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운남성 유람기 7 - 玉龍雪山의 품에 안겨

張萬玉 2005. 7. 6. 08:37

밥 먹고 2시경 초원지대인 깐하이쯔(干海子)를 지나 위룽쉬에산이 보이는 윈싸핑(雲沙坪)으로 갔다.  가는 길목은 4월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넘치고 위룽쉬에산의 눈 녹은 물이 바이허수에이(白河水)에 흘러 넘치며 깐하이쯔는 푸른 초원으로 변한다는데 평원의 규모만 보아도 그 장관을 짐작할 수 있다.

 


白河水(2004년 조카가 찍은 사진)

 

윈싸핑은 리프트를 타고 1000미터(이미 해발 2000미터 이상 올라간 지점에서) 더 올라간 곳에 펼쳐진 고원지대로, 평균수령 200년은 넘었음직한 아름드리로 뒤덮인 숲길을 15분 가량 걸어 들어가면 위룽쉬에산의 거대한 위용을 바로 눈앞에 마주하는 이곳에 도착한다. 하늘, 공기, 숲, 초원... 모두가 분에 넘치는 아름다움이다.

 


이 사진은 雲沙坪의 반대쪽인 毛牛坪... 조카가 찍은 사진이다.


시퍼런 하늘, 투명하기 이를 데 없는 햇볕 아래 형형색색의 민족의상들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모두들 민족의상 빌려 입고 사진 찍기 바쁘다. 아, 푸르름이 살아나는 계절에 다시 와야지. 비행기노선도 조만간 생길 테니까.

 

내려오는 길에 깐하이쯔에서 20분 가량 말을 탄 뒤(기마민족 출신 父子만) 라마교 사원인 위펑쓰(玉峰寺)와 명대의 벽화로 유명한 바이싸춘(白沙村)에 들렀다.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그림이 아주 오래된 것이고 석가모니와 불자들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는데 아줌마 설명이 이 벽화는 장족과 나시족의 라마교, 한족의 도교, 그리고 민간의 밀교의 내용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한족과 장족의 화풍을 잘 조화시킨 것이라 한다.


나시족 고유의 상형문자인 동파문자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라마교 신자인데 자기 외숙부도 과거에 라마승이었단다. 장족과 나시족 모두 맏아들을 출가시켜 라마승을 만드는 전통이 있는데 장족 라마승은 평생을 중으로 살고 나시족은 5년 정도 수도하다 돌아와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한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거의 없어진 전통이다.

 

저녁은 훠꾸어를 먹었는데 상해에서 먹던 것만 못하다. 고기국물을 혐오하는 나는 재미없는 밀가루빵만 뜯어먹고 말았다. 남들의 즐거운 식욕에 찬물을 끼얹는 이 못된 식성을 언제나 고칠 수 있으려나.

 

식사 후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리장 시내의 명소 위췐꽁위엔(玉泉公園)에 갔다. 조그만 곳인 줄 알았는데 음력설이라고 사방에 밝힌 홍등의 행렬이 끝을 알 수 없다.

헤이룽탄(黑龍潭)에 밝힌 고운 연꽃등을 비롯하여 어마어마한 용등, 공작등, 코끼리등, 선녀등, 심지어 인어공주와 공룡까지... 유치찬란이 좀 지나쳤다. 하지만 이 등불행렬과 조잡한 조각상 앞에서 리장 사람들은 감탄사를 뽑으며 어쩔 줄 모른다. 대부분이 할머니에서 손녀까지 모두 쫙 빼입은 일가족 나들이 인파다.

 

나시족 전통의상... 예쁘죠?

 

공원에 울려퍼지는 음악은 비파로 연주하는 중국 고전음악이 나왔다가 뽕짝 같은 중국가요가 나왔다가 가톨릭 성가 "신의 어린 양"이 나왔다가 크리스마스 캐럴 "북 치는 소년"이 나왔다가 도대체가 중구난방이지만 문화혜택과는 거리가 먼 이들에게 구색이 무슨 문제가 되랴.

이 공원에 낮에 다시 한 번 올 시간이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밤공기에 실려오는 냄새와 어둑어둑한 숲그림자로 미루어 분명 이곳의 숲도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할 텐데.

 


낮에 본 옥천공원(2004년 조카가 갔을 때 찍은 사진)

 

공원을 나오다가 앗, 결정적인 명작을 발견하고 네 사람 모두 뒤집어질 뻔했다. 사기공기와 접시, 숟가락을 몇만 개쯤 써서 만든 거대한 쌍용과 공작... 혼자보기 아까워 사진 열심히 찍어두었다.

 

이거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眞功夫!!

 

공원 밖은 어제에 이어 계속 전쟁마당이다. .

불꽃놀이에다가 곳곳에 둥그렇게 손을 잡고 춤판까지 벌어져 온 시내가 술렁인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이 흥분상태에 전염된 우리는 시내 중심가 모택동 동상 앞까지 걸어다니며 백족 나시족 한족 모두 한덩어리가 된 춤구경도 하고 양꼬치도 사먹고 폭죽도 하나 사서 터뜨리다가 12시 다 되어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아무도 춤추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얼씨구 절씨구~

 

 

1999.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