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로 떠날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에 그간 우리를 돌보느라 애썼던 히섭과 미자스에게 근사하게 한 턱 쏠 예정이었다.
마침 이 집 고모 아들 수닐이 레이크사이드에 있는 '둥가'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다기에 거기서 작별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수닐이 휴가를 내어 집으로 오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 비싼 레스토랑에서 공연한 돈 쓰지 말고 그 비용으로 집에 '둥가'를 차려 온 가족이 같이 즐기자는 것이었다.
앗, 감동! 생각 짧은 우리보다 더 어른스러운 청년들 같으니라구.
그리하야 한국돈 3만 원으로 차려진 한 상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비좁은 데다 조리도구나 양념도 제대로 안 갖춰진 어두운 부엌에서 만들어낸 1인당 최소 2000루피는 넘음직한 요리와 3종의 칵테일!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우리(를 챙기느라 넉넉진 못했겠지만), 다섯 명의 청년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으니 가히 오병이어의 기적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행운인지... 파티를 준비하던 중에 히섭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한국 아주대학교 대학원 합격 소식이 도착했다. 작별파티는 축하파티로 바뀌었고 모두 축배를 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런 경사를 함께 할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여행복을 타고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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