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그시절의편지7 - 놀 궁리

張萬玉 2005. 6. 20. 14:50
보내준 세 차례의 팩스 고맙게 봤음.

 

너무 바빠 아직도 천리안을 못 깔고... 주말에 깔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또 손님이, 그것도 본사 사장님이 2박 3일간 머무르고 계시니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오늘 저녁엔 뱀탕을 사준다고 꼭 먹어야 한다니 이거 참 큰일이군). 

인터넷을 통해 천리안의 각종 정보를 받아보는 날이 오면 그 기쁨을 곧 전하겠음.


지금쯤 변산반도에서 신나게 놀고 있겠군. 여기서 찍은 나머지 사진 역시 잘 나왔는지?
오는 사람마다 사진들을 보여주면 기차게 찍었다고 칭찬이 대단하다.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건달 이선생을 말함)은 '흠, 사진기가 아주 좋은 거로군요.' 한다. 이선생 친구인 폴란드 사람이 놀러왔다가 네 작품들을 보더니 당장 소개시켜달래.
머리카락 없는 것 빼고는 흠잡을 데 없는데... 히히... 생각 있으면 연락할 것.


나도 이틀 전에 너랑 봐뒀던 캐논(11만원짜리) 샀다. 한국 갈 때 사진 입문 같은 책을 사서 읽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걸 보면, 그 분야 문외한인 나도 네 취미에 전염된 모양이다. 근데 쇼핑은 늘 주춤거리는 이 짠순이가 왜 잽싸게 카메라를 샀을까요?

이유가 있지.

오는 10월 1일과 2일은 국경절이걸랑. 근데 여기는 토요일이 휴무잖니. 그래서 샌드위치데이인 금요일을 일요일과 바꿔 1일부터 4일까지 쉬고 일요일부터 등교 및 출근을 한단다. 역시 종교를 아편시하던 중국 사회주의 역사의 일단이 드러나는 대목이지? 기독교인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런 거 가지고는 찍소리도 안 할껄.

어쨌든 1년에 단 두 번밖에 없는 공휴일을(음력설과 국경절) 집에서 썩을 수 없고... 황산에 가기로 했다.

30일 밤 7시 30분발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루완워) 황산에 아침 6시 30분에 내린다. 올라갈 땐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서 하룻밤 잔 다음 내려오는 데 하루, 온천지대에서 1박하고 오후에 황산 시가지에서 四處走走하다가 다시 밤열차를 타고 4일 아침에 돌아올 예정.

좀 바쁘긴 하지만 1년중 가족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게 지금 뿐이라... 음력설엔 혹시 몰라도 한국 가야 할지도 모르니까.


흠, 어느새 반팔시대는 가고 이제 좀 춥다. 한국사람들 이구동성으로 척척한 겨울이 싫다는데 그 겨울이 어떤 겨울인지 기다려진다.
사장님이 고맙게도 시사잡지를 한아름 가져오셨는데 시간이 없어 못 보고 있다.

공부 시작하니까 이 착실한 학생이 예습복습할 게 너무 많구나.

 

그러나 목마른 나무가 비를 맞듯이 혼자 애쓰고 공부하던 시절을 지나 중국어의 소나기를 맞으며, 정환이 말마따나 '배우면 늘고 배우면 늘고 하는 재미에' 정말 신나게 공부하고 있다.
형은 예쁜 과외선생에게 잘 보이려고, 정환이는 대만애들이 자기 흉보나 감시하려고 열심히 공부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각 방에 교본 읽는 소리가 낭랑하다.


좋은 계절에 일 열심히 하고 재미있는 소식 있으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