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찾으려다 고모네서 재워준다길래 줄레줄레 따라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화장실과 수도 사용이 절대난감이다.
네팔사람들의 70%는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 장차 네팔에서 살려면 이런 실상도 알아둬야 한다는 히섭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안온한 환경에 길들여진 몸뚱이가 힘들어하는 거야 어찌 막겠나. 바깥화장실에다가 찬물밖에 못 썼어도 널찍하고 안정적이었던 히섭의 집 화장실을 그리워하며 보낸 하룻밤...
그래도 이집 딸네미들의 퀸 베드에서 이불 두 개나 덮고 간만에 따땃하게 잘 잤네....
경자씨의 한국 이웃인 부디의 여동생이자 히섭의 작은고모인 짠드라는 일찍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잣몸으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삼남매를 키워냈다.
고모는 남편과 사별한 후 살 길이 막막해 한국에 가서 돈을 벌까 하여 연수생 시험에 응시해서 1차 합격을 했는데 인터뷰를 보러 갈 차비가 없어서(당시에는 어느 시골에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한다. 당시 젖먹이였던 큰딸은 이제 자기가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일본 인력파견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고, 큰아들 수딥은 엄마를 도와 식당일을 도맡고 있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는 8학년 학생 엔젤은 식당 한구석에서 숙제 하다 말고 심부름이 생길 때마다 벌떡 벌떡 잘도 일어난다. 우리 자랄 때 흔히 본 수 있었던 일찍 철든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 착하고 부지런한 가정에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