버스도 멈추게 되었다.
'식물이 이글이글 하는' 계절이 돌아오니 산책로변 절벽을 각종 식물이 푸르게 뒤덮었다.
바위에 의지하여 인동초, 섬나리, 송엽국 등등 이름도 잘 모르는 꽃들이 만발.
절벽 위로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저 멋진 소나무들은 재선충에 감염되어 벌목될 위기에 처해 있다. ㅠ.ㅠ
여름 들어 달라진 거라면 산책길 곳곳에 이런 사람들이 눈에 띈다는 점.
산책길의 종점에는 고운 백사장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이 사진은 5월에 찍은 거라 해변이 휑한데, 지금은 파라솔이 빼곡하게 해변을 뒤덮고 있다.
# 월정리 해변
내가 월정리에 가는 때는 (손님이 와서 굳이 동쪽으로 놀러갈 경우) 밥 먹으러 갈 때뿐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다)
정확하게 말하면 월정리가 아니라 행원리이다. 해녀들이 운영하는 '어등포 해녀회관'
나는 동쪽으로 갈 기회에 가지만 일부러 찾아갈 만도 하다. (저 웬만하면 맛집 소개 같은 거 안 하는 거 아시죠?)
왼쪽은 식사 전에 반주와 함께 하기 좋은 모듬회. 3만원에 입맛다시기 용도로 훌륭하다
오른쪽은 내가 늘 시키는 우럭정식(12000원, 2인 이상 주문만 가능)의 메인요리, 우럭탕수.
바싹 튀겨 등뼈만 남기고 아가미에 머리까지 다 먹을 수 있는데, 아작아작 씹히는 식감이 완전 중독성이다.
한번은 이 집이 노는 날인줄 모르고 갔다가 그냥 돌아서기 섭섭해서 월정리 해변의 다른 해녀회관을 찾았는데
같은 메뉴라 해도 그렇게 다를 수가. 그 집 말로는 자기 집에서 배워가지고 나가서 차린 식당이라고 하는데.... 그렇다 해도 청출어람이다. ^^
같이 나오는 된장찌게와 토속 밑반찬들도 Good~
어등포회관에서 밥 먹고 서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월정리까지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길.
홍대앞 저리가라하게 번화해진 월정리 다운타운은 그냥 패스! 차 세우기도 마땅찮을 정도로 아그들이 복작복작, 음악도 쿵짝쿵짝..
.
월정리 다운타운을 벗어나 조금 더 가면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전망 포인트가 나온다.
워낙 소문짜한 월정리 해변의 물빛은 여기서 감상하면 된다.
지난 주 놀러왔던, 밭 잘 매는 친구의 작품인데 슬쩍...
# 함덕해변
친구가 오면 월정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경시켜주는 해변.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해변을 꼽자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놀기도 좋고 아름답기까지 한 해변이다.
해안을 지나 바다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우봉을 넘도록 설계된 올레 19코스의 한 구간.
# 엉또폭포
계곡에 사시사철 물이 넘치는 육지와는 달리 제주의 암반은 물이 지표면에 고일 새 없이 빠져나가는 다공질 현무암이라 계곡이 거의 건천이다.
엉또폭포도 우기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폭포라고 해서 언제 비온 뒤에 가보리라 마음만 먹고 있다가
모기약 사러 가는 길에 갑자기 마음이 동해 서귀포까지 내달려봤다.
당연히 카메라 안 챙겼고, 비는 뿌리고, 사람은 많고..... 해서 사진이 영 시원찮지만.. ^^
엉또폭포 입구. 저 산을 넘어가는 길이 아마 올레코스의 일부 구간인 듯...
많이 물리셨네요. 너무 험하게 노셨나봐요... ㅋㅋ
휴~ 기록 외엔 의미없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ㅠ.ㅠ
높고 외딴 곳에서.... 행복하세요?
이 산속까지 예배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어쨌든 제주의 교회들은 대개 작고 목가적이어서 마음에 든다.
한라산 지역에 내린 140mm라는 기록적 폭우는 백록담뿐 아니라 크고 작은 오름 분화구까지 푸른 물을 가득 채웠다.
사라오름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 속을 헤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이주민 까페에 속속 올라오고
'태풍이 지나간 후'라는 제목을 단 황홀한 구름 사진들이 일련번호를 달고 시리즈로 올라오는데
예전 같으면 당장 대문 열고 뛰어나가 바람 속으로 뛰어들어 바람과 구름이 만나 펼치는 장관에 넋을 잃었을 것인데
확실히 나도 예전 같진 않은가보다. 이제는 멀거니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며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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