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터키 9-2 : 파묵칼레 / 히에라폴리스

張萬玉 2017. 10. 7. 01:12

후배가 오니 여행이 꽉 찬다. 터키에서의 일정도 꽉 찼다.

남은 나흘간은 후렴구를 부르는 기분일게다. 나흘 후면 새로 낯을 익혀야 하는 그리스 땅을 밟게 되는데, 때맞춰 팀웍이란 것도 생겼고 팀 리더로서 짧은 일정(고작 2주)에 맞춰 효율적으로 코스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누구도 부여하지 않은) 책무를 살짝 느끼는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랄한 후배의 등장은 타성에 빠질 뻔한 여행생활자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집 떠난 지 28시간 만에 도착한 후배는 숙소에 있는 수영장을 보자마자 뛰어들어 세 시간 가까이 논다. 비행기에서도 밤버스에서도 제대로 못잤다는데 말이다. 좀 쉬려나 했더니 바로 동네구경, 늦은 점심 먹고는 파묵칼레로 직행.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로운 느낌이 좋아죽겠단다.

나도 덩달아서... 익숙해졌던 시선에 새로운 칼라렌즈를 끼워본다.



파묵칼레의 석회층은 풍경으로 따지면 중국의 황룡보다 더 나을 건 없었다(내 눈엔).

오히려 히에라폴리스 유적을 거닐 때의 느낌이 좋았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선선한 바람, 인적 드문 곳의 압도적인 적막이 마치 꿈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적막 속에서 스스로 위안을 구하고 있는 남자와 마주치기도 했다. 헉!)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숙소 주인인 히다예트가 우리를 파묵칼레 마을의 高峰중 하나인 카밀락 산 정상으로 데려가준 일이다.

산기슭에 살고 있는 동네 친구와 만나러가는 김에 묻어간 건데, 패러글라이딩 시작하는 지점이라 전망은 말할 것도 없고 바람도 거침없이 불어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함께 온 친구의 입담은 또 얼마나 웃기는지.

닭 1000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이 친구는 자기 닭 중 한 마리를 데니즐리에서 매년 열리는 수탉 독창대회에 내보내려고 열심히 연습시키고 있다고 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다. 파묵칼레가 속해 있는 데니즐리 시의 상징은 수탉, 그리고 투계 챔피언전과 함께 오래 우는 수탉 뽑기대회가 있고 그 대회에 내보내기 위해 훈련시키는 기술까지 있단다. 그에게 유망주 수탉이 있어서 열심히 훈련시키던 중이었는데 뭘 잘못먹어서 얼마 전에 죽었고 지금은 그 아들을 맹훈련시키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죽었다는 그 수탉의 1분30초짜리 비디오를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눈물까지 질질 흘려가며...
땅거미 아래 나눠마신 맥주 맛도 최고였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