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어쩌라고오?

張萬玉 2005. 8. 8. 12:41

친구 부부와 그들의 대학생 딸네미와 같이 밥을 먹으며 담소하던 중, 청소년 시절부터 고학해온 한 친구의 얘기가 나왔다. 고학시절의 고생과 경험이 지금의 성공에 큰 발판이 된 대목에 이르자 친구 남편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딸네미에게 한마디 '교훈'을 남기고 싶어한다.

 

"봐라, H야.... 젊을 때 고생이란마랴.... 요즘 너희 세대는 너무 허약해서마랴.... 진취성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마랴... 어쩌구 저쩌구..."  

 

순하기가 양같은 H가 순간 열받는 기색이더니 단박에 카운터 블로우를 한방 날린다.

 

"아빠, 우리도 아빠 세대가 고생 많이 했고, 그래서 강하고 자신감 있고... 그런 거 다 알아요.

우리도 아빠 세대에 대해 열등감 가지고 있다구요... 매스컴에서 그런 얘기 나올 때마다 괜히 미안하고 민망하거든요... 근데 그래서 우리더러 어쩌라구요?... 나가서 땅 파라구요? 땅 파지 말고 미안해 하라구요?.... 우리 자랄 때 좀 고생된다 싶으면 얼른 나서서 해결해주신 게 부모님들 아닌가요?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고생할 기회나 주셨나요? 자꾸 젊은세대들 약하다 약하다 그러시면.... 우리더러 어쩌라구요...이제 고만들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   *   *   *   *   *   *   *   *   *

 

 

어제 약속시간에 늦어 택시를 탔더니, 마침 흘러나오고 있는 정오뉴스 탓인지 내 또래 기사아저씨의 시국 불만, 세태 불만이 늘어졌다. 예전 같으면 습관적으로 이 냥반이 보수성향인지 개혁성향인지 여당인지 야당인지 가늠부터 해보고, 낄 만하면 한마디씩 끼어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러기도 겁난다. 단순히 정치상황뿐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일주일에도 몇건씩 불거지는 이노무 사회가 통채로 이해할 수 없고 통째로 못마땅하다는 냥반들의 기세가 너무나 쌀벌하여....

 

"아, 정말 정신 사나워서 못살겠어요...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 않나, TV에 나와 *을 내놓지를 않나, 먹고살만한 넘들이 되레 더 먹겠다고 데모를 일삼지 않나, 일병이 하사에게 개기질 않나.....@#$%^&*..."

이 대목에 이르러 하시는 말쌈,

"군대생활이라는 게 힘들기 때문에 가끔 정신나게 빳다 한번씩 맞아야 긴장해서 훈련도 잘 견딜 수 있다구요. 나사 풀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거거든요. 사고도 더 많이 나고...."

 

사회 전체가 병영 같던 분위기에서 자란 나로서는 순간 '아,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들길래

집에 와서 아들넘에게 혹시 그런 면도 있지 않냐고 물어보니 아들넘은 망설이지도 않고 깨끗이 한 방 날린다..

"똥개 키워? 나라는 개보다 사람이 더 잘 지킬텐데?" 

 

꼰대들의 걱정이 아이들은 불만이다.

"우리들더러 어쩌라고요~~ 돈 있고 권력 있고 말빨 센 분들이 좀 잘해보쇼!"

'그 시절에(~2011) > 陽光燦爛的日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러그 속으로 들어가다  (0) 2005.08.15
하이, 블러그!  (0) 2005.08.15
잠시 저를 잊어주소서  (0) 2005.07.31
'다르다'와 '틀리다'  (0) 2005.07.28
혼자 눈뜨는 아침  (0) 200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