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Bolivia3 - Uyuni

張萬玉 2008. 7. 24. 10:20

라파스에서 저녁 8시에 출발하려던 버스는 9시가 다 되서야 떠났고

방풍자켓에 담요까지 들러썼어도 속수무책인 맹추위에 밤새 떨었고

동이 틀 무렵 고원사막 어디쯤에선가.... 두껍게 얼어붙은 창밖을 궁금해 하며 두 시간 가까이 서 있었고   

드디어 하얗게 작열하는 태양광 아래 줄줄 눈물 흘리는 유리창 밖으로 헐벗은 사막과 그 사막 만큼이나 이를 앙다문 철길을 내다보며 달리기를 또 한 시간....

그렇게 도착한 우유니는 내리꽂히는 햇살에도 불구하고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스산한 도시였다.    

 

마을의 유일한 랜드마크 시계탑 광장.  지금도 이곳만 떠올리면 이상하게 가슴께가 시려온다.    

 

배낭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아베니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brisa라는 여행사에서 우유니 투어를 예약했다. 

칠레의 산뻬드로 데 아따까마까지 데려다주는 2박3일 투어를 70달러에 예약했는데, 25달러짜리 당일치기부터 4박5일짜리 투어나 투피자까지 데려다주는 투어 등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다.    

 

투숙객은 많지만 쥐죽은 듯 고요한 숙소. 

추위에 떨며 설친 잠을 보충하느라고 한숨 자고 나오니 대낮 햇살이 어찌나 고즈녁하던지 그만 울 뻔했다.    

 

시장이라고 해봐야 20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포장을 친 난전들이 전부.

 

마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 파는 가게들은 몇 안 되고 거의 관광객들을 겨냥한 기념품점이지만 

이 가난한 도시에서 기념품을 사려는 관광객들 역시 몇 안 된다. 

 

시계탑 주변 빼고는 마을 전체가 심심하다. 마을 전체라고 해봐야 돌아보는 데 10분 정도면 충분해 보이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사막 한 가운데 덩그라니, 오로지 우유니 투어를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이는....    

 

이 작은 마을에 웬 군 부대?

 

아, 맞다.... 우유니는 각종 광물들을 칠레로 실어나르는 화물열차가 지나는 철도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멋지다! 그대는 세상을 이어주는 철도 노동자..

 

근데 너는 누구냐? 

 

 

이튿날 아침..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나와 투어 출발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마을을 배회하고 있는데 우렁찬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이 조용한 마을에 웬...? 달려나가보니 쿠스코에서 보았던 것과 매우 흡사한 국기게양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반항적인 눈빛은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

 

 

볼리비아에서도 페루처럼 웬만한 행사들은 모두 군인이 주도하는 듯.

 

VIP석에도 군인이 절반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국기게양이 끝난 뒤 마을 어린이들의 재롱잔치가 열렸다는 점이다.

 

 

꼬마들의 무용이 끝나자 이번에는 한 중학생이 전자올갠으로 '엘콘도르 파사'를 연주한다.

학교잔치가 마을잔치가 되고 마을잔치의 중요한 부분을 학생들이 채우는 시골마을 특유의 정다움.. ^^  

사진을 찍으려고 왔다갔다 하다 뭔가를 걷어찼는데.... 순간 음악이 딱 끊겼다.(플러그를 걷어찬 거다)

사람들이 와서 곧 수습을 했지만 내게 뭐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외치고 걸음아 날 살려라, 사람들 속으로 숨어버렸다.   

 

식장 뒤쪽에는 마을 행사야 어찌됐든 친구가 해온 숙제 베끼느라 바쁜 애들도 있다. 

 

국기게양식이 끝났으니 이제 학교 수업 시작할 시간. ^^ 

 

어린 녀석이 묻는다. "하뽀네스?"

(쳇, 내가 일본 사람이면 너는 페루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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