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건망증

張萬玉 2005. 4. 28. 12:48
 

촌촌님도 흉을 보신 바 있지만...

저 정말 요즘 바쁩니다. 아니 마땅히 바빠야 합니다.

쉬는 시간에 인터넷을 켠다 해도 블러그에는 오지 말아야 합니다.

아니, 잠시 들른다 해도 새로 글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저기 마실도 열 집 이상 다니면 안 됩니다.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ㅎㅎ

 

하지만... 제 블러그를 열자마자 짖어대는 저 까마귀는 어떻게 할까요.

쥑여버리기에는 좀 아깝고... 해서 얼른 다음페이지로 넘겨버리기로 합니다. 

오신 벗님들 냉수 한잔 없이 돌려보내기 섭섭할까봐, 바빠야 할 동안 가끔 써먹으려고 예전에 써뒀던 글들을 보관함에 잔뜩 퍼다두었는데... 눈에 띄는 거 아무거나 하나 뽑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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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06

 

보통때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출근을 하지만 출장을 가버렸기 때문에 어제아침에는 J과장이 데리러 왔다. 준비가 약간 늦었기에 허둥지둥 밑반찬이 든 쇼핑백을 챙겨들고 차에 올라탔는데... 몇 바퀴 굴러가다 보니 내 방 열쇠를 안 챙겨온 생각이 난다.
오늘 월요일이라 도장 찍을 것이 많은데...

차를 멈추고 집에 들어가 열쇠를 챙겨가지고 나왔더니 J과장이 비실비실 웃더니 거울을 보란다. 이궁... 구리뿌 두 개가 앞머리에 매달려있네... 아이고 부끄러워라...

회사에 거반 다 왔는데 앗, 이제보니 가방을 안 챙겨왔다... 이론이론...

도대체 출근할 때 내가 챙겨온 게 뭐야~ 으휴, 점심 맛있게 먹으려고 챙겨온 밑반찬통 뿐...

밥 먹으러 출근하는 여자의 본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휴대폰은 안 받으면 되고.. 저녁에는 걸어가니 차비 필요없고... 에라 모르겠다... Go!
.

.


건망증 하면 또 할 얘기가 많다.
언젠가 한번은 남편이 시동을 거는 사이에, '잠깐만....' 하고 우리 옆동 한국인 출장자 기숙사에 뛰어가 파출부아주머니에게 뭔가 지시하고 내려왔다. 3분도 채 안 걸렸는데...

에구... 차가 안 보인다.

울 남편 정신없는 거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바로 사태 파악하고 택시를 잡으러 갔다.

그날따라 택시가 잘 안 잡혀 10분 가까이 되어가는데... 흐흐흐..

남편 차가 돌아오는 게 보인다.

내가 탄 줄 알고 달리다가 뭔가 물어보려고 옆자리를 보니 없더라나...

오늘 남편과 함께 출근하면서 어제 출근길 얘기를 하니 남편이 너무 좋아한다.

나 혼자 늙어가는 거 아니군, 하면서..

츠암 나.. 울어도 시원찮을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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