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에 Bole 지역에서 출발, 8시에 곤다르행 앙증맞은 프로펠러 비행기에 탑승.
한 시간 정도 날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디스 아바바 - 곤다르 - 랄리벨라 - 악슘을 거쳐 아다스 아바바로 돌아오는 에어셔틀이다.
하루에 네 편 정도 있었나?(정확하지 않음)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간선도로변에는 이렇게 목가적인 풍경이...
가끔은 공사현장.
무료셔틀에 낚여 별 네 개를 사칭하는 Quara 호텔로 갔는데 35$나 한다.
에티오피아의 숙박시설은 호스텔이건 고급 호텔이건 다른 나라 동급에 비해 무지하게 비싸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기에
공항 가깝고 시내 중심지에 있다는 점을 인정, 그냥 묵기로 했다.
평소에 묵는 곳은 주로 호텔급 호스텔인데, 이곳은 호스텔급 호텔이다. ^^
객실 창문으로 내다본 시내 중심가 풍경
시내 복판 로터리에 우뚝 선 테오도르 황제의 동상. 바로 뒤에 우리가 묵는 호텔.
동네축구인지 곤다르시 차원의 큰 경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축구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곤다르의 최대 관광지 곤다르성으로 가는 길. 숙소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
매표소 부근에 가이드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티켓을 끊으면 바로 달려온다.
사실 유적지는 가이드의 해설 없으면 그냥 돌무더기지. 100비르 지불하고 에티오피아 역사의 한 장을 알뜰하게 공부했다.
17세기에 세워진 곤다르 왕국의 수도로 200여 년간 번성했던 이 도시에는 당시의 번영을 말해주는 성과 교회 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비록 2차대전을 거치며 많은 부분 파괴되었지만, 이탈리아, 인도, 무어인들의 양식을 골고루 반영한 꽤 화려한 건축물들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곤다르 성터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성.
Fasilads 황제의 아들인 요하네스 1세가 세운 법원.
이곳이 곤다르 성터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고 인기있는 왕궁.
Indian, Portuguese, Moorish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복합적인 양식으로 세웠다고 한다.
돔 형식 탑 4개가 있는 아치형 성문을 한 3층짜리 궁전인데, 1층은 연회장과 공식 접견실로 이용되었으며 2층에는 파실라다스 황제의 기도실이 있고, 3층에는 왕의 침실이 있다. 지붕 위는 황제가 연설하는 장소 및 종교적인 행사장이었다고 하는데, 탑에서 바라보면 호수가 보인다.
요하네스 1세가 세운 도서관.
남아 있는 건물 중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건물로 지금도 곤다르성 유적지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파실라다스 황제의 손자인 이야수 1세 황제가 세운 이야수 궁전.
3층으로 되어 있으며 지붕 모양이 말안장과 비슷한데, 내부 장식이 화려하여 과거에는 솔로몬의 성보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단 슬림 세력의 침공으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곤다르 왕국은 이어 이탈리아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2차 세계대전에서 아디스 아바바를 점령한 영국 군대에 대항하기 위한 이탈리아 게릴라의 활동 중심지가 되면서 크게 훼손되었고 그증 이 궁전이 가장 심각하게 훼손되어 지붕까지 날아간 상태.
4대 황제로 9년이라는 짧은 기간 통치한 Bakaffa 황제의 성.
푸른 잔디가 깔린 야외뜰과 마구간, 긴 복도 형식의 연회장까지 갖추고 있는 곳이다.
Bakaffa 황제의 연회장.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고 정부가 예산부족 때문에 시멘트로 덕지덕지 보수하는 바람에 오히려 흉한 몰골로 변했다
다행히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보수 상태가 나아졌다고 한다.
어디서 점심을 먹지..... ?
어느 식당이나 풀을 깔아놓고 손님을 맞는다.
소문난 '네자매식당'으로 가서 120비르짜리 부페로 낙점.
영어 연습을 하거나 잔돈푼을 구걸하려는 아이들에게 시달려 도무지 거리를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난다.
숙소로 돌아와 좀 쉬다가 일단 로터리 쪽으로 나가본다.
한 시간 넘게 기웃거리다 뚝뚝이 잡아 타고 조금 떨어진 Queen's Bath로 갔다.
시엠립에서 본 거대한 나무들의 뿌리가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작지만 멋진 곳이다.
파실라다스 왕궁
유적지에서 나오니 마을 총각들이 몰려온다. 몇 마디 주고 받다가 볼펜 한 묶음 풀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루터란 교회와 제7일안식교회가 눈에 띈다..
도중에 커피 세리머니 하라는 꼬마(7학년)에게 이끌려 극빈가정방문.
세 평이나 됨직한 동굴 같은 집에 외할머니, 엄마, 동생, 이모, 이모의 아이들까지 8식구가 살고 있다.
커피 세리머니 가격은 10비르. 그러나 커피 세리머니에는 빵이 꼭 있어야 한다고 빵가게로 뛰어가 제 돈 들여 빵을 사온 이 엽렵한 소년에게 팁 50비르를 줬다.
아버지 없는 가정에서 이 녀석이 가장 노릇을 제법 한다.
사진 한 장 찍자고 청하니 머리까지 풀며 즐겁게 응해준다. 오래도록 기억될 슬프고 따뜻한 장면이었다.
랄리벨라로 가는 비행기는 여전히 full booking이다.
자리가 확보된 일행 세 사람 먼저 보내려니 혼자 남게 될 내 걱정이 늘어진다.
일단 공항에 함께 가보고 안 되면 곤다르에서 하루 더 자면 되지. 시미엔산 반일 트레킹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갈 텐데 무슨 걱정.
밤새 내리던 장대비가 아침이 되니 그쳤다. 새벽부터 할일없이 나앉은 남자들. 새벽부터 무슨 볼일인지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자들....
새벽부터 독경소리. fasting week라고 흰옷 입고 지팡이를 짚은 사람들, 여기 사람들은 종일 걷기만 하는 것 같다.
유적지의 나무들처럼 저 깊은 신심 속에 악랄하게 뿌리내리고 영양을 빨아먹는 ... 그런 종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공항 검문소
일행을 보내고 혼자 대합실에 대기하며 여기저기 찍기놀이.
귀여운 꼬마가 계속 쳐다보며 웃길래 사진을 한 장 찍자고 청했다. 다른 지방에서 놀러오는 친척을 마중나왔단다.
사진을 찍고 보여주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화해서 자기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우체국으로 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마을로 돌아가게 되면 그러마고 약속했는데 다음 비행기에 자리가 났다고 탑승구에서 부르네... 이걸 어째.
미안하다고 볼펜을 한 자루 주니 보답으로 가지고 있던 껌을 반쪽로 잘라 건네준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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