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2005노조주최 야유회 -- 대명산

張萬玉 2005. 4. 20. 16:02

지난 주말에 남편 회사 노동조합에서 주최하는 야유회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가 2회째...참가인원이 작년의 1.5배로 늘어났군요.

헌데... 왠지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비해 올해는 감흥이 좀 덜합디다.

작년에는 社友로서 참가했고 올해는 가족신분으로 참가해서 그런가...

하지만 봄볕 화창한 날에 녹음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안 즐거울 도리가 없겠죠?

 

올해 야유회의 최종 행선지는 항주 서북쪽에 있는 臨安 근교 大明山 이라는 곳입니다.

사실 임안 부근(아니, 화동지방 일대)에서 가장 멋진 산은 天目山입니다. 상당히 큰 산이죠.

대명산은 이 천목산의 한 부분인데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우기 전 몰래 숨어 養兵을 하던 곳이었답니다. 여기서 거병을 하여 명나라의 서울이 된 남경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대요. 

 

워낙 길이 멀어 첫날은 가는 길에 있는 靑山湖에 내려 뱃놀이를 하고 인근 태호원 계곡에 들렀다가 임안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하룻밤을 잔 뒤 이튿날 대명산에 올라갔죠.

 

그럼 저랑 함께 사진여행... 떠나보실래요?

(사실 사진은 그저그래요. 그냥 중국 구경으로 보시길...)

 

 

제일 먼저 제 카메라에 잡힌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실례인 줄 알지만 좀 특이해서리.... ㅎㅎ

용기 안의 내용물은 제 것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들어가자마자 찍은 것이거든요. (물부터 좀 내리고 찍을 것을...)

 



 

휴게소 매점인데요.... 왼쪽 중간쯤 벽에 쓰인 女... 보이시나요?

거기가 화장실이에요.



 

드뎌 임안시 초입입니다. 청산호 입구예요.

호수 좋고 정자 좋고 홍등 좋고 대나무 난간 좋고... 다 좋은데

이불빨래를 널어놨군요. 이궁~



 

 

청산호 입구 상가에 붙은 간판입니다. 도대체 뭐하는 집일까요?

힌트... 중국어에서 松에는 헐렁하다는 하는 뜻이 있습니다. (흐미, 무서워라....)



 

파인애플 한 꼬치에 1위엔...

달고 물 많고.... 배고플 때 최곱니다.

아저씨 파인애플 깎는 솜씨도 최곱니다.


 

손금 보는 아자씨...

그 옆에 관상 보는 아저씨가 하도 재미있게 생겨서 한장 찍어볼까 어물쩡거리는데

관상 좋다고 어찌나 끈질기게 달라붙는지...

그 아저씨를 피해 도망친 다음.... 다른 고객과 상담중인 이 아저씨를 대신 찍었습니다.


 

 

분위기 쥑이죠?

모두 기대에 들떠서 배타러 갑니다.



배에 올랐습니다.

다들 뭘 그리 바라보시나.... 가도가도 끝없는 물뿐인데...

 

어때요, 알랑들롱형 미남 아닌가요?

생산라인 반장과 그의 아내랍니다.

중국에 꽃미남 많습니다. ^^



다음 행선지는 太湖源...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인 태호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원류라 하여  太湖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름에 어울리게 물이 비교적 많습니다. (한국의 계곡 정도 됩니다. 중국 산은 물이 드문 편이거든요.) 다른 이름으로 小九寨溝라고도 하고 龍鬚溝라고도 하는데 이런 이름 모두 작은 폭포들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태호원 입구입니다.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삼각깃발이 내걸리고... 대개 저런 모양입니다.

온 산을 구름이 덮고 있네요.


 

 

태호원 계곡의 맑은 물... 우리나라 계곡 같죠?

조오기서 누군가 손을 씻고 있군요. ^^


 

태호원 정상에 있는 작은 절입니다.

중국 절은 기둥도 빨갛고 초도 빨갛고 향도 빨갛습니다

우리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죠? 얘들은 난우아미타포라고 하나봐요. 음차로 표기했네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군요)




절 맞은편으로 보이는 식당..

사방이 봉글봉글 細竹으로 둘러싸여 있네요. 이 동네 사람들 절반은 대나무로 먹고살지요.

1박2일 동안 죽순요리를 한 양푼은 족히 먹은 듯.... 


 

 

대명산 가는 날이 밝았습니다.

꽃놀이주말의 인파를 피하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7시 30분에야 떠났습니다. 왜냐구요?

일행중 어느 커플이 호텔에서 돈 내고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데   

체크아웃하면서 지불할 때가 되니까 부끄러워서 일괄 수거하는 카드키를 내지 않고 버텼답니다.

왜 부끄러웠냐구요?

히히... 그 유료제품이 바로 콘돔(安全套)이었거든요.

 

우쨌든...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에 섞여들게 된 저희는 유쾌한 산행만큼이나 지루한 줄서기를 해야 했답니다. 산에서 왠 줄서기나구요?

거 참 이상해요.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는 780미터까지 꼭 산악전용 셔틀버스를 타야 한답니다.

장삿속인지 자연보호 차원에서 그러는 건지...

 

사진 좀 보세요. 한적해보이지만 실상 저 지붕 아래에는 여섯줄로 빡빡하게 줄을 서있습니다.

물론 사진의 오른쪽 아래로도 줄은 계속됩니다. 20분 기다렸습니다. ㅠ.ㅠ



버스를 타고 대관령보다 더 굴곡이 심한 길을 이리저리 달려 올라가

일행은 등산파와 케이블카파로 나뉘었습니다.

저는 요즘 관절이 좋지 않아서 굴욕을 무릅쓰고 케이블카파에 합류했습니다.

타길 잘했습니다. 등산로는 짧은데 계단이 몹시 가파르더군요.

 

케이블카 정류장 바로 옆에 새로 지은 호텔이 있더군요.

카메라를 머리 위까지 올려 찍어서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축대를 높이 쌓고 지어올렸기 때문에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꼭 포탈라궁처럼 대단해 보인답니다.

왼쪽으로 점점이 올라가는 케이블카들 보이시죠?


 

 

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려 바위 하나를 돌아나오니 매점이 있군요.

다리쉼을 하며 간식 먹는 것은 세계 공통인가봅니다.

죽순을 꼬치에 꿰어 간장에 졸인 것이 제일 인기 있습니다.


 

행복한 이 아이가 먹는 것은 두부졸임...

회사 재무담당 아줌마의 꿈나무랍니다.


 

매점을 지나니 1958년에 텅스텐을 채굴하기 위해 뚫어놓은 1킬로미터 길이의 동굴이 나왔습니다.

흐릿한 오색등에 의지하여 길고 긴 암굴을 통과하니 갑자기 광명이 비쳐들며 구름이 쉬어간다는  架雲臺가 나타납니다.

꼭 장가계에 온 것 같네요.





조금 더 바짝 찍어봤어요.


 

 

架雲臺를 지나 대명상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두 산봉우리를 연결해놓은 다리가 있습니다.

이 사진은 그 다리를 정상에서 내려다본 것입니다.

 


 

정상에서 다리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면 千目平原이 펼쳐칩니다. 1目은 6600평방미터라니 꽤 넓은 평원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중간부터는 넘어갈 수 없네요. 거기부터는 淳安縣이래요.

대명산 투자자(이 산은 정부로부터 개인이 불하받아 운영하고 있음)가 사려고 했는데 순안현에서 안 팔겠다고 하여 할수없이 철조망을 쳐놨더군요.


 

산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는 것으로 야유회 일정을 마쳤는데요..

늘 제가 중국여행에 대해 품어왔던 불만이 이젠 좀 용서가 될 것 같았어요.

어디 놀러를 가면(특히 산이나 바다 등) 눈으로 보기만 하고 계속 걸어가야 하는 관광 스타일의 여행 말이죠. 여행사와 함께 가지 않고 개인적으로 간다 해도 그곳의 환경 자체가 어디 퍼질러 앉게 생기지를 않았거든요. 

생각해보니... 땅덩어리가 너무 커서 오고가는 데 시간을 거의 다 사용하고 실제로 노는 시간은 두 세시간밖에 허용되지 않는 거죠.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니 이왕 먼 길을 왔는데 주변에 볼거리들을 최대한 많이 봐야 하겠고.... 그러다보니 차량이나 케이블카나 이런 걸 이용하여 走馬看花식으로... 그래서 등산로가 우리나라처럼 풍부하게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좋겠어요. 지정된 장소에 사람들을 떨어뜨려놓는 시스템이니 그런 곳만 관리하면 되고.... 아무리 좋은 계절이라 해도 먹고살기 바빠서 평일에는 산이 텅텅...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니 주말에 케이블카 줄세우기만 좀 애쓰면 되겠어요. ㅎㅎ

 

참, 이번 산행에서는 진달래(여기서는 두견화라고 불리죠)를 봤어요. 봄산 답지 않게 꽃이 드문 산에 볼품없는 모습으로 피어있었지만, 그나마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선 진달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반갑던지요. 꼭 멀리 시집보낸 딸네미를 다시 만난 심정이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