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2004노조주최 야유회 리바이벌 -- 천도호

張萬玉 2005. 4. 20. 16:00
중국의 노동조합(工會)은 지역노조이며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되는 유니언샵이다.

 

말이 노동조합이지 조합비조차 회사로부터 받는 무늬만 노조라 자발적인 활동이 거의 없고, 상부노조가 연말 불우이웃돕기라든지 헌혈 등의 활동을 지시하거나 총경리가 사원들의 단합을 위해 어떤 활동을 "지시"할 때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중국의 헌혈활동을 잠시 흉보고 지나가겠다. 1년에 한번씩 헌혈할 사람을 차출하라는 공문이 상부노조로부터 내려오면 노조에서 후보자를 선발하는데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박애정신이 강해서라고? 절대 그렇게 볼 수 없는 것이..  헌혈에 참가하는 사람에게 회사는 당일 하루 휴가를 주고 체력보충비라는 명목으로 1000원씩이나 지급해야 한다--생산직 월급이 1500원 정도--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게 매혈이지 헌혈이냐"라는 막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오늘은 노조 주최로 떠났던 야유회 이야기를 하려 한다. 

원래는 작년 5월에 계획되었던 것인데 사스가 유행하는 바람에 무기연기되었다가 드디어 올해 3월말, 실행에 옮겨지게 되었다.

 

가족과 애인까지 동반한 노조 야유회의 행선지는 浙江省(저쟝성) 淳安縣(춘안시엔)에 있는 千島湖(치앤다오후)...전 직원 모두 참여하기를 바랐지만 납기가 바쁜 한 개 생산라인이 빠졌고 출장 때문에 영업부는 전멸......하지만 회사 창립 이후 최초로 함께하는 야유회라  모두 들뜬 눈치다. 

 

출근시간보다도 이른 아침 6시 40분....  회사 마당에 45인승 버스 두 대와 두 명의 가이드가 대기하고 있다.

몸이 저절로 움러드는 쌀쌀맞은 날씨에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찌푸린 하늘이지만 모처럼 떠나는 여행이라 날씨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張學友(짱쉬에요우) VCD를 신나게 돌려가며 아침 대용으로 준비한 햄버거를 나눠먹고 나니 어느새 嘉興(쟈싱) 휴게소다. 잠시 내려주길래 별 생각은 없었지만 여성동지들과 뭉치는 맛에 화장실에 갔는데...

 

2인1실 화장실

여행성수기도 아니고 날씨도 좋지 않은 날 왠 단체관광객이 이렇게 많은지... 도대체 입구가 파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또 한군데 있다면서 우르르 몰려가는 팀 뒤를 따라 함께 뛰어가니(아이구 재밌다!) 거기도 복도를 따라 선 줄이 만만치 않다. 아무튼 꽁지에 붙어 차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까르르 웃는 소리와 함께 줄이 무너진다. 

 

하, 이것좀 보게! 드센 중국 아줌마들이 남자들 못들어오게 하고 남자화장실을 점령해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뒤로부터 밀려오는 엄청난 힘을 온 몸으로 받으며 조금씩 전진, 전진... 드디어 남자화장실 입구에 발을 들이는 데 성공했는데...

 

헉! 두 명씩 들어간다. 그것도 모자라 내 앞에 들어간 할머니 둘은 한 사람 볼일 끝나자 다른 한사람이 볼일 끝날 때까지 안 기다려주고 그냥 문을 열고 나오네..

 

내 차례다. 잽싸게 들어가 문을 닫으려니 밖에서 문을 막 밀어댄다. 다행히 다음 차례인 우리 여직원이 온몸으로 막아주어 간신히 문을 닫고 독채를 쓸 수 있었다. 두 명이 쓰든 한 명이 쓰든 시간은 마찬가진데 증말 왜들 그러는겨!!

 

 

(물론 이런 화장실은 아님. 이 전설적인 개방형 화장실은 현재 대도시에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 웬만한 관광지의 화장실 역시 깨끗한 편. 사용자들도 많이 문명해졌고--중국식 표현임--따라서 여행 후 가십거리로 내놓을 만한 화장실 스토리는 점점 없어질 추세) 

 

여행사가 주관하는 노조 야유회

嘉興휴게소를 벗어나니 50대 초반의 가이드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는다. 

야유회를 며칠 앞두고도 도통 무슨 준비를 하는 것 같지 않아 공회주석(노조위원장)에게 뭐하고 놀 거냐고 물어보니 여행사에서 다 알아서 한다길래 간섭하는 것 같아 더 물어보지 않았지만 암만해도 노조가 아니라 여행사가 주최하는 야유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출발하니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우리가 가는 곳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여 일정소개, 호텔 소개, 우리가 먹을 메뉴 소개 등등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뒤이어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사람의 경우 버스에서 진행하는 오락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노래나 춤, 성대묘사 등 장기자랑류이지만 중국식 오락프로그램은 대부분 퀴즈대행진이다(여러 번의 중국여행사 패키지에 참가해본 경험상). 비닐봉지에 껌을 삼십 통 정도 준비해놓고 문제를 맞추면 한 개(한 통도 아니고)씩 상으로 주는데 그 껌이 바닥나도록 퀴즈맞추기를 했으니.... (입에 거품을 물고 진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굴구경

나는 동굴구경에 별로 흥미가 없다. 하지만 석회암 지형이 많은 중국 관광지 웬만한 곳에는 거의 동굴구경이 끼어 있다. 한국 동굴에 비해 규모가 크고 이름붙인 석순도 훨씬 많고 색등으로 요란스럽게 치장한 중국의 동굴... 그러나 한국의 동굴과 가장 비교되는 점은 걷는 노선보다 배나 꼬마기차로 다니는 노선이 길다는 점이다. 

 

우리가 천도호 들어가는 길에 점심 먹고 들른 通天洞(통치엔똥)이라는 동굴 역시 처녀뱃사공이 젓는 쪽배를 타고 동굴 안 이쪽저쪽에 부딪히며 돌아다니게 되어 있다. 직원들 중 동굴에 처음 들어와본다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인 데다가 워낙 기이한 모양(거기에 이름 붙이기)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답게 조명이 비치는 석순과 석주 앞에서 다들 탄성 연발이다. 

 

나의 주의를 끈 것은 동굴의 낮은 지형에서 높은 지형으로 올라갈 때 배가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방법이었다.

배가 1층 강(?) 끝까지 오면 앞을 가로막은 1.2미터 정도의 암벽으로부터 경사지게 매달린 널빤지가(양쪽에 손잡이가 달려 있다) 서서히 내려온다. 배를 1층에서 2층으로 끌어올려주는 일종의 리프트다. 배 밑바닥을 들어올려 2층물로 옮겨서 내던지는 순간... 아찔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중국사람들의 실용적이고도 엉뚱한 궁리에 탄복하고 만다. 

 

 

魚頭肉尾... 진짜네.

전망 좋고 정원도 아름다운 西園山庄(시위엔산장)에 짐을 풀고 나니 벌써 저녁시간. 천도호에서 가장 잘한다는 魚味館(위웨이관)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3년 전 한국친구들과 왔을 때 갔던 집이 맞는 것 같은데 완전히 고급레스토랑다운 장식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참 신기하다. 3년전에 왔을 때도 한쪽 방에서 결혼식을 하더니만 이번에도 2층에서 결혼식이다.

 

千島湖의 특산요리는 魚頭湯(위토우탕)이다. 양팔을 벌린 크기 만한 민물고기의 머리를 몇시간 푹 고아 뽀얀 국물을 낸 뒤 생선완자과 마늘쫑, 고추 등을 넣어 완성한다. 담겨 나오는 그릇도 거의 세숫대야 만한 도자기라 맛도 보기 전에 기분부터 흐뭇하게 해준다..

 

옛날에 황제의 밥상에 올랐다는 富春江(fu춘쟝) 준치도 있다. 듣던 대로 훌륭하다. 비린내 때문에 민물고기를 잘 안 먹는 나도 파를 얹어 찐 담백한 맛에 홀려서 뒤집으면 안 되는 생선요리를 두 번씩이나 뒤집어가며 싹싹 긁어먹었다.

 

천도호에는 고사리(줴차이)도 특산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사리는 역쉬 동북고사리... 생긴 것도 못생겼고 향도 덜하지만 그것조차도 없는 상해에 살던 아줌마는 천도호 고사리볶음도 감지덕지, 천도호 맥주의 안주로 삼아 한 접시 뚝딱!

 

 

중국스타일로 놀기

이 성찬을 앞에 놓고 청춘남녀들이 한바탕 노는데~~ 어잇! 판소리 장단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하다. 출장 때문에 만능엔터테이너 장주임이 빠진 탓인가. 이 연회에서만은 여행사에게 주도권을 주면 안 되겠다 싶어 뒤로 꽁무니를 빼는 왕주임에게 겨우 마이크를 떠맡겼는데...  

 

상해 사람들은 그래도 좀 낫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가 왜 노래를 부를 수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유창하게 10분 이상 늘어놓으면서 김을 뺀다. (실제로 끝까지 부를 줄 아는 노래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춤은 뭐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사람들보다 문화생활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입담들은 좋은데 한국식 가무를 기대하면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은 까무러치기 십상이다.

 

이번에는 부부동반팀이 있어 그래도 좀 낫다. 사회자가 부부팀을 차례로 불러내어 결혼피로연 자리에서 신랑신부에게 실시하는 짖궂은 게임을 실시하니, 내외할 것도 없는 부부팀들은 천연덕스럽게 관중의 요구에 응하고 분위기는 쫘악 올라간다. 이어 짝없는 미혼남녀 직원들까지 불려나가고... (앗따, 상해 아가씨들 무지 대담하데~)

 

만찬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관광버스에 올라탄 것은 우리 내외뿐이다. 하긴 식당부터 호텔까지 걸어봐야 20분이고 야간에는 택시가 1인당 1원이니(도시가 손바닥만해서 그런 듯) 공연히 밤거리라도 쏘다녀볼 만하다.

 

저희들끼리 기분 내라고 자리를 비켜줄 필요도 있을 것도 같고, 무엇보다 전날 세 시간도 못자 둘 다 파김치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 내외는 먼저 호텔로 돌아왔다. 밤드리 노닐어봤자 중국 스타일 뻔하다. 푸커파(카드놀이파), 마장파(마작파)로 갈리겠지. 어쩌면 길 건너 가라오께로 몰려갈지도 모르겠다. 만찬 분위기 막판에 흥이 막 오르던 차였으니.....

 

이번 야유회가 특별히 즐거웠던 이유

이튿날 여행사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다섯 개 섬 구경을 마치고 오후 세 시 반 귀가길에 올랐다. 큰 비는 아니어도 가랑비가 종일 내려 젖은 몸이 춥기도 하고, 느끼기에 따라서는 어린애들이나 흥분할 만한 동물구경이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모두들 즐거워하니 나도 덩달아 즐거웠다. 그러나 이번 야유회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듯한 것은 해산하기 전 가이드가 남긴 한말씀...

 

가이드 10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체였다고.. 질서를 잘 지키고 문명한 것은 물론이고,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감명을 주었다고... 이렇게 화목한 분위기는 아주 드문 것이며 절대 하루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 것이라는 말쌈...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의 지독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다. 남의 일 간섭 안 하고, 협조도 잘 안 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밥 혼자 먹으러 다니게 하고, 뭘 먹을 때도 옆사람 신경 안 쓰는 그 무신경.... 특히 상해 고학력자들의 외지인, 생산직에 대한 깔보기는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내게도 정 떨어지는 기억이 적지 않다. 그때마다 관습이 달라 그러려니 무시하고 넘겨버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국인 관리자 세 사람이 나름대로 모범을 보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것들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으려니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좋다. 설사 입에 발린 칭찬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었기에...

 

하기는... 떠나던 날 아침에 간식거리 상자에서 바나나 한 다발과 햄버거를 꺼내어 휴일근무자 몫으로 챙겨놓던 업무부 아가씨들, 천도호 특산품을 사면서 못온 사람들 갖다준다고 먹을거리를 챙기던 기술부 직원들을 볼 때 나도 얼마나 기분이 좋았나.

 

이런 화목한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업무상의 협조와 생산성 향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移職 없는 안정적인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2년에 한 번쯤은 이런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한다.

 

<권말부록 1 : 천도호를 소개합니다>

천도호는 항주 북서쪽 저쟝성 춘안쩐(淳安鎭)에 있는 대형 인공호이다. 毛주석 시절 이 지역의 극심한 한발을 해결하기 위해 황산의 물을 끌어들이는 3년간의 공정을 거쳐서 수몰된 이 지역의 크고 작은 언덕들은 섬으로 변했고 千島湖(과연 천 개인지는 모르지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1997년 봄 이 호수에 해적이 출몰하여 여행객들을 몰살시켰다는 뉴스가 한국 신문에 보도된 적 있다. 수사 결과 해적으로 묘사된 그들은 그저 평범한 동네청년들이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대만 관광객들을 찍어두었다 해꼬지 한 것인데. 호수의 크기가 항주 서호의 3000배, 상해시의 5배, 혹은 싱가폴 크기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보니 해적으로까지 묘사되었던 것.

대중적인 관광지는 다섯 개 섬--원숭이섬, 蛇島, 駝鳥島, 梅峰島, 五龍島(奇石園, 신체단련장, 鳥島, 양어장, 열쇠도 등 다섯 개 섬이 연결됨)인데 선착장에서 배표를 사면(120원) 섬에 들어가는 입장료를 포함, 섬에서 섬으로 (어떤 배를 이용해도 상관없음) 이동할 수 있게 해놓았다(항주 서호 유람선 이용하는 방식이다)

섬들은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히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조그만 동산인데 조경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섬마다 그 이름에 걸맞는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장사거리를 동원하여) 관광거리들을 갖춰놓았다. 그런데 그 테마라는 것이 대부분 동물들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천도호 관광은 한 마디로 수상동물원(?) 관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물관광 외에는 기암괴석 구경과 열쇠 구경이 있다.

중국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할 때 열쇠와 자물쇠를 사서 어느 한 장소에 자물쇠를 묶고 잠근 뒤(주로 산 꼭대기 등.. 황산 정상에서도 자물쇠 무더기를 많이 볼 수 있다) 열쇠는 멀리 던져버린다. 이 때문에 열쇠섬 입구에는 자물쇠와 열쇠가 불티나게 팔리고, 연인들은 이것을 열쇠섬 울타리에 매달아놓는다. 더 걸릴 자리도 없이 빡빡하게 매달린 자물쇠들이 열쇠섬을 장식해주니 이 테마를 구경하러 또 관광객이 몰려오고.... 이런 걸 꿩먹고 알먹고 둥지뜯어 땔감으로 쓴다고 하던가.

천도호를 조망하기 좋다는 매봉도 정상에 올라가보면 물이 들어왔다 나간 흔적으로 밑둥은 시뻘겋고 머리에는 둥글게 무성한 숲을 이고 있는 기형적인 모습의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천도호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이드는 안개 낀 날의 몽롱미라고 하더라만...... 천도호의 정경은 꿈처럼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지만 보기에 따라 좀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느낌도 있다(중국 풍경구에 가면 나의 느낌은 대개 그런 쪽이다).

워낙 큰 호수이기 때문에 단체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쪽에서 배로 30분쯤 떨어진 곳곳에는 패러글라이딩, 요트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레조트들과 별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나가면서 흘낏 보았을 뿐이지만, 천목산 쪽에서 뻗어내려온 우람한 산줄기를 배경으로 하고 앞으로는 천도호 중에서도 섬이 거의 보이지 않는 쪽을 마당으로 삼아 감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티를 한껏 풍기고 있다.

천도호로 가는 길은 상해에서 출발하여 戶杭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항주 못미쳐 서북쪽 교외로 빠지는 고속도로(富陽 방향)를 달리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는 여행사가 通天洞이라는 동굴코스를 넣느라고 북쪽으로 약간 돌았기 때문에 갈 때 6시간 이상 걸렸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富春江을 끼고 달리는 국도도 좋지만 이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는 富陽鎭을 벗어나 천도호까지 오는 마지막 1시간 가량의 코스다. 구름을 피워내는 깊은 계곡을 양 옆에 끼고 때맞춰 만개한 유채꽃과 복숭아꽃, 막 물이 오르는 신선한 초록들판을 바라보며 달리는 길... 진짜 환상이다. 멋진 수채화 속을 달리는 느낌 바로 그것.

마지막으로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천도호 관광코스에 대해 나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자면...

절강성 부근에 살고 있다면, 혹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간다면 한번 가볼 만하다.. 하지만 절경을 기대하는 어른들에게 그렇게 먼길을 달려 천도호를 보러 가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인근의 천목산 혹은 황산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다면 모르겠지만...

 

<권말부록 2 :  천도호-황산 여객선 종주 코스>

혹자는 천도호의 백미로 천도호 종주코스로 꼽는다.
천도호 관광유람선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장거리 여객선을 타고 황산 기슭까지 가는 코스다.

호수변 가두리 양식장에는 아이들 머리 만한 잉어며 쏘가리가 포로 떠서 말려지고 있고, 계곡으로 들어가는가 싶으면 다시 대해(?)로 나오길 수십 차례... 곳곳에 수몰민들이 이주하여 정착한 마을이 있어 이들이 쏟아내는 생활하수가 호수 가장자리 얕은 곳을 오염시키고 있지만 깊고 넓은 곳으로 나오면 물빛은 다시 깔끔해진다. 군데군데 정박하는 포구는 바로 어촌의 풍경... 산비탈 층계집에 사는 승객들이 하선하고 나면 배는 다시 바다 같은 호수로 나온다.

이렇게 다섯 시간을 지루한 줄 모르고 가다 보면 배는 어느새 안휘성에 접어들어 황산자락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또 다른 대규모의 리조트단지가 개발되고 있다. 배가 종점에 도착하면 바로 황산 가는 버스와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