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어제 미리 약 먹고 겨울잠 자는 곰처럼 종일 잤더니 컨디션은 좋아졌는데 자는 자세가 나빴나 약간 담이 결린다.
내일의 행선지를 온천이 터지는 동네 Kurbus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 헝가리 있을 때 오십견이 와서 팔을 못 써 머리도 못 감고 다니다가 세체니 온천에 가서 한 시간 뜨거운 물을 맞고 거짓말처럼 나은 경험이 있어서.
그나저나 늙어가는 티가 팍팍 나는 게... 어제 자다 자다 지쳐 17일부터 시작될 튀니지 한바퀴 계획을 짜다 보니 만만한 시골이라고 무작정 가보던 배짱은 다 어디 가고 길에서 하염없이 루아지 기다릴 생각, 엄청 춥다는 사막야영, 동굴호텔, 슬슬 무서워진다.
여행사 찾아서 좀 편하게 다녀볼까 싶은 생각도 나고...
일단 숙소를 아인드라함과 엘 케프까지만 예약해놓고 거기서 어떻게 해보기로...
다음날 아침, 정보가 없으니 일단 남쪽으로 가는 장거리버스 터미널로 가서 어떻게 해보자고 출퇴근 인파로 붐비는 메트로에 낑겨 가는데
내가 너무 오래 무풍지대 라 마르사, 안마당에서만 놀았구나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9시쯤 도착했는데 장거리버스 터미널에서 나불 가는 버스는 벌써 떠났네.
근처에 루아지 정거장이 보이길래 그리로 가보니 오늘의 목적지였던 쿠르부스행은 없고, 새벽버스만 있다고 알고 있었던 나불행은 줄을 섰다.
방안에서 검색만 한 결과가 현지에 나와보면 이렇게 한방에 무너진다. 옳거니, 부지런히 움직여서 두 마리 토끼 다 잡기로.
루아지로 2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나불은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내가 관심을 두었던 도자기 공방들은 루아지 정거장에서 한참 멀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아닌 나 혼자 공방씩이나 방문하는 것도 좀 웃긴다 싶다.
할 수 없이 관광객 모드로 중심가와 시장 구경만.
그래도 서양풍의 라 마르사에 비해 튀니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민적인 도시에 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시장통의 노천식당에서 저렴하고 푸짐한 점심을 먹고(어물전에서 생선을 사다가 노천식당에 가서 구워달라는 방식) 쿠르부스로 가려니 교통편이 꼬이네.
택시를 타자니 기사들은 하나같이 150디나르를 부르는데.... 어림없지!
손짓발짓으로 그 어려운 루아지 갈아타기를 두 번, 1킬로 넘는 길을 함께 걸어준 친절한 청소년들 덕분에 결국 쿠르부스에 도착.
비록 바께스로 끼얹기지만 동네 하맘보다 만족스러웠던 해수목욕.
해질녘에 다시 갈아타기 신공을 펼친 끝에 밤 9시에 귀가 성공. 오랜만에 낯선 곳을 헤매는 짜릿함을 만끽한 하루였다.
* 오늘 만난 기사님들
1. 너무도 쿨한
튀니지의 난폭운전은 테헤란의 난폭운전 저리가라다.
특히 루아지는 자동차경주에 출전한 차량마냥 속도도 안 줄이고 앞지르기를 밥먹듯이 해서 내 강심장조차 쫄깃하게 하는데....
오늘도 시야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대형트럭을 앞지르다 마주오는 차량과 만난 우리 루아지 기사님......
오늘도 시야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대형트럭을 앞지르다 마주오는 차량과 만난 우리 루아지 기사님......
왕복 2차선을 왕복 3차선으로 만드는 순간 차량 뒷부분을 트럭에게 내주셨다.
그런데 웃기는 건 꽝!소리가 날 만큼 부딪혔건만 트럭은 그대로 가버리고 우리 기사님은 차를 세우고 뒤쪽으로 가보더니만 뒷범퍼 조각을 챙겨와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 운행 계속. 승객들 중 놀란 사람은 나뿐인가봐.
2. 너무도 핫한
쿠르부스에서 돌아오는 루아지에 술 취한 영감님이 탔는데 하필 내 옆자리.
그런데 웃기는 건 꽝!소리가 날 만큼 부딪혔건만 트럭은 그대로 가버리고 우리 기사님은 차를 세우고 뒤쪽으로 가보더니만 뒷범퍼 조각을 챙겨와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 운행 계속. 승객들 중 놀란 사람은 나뿐인가봐.
2. 너무도 핫한
쿠르부스에서 돌아오는 루아지에 술 취한 영감님이 탔는데 하필 내 옆자리.
뭐 그리 심한 지경은 아니지만 뭐라고(나 이쁘다고?) 게걸거리면서 자꾸 내 쪽으로 누우려든다.
딱 외면한 채로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확 밀쳐내리라 벼르고 있는데 갑자기 기사님이 차를 세우더니 영감님더러 당장 내리라며 잡아끈다. 영
감님이 다리를 의자 사이에 끼우고 버티자 차 안에 있던 남자 세 사람이 합세해서 기를 쓰다가 결국 한방 먹이고 땅바닥에 패대기.
씩씩거리며 모두들 한 마디씩 해대는데 아 뭐 그렇게까지... 나더러 미안하다는데 내가 더 미안했다.
3. 너무도 친절한
튜니스에서 라 마르사로 돌아오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뒤로 100미터쯤 빠꾸.
너무 놀라 뭔가 했더니 길가에서 애타게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를 못보고 그냥 지나친 모양이었다.
설마 1.4디나르 더 벌려고 그랬던 것 같진 않고 어두운 길가에 혼자 서 있는 아주머니가 걱정돼서 그런 건 아니었는지.
3. 너무도 친절한
튜니스에서 라 마르사로 돌아오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뒤로 100미터쯤 빠꾸.
너무 놀라 뭔가 했더니 길가에서 애타게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를 못보고 그냥 지나친 모양이었다.
설마 1.4디나르 더 벌려고 그랬던 것 같진 않고 어두운 길가에 혼자 서 있는 아주머니가 걱정돼서 그런 건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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