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 놀러온 사람들은 누구나 항주 서호에 가보고 싶어한다. '하늘에는 천당이,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는 옛 문인의 글을 전해들었음이다. 한 호주친구 말이 자기도 중국어교본에서 이 얘기를 읽고 항주, 특히 서호에 대해
환상을 가져왔는데 막상 가보고는 좀 실망했다고... (호주보다 더 아름다운 곳을 기대하다니..)
나의 항주에 대한 환상도 좀
비슷했지만, 시간에 쫓겨 서호 유람선 타고 한바퀴 휘익 돌 수밖에 없었던 서호와의 첫 대면 때문에 항주에 대한 첫인상이라고는 하얗게 내리쬐는
햇볕과 지겨운 관광지 인파뿐이었다.
서호와의 두번째 만남은 서호 때문에 중국에서 못 떠나고 있다는 항주 거주 5년차 친구와 함께
석양이 지는 白堤에서 이루어졌다.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서호변을 한바퀴씩 돈다는 그 친구는 다음날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유랑문앵으로
나를 이끌었다. 숲길이 싱그러운 호수 남쪽을 거닐다가 연꽃이 그림같은 곽씨별장에 앉아 향긋한 용정차를 마시는 동안 어느새 나는 서호의 한폭 그림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세번째 네번째... 상해를 찾은 가족과 친구들 데리고 항주 오는
횟수가 거듭되고 나의 중국살이가 이력을 더하면서, 정이 들어버린 건지 항주의 진면목을 속속 찾아내어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제는 항주에 대해
사모하는 마음마저 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불현듯 항주행 기차에 올라타고 싶게 만드는 청승맞은 서호... 안개가 내려앉은 아득한
서호... 예술 그 자체인 석양 무렵의 서호.... 흐르는 버들가지와 유유한 물결, 처음엔 그렇게 싫었던... 그리운 계화꽃
냄새....
어디 서호변 뿐이랴. 서호에서 영은사 가는 길에 있는 옥천(매화 필 때 가야 함)과 그
건너편 대숲(와호장룡 촬영한 곳), 용정차밭, 보석산, 고찰 영은사 등등... 자전거를 타고 가다 아무데나 내려도 바로 그곳이 景点이다. 늘
정갈하게 단장하고 어디 한군데 흐트러짐없는 우아한 여인... 항주는 바로 그런 도시다.
돌아갈 길을 생각해야 하는 바쁜 사람들은
항주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동양적인 분위기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충격적으로 확 들어오는 무엇인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주의
아름다움은 살며시 젖어드는 아름다움.... 만남을 거듭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그런 매력이다.
항주와 사랑을 나누고 싶으면 시간과
돈을 약간 투자하여 옛날 부자들이 호수를 안마당 삼아 지은 별장에서 하룻밤 함께 지내보라. 그 밤의 연애가 치명적인 사건이 되어 한동안 중국병을
앓게 될 것이다.
참고로 숙박비 : 구두쇠인 나는 주로 절강대 기숙사를 이용한다 (비수기 200원)
서호변 3성급 전망좋은
방이 700~800원선
내가 손님덕에 나발을 불어본 곳은 汪莊과 류앵호텔
(강추, 관시 동원하면 30% 할인가능)
'여행일기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녀왔어요 (0) | 2005.05.07 |
---|---|
만옥이가 다시 서쪽으로 간 까닭은... (0) | 2005.04.29 |
중국인과 중국여행사 (0) | 2005.04.25 |
2005노조주최 야유회 -- 대명산 (0) | 2005.04.20 |
2004노조주최 야유회 리바이벌 -- 천도호 (0) | 200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