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Bolivia1 - La Paz1

張萬玉 2008. 7. 14. 11:34

티티카카투어에서 돌아온 시각은 오후 네 시. 볼리비아 영사관은 세 시에 문을 닫으니 내일이나 되어야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숙소의 크리스티나가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한다. 자기가 오늘 영사관에 전화를 해봤단다(고맙기도 하지). 

내게는 '담당자가 언제쯤 출근할 수 있는지 이틀 정도 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오늘 크리스티나에게는 아예 '요양을 하러 볼리비아로 돌아갔기 때문에 보름 정도 비자업무가 중단된다'고 통보하더란다.

 

이튿날 아침 볼리비아 국경을 거쳐 라파즈까지 데려다주는 버스를 탔다. 밑져야 본전, 안 되면 어차피 돌아와 다른 방법을 찾게 되겠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꺼라고 다짐을 하며....

 

 

어제 배로 건넜던 티티카카 호수를 오늘은 왼쪽으로 바라보며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바로 국경이다.

왔던 길로 돌아가라면 배낭 깔고 주저앉자고 마음 단단히 먹고 입경사무실로 들어갔는데....

두 말도 없다. "비자 못 받았다" 딱 한 마디 하니 "그래? 그럼 50달러 내라".... 그러고 끝이다.

왜 비자를 못받았느냐는 설명은커녕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그것도 구겨지지 말라고 옹색한 배낭 사정에도 불구하고 파일에 넣어 안쪽에 세워 모셔놨던) 서류를 보자고도 안 한다. 여권과 50달러 내미니 도장 쾅! 끝이다. 

 

국경에서는 이런 일이 여사인 모양이다. 그동안 마음 졸인 생각 하면 *개훈련 시켰냐고 항의하고 싶지만  입국도장 받았으면 됐지 스팀 올릴 필요 있나. 미국 애들은 100달러 내는데 우리는 절반밖에 안 낸 걸로 위안을 삼고 말지..  대부분 나라들은 무비자로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는데 우리나라는 IMF 시절에 비용 줄인다고 별볼일 없는 볼리비아와 단교를 한 대가를 치르는가보다.       

 

국경 지나 잠깐 더 가니 코파 카바나. 

잉카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태양의 섬'(볼리비아령 티티카카)으로 가는 사람들은 여기서 보트로 갈아탄다. 라파즈까지 가는 사람들은 점심 먹고 한 시간 뒤에 모이란다.  

 

라파즈까지 내 동행이 된 일본인 카와노(사진 오른쪽)와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처음에는 그와 동행이 된 게 그닥 탐탁지 않았다. 아무리 여행중이라지만 추리닝에 슬리퍼에 더부룩한 수염에 세상만사 졸려 죽겠다는 표정까지 완벽한 폐인 행색.... 나 하나 추스리기도 번거로운 여행길에서 의지하려고 얻은 친구가 자칫 혹덩어리로 변할 수도 있는 게 여행길 동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노 터미널에서 나는 단 한 명의 친구라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입국심사에 문제가 생기면 내 편을 들어줄 사람들을 최대한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누구든지 내게 인사를 건네면 적극적으로 받으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귀띔해주기 바빴다. 그런 노력 끝에 확보한 응원군이 거만한 오스트리아 아줌마와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한 적 있다는 헝가리 청년, 짧은 휴가를 즐기는 일본인 교사 부부, 그리고 카와노였는데 모두 태양의 섬으로 떠났고 카와노만 내 곁에 남았다.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눠보니 보기보단 부지런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40대 초반의 냉각설비 기술자인데 10년 동안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여행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구상중이란다. 일본사람 치고는 꽤 양호한 영어를 구사하는 데다 가지고 다니는 여행노트를 보니 알짜배기 정보에 꼼꼼하게 그린 지도까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헌데 그렇게 공들여 수집한 정보를 그는 거의 사용 안 하는 듯. 나와 함께 지냈던 2박3일 동안 밥 먹으러 나갈 때만 빼고는 숙소 안에서 꼼짝도 안 하더군.)     

 

 

자, 이제부터 볼리비아 여행 시작이다. 

국경은 넘었지만 티티카카 호수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산기슭을 일구고 토담집 짓고 감자 심고 아이마라語로 얘기하고 중절모 쓰고.....

 

 

버스는 호수를 끼고 다시 산을 오른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한 곳까지 올라가니 멀리 호수마을이 꿈처럼 아련하다. 

고원지대의 호수만 해도 신기한데 그 호숫가에 또 불쑥 솟은 산이 있고.... 참 낯선 지형이다.

 

산구비를 돌아돌아 내려오니 보트 선착장.

사람은 내려서 보트에 타고 빈 버스 역시 보트에 올라 타 호수를 건넌다.

 

볼리비아의 티티카카호 쪽 국경 첫 마을 산 뻬드로 데 띠끼나  

 

배에서 내린 버스는 다시 우리들을 태우고 라파즈를 향해 달려간다. 112킬로 남았단다.

역시 구름과 함께 달리는 고원길이다. 

 

초록색 조끼와 초록색 앞치마가 주유원의 유니폼인가보다. 

 

라파즈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으로 계속 이런 풍경이 흘러간다. 

 

옆자리에 앉은 독일 여자애와 또 수다 떤다. 두 달째 라파스 근교 마을에서 자원봉사중인데 볼리비아 애들과 함께 아파트를 얻어 살고 있단다. 비자 때문에 푸노에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인데 그 전에는 한 번도 볼리비아 밖으로 나가본 적 없다고... 이 지역에 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얘기들이 줄줄 쏟아진다. 

그래, 뭔가 뻔한 여행자 루트에서 벗어나려면 일정 기간 한 지역에 눌러앉아야 그 사회의 단면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여행에 슬슬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떠다니는 느낌.

여행자 모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여행자 루트에서 절대 내려설 수가 없다. 어딜 가려면 교통편이 없고 알려진 루트에서 벗어나려면 위험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땅은 넓고 시간은 짧으니 여행 컨셉을 완전히 바꾸고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투어 모드'와 화해할 수밖에...     

 

라파즈 들어서자 산자락에 쫙 깔린 대단한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고속도로'를 끼고 돌아내려가면서 보는 도시는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중국의 충칭 같기도 하고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 같기도 하고....

일단 내려가면 저 풍경을 찍을 기회가 다시 있을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따로 시간을 내야 가능하겠지.

 

삼 층 도시 라파즈. 

높은 곳엔 가난한 사람들이, 중간에는 보통사람들과 여행객들이, 맨 아래 동네에는 부자들이 산단다. 이유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숨쉬기가 편해서라니 한 도시 내의 고도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다시 의욕 모드로 전환된 듯 가슴이 슬슬 벅차오른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내려와 버스가 선 곳은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얌푸 거리 중간쯤. 폐인씨와 함께 티티카카투어 때 헤더가 추천한 호스텔 El Solario를 찾아간다. 얌푸 거리 다음 블럭인 무리요 거리에 있다. 버스터미널도 도보로 갈 수 있고 샌프란시시코 대성당과 시장도 가까이 있어 관광객이 묵기에는 좋은 위치. 

가격 싸고 부엌 있고 인터넷도 느리지만 네 대나 있고 더운물 나오고.... 뭘 더 바라나. 사물함이 없는 게 흠이지만 여행자들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숙소 사진을 안 찍어놔 기념 삼을 게 없으니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는 리셉션 아가씨 Morisia 모습이나....

 

중간 동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성당 앞

 

침대에 배낭 던져놓고 일단 동네 한 바퀴. 두통이 심해서 쉬어야겠다던 폐인씨가 따라나온다. 

우선 저녁을 먹으려고 근처 시장통에 있다는 한국음식점을 찾아갔는데 어렵사리 찾아낸 번지수에 있는 건물 4층까지 올라가니.... 한국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주긴 하는데 그냥 가정집이다.

1년 전에 문 닫았고 지금은 무역업을 하신단다. 한국음식 먹고 싶으면 어디어디로 가라는데 멀다.

 

 

 

 

요즘 애들 말마따나 급경사길을 '느끼며'  걷지 않는 한 라파스와는 잘 지내기 어렵다. 오늘은 먼 길을 왔고 첫날 저녁이니 적잖이 심란하지만 내일부터는 나도 '느끼게' 될 수 있을 꺼다. ^^  

green hand라는 베지테리언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돌아와보니 6인실의 침대 주인들이 거반 돌아와 있다. 독일 + 콜롬비아 커플, 에콰도르 여자애, 그리고 내 양 옆 침대는 폐인씨와 불어를 하는 캐나다 총각이 쓴다. 폐인씨와 나는 잘 준비를 하는데 이 자들은 라파스의 밤을 즐기러 나갈 준비를 한다. ^^

밤에 춥다고 해서 내복 꺼내 입고 양말까지 챙겨신었는데 하나도 안 추웠다.

  

이튿날 아침의 푼수 행각.

옆 침대 쓰는 말총머리가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며 짐을 챙기길래 체크아웃하나보다 했더니 코로이코로 바이크 투어를 하러 간단다. 해발 4000미터에서 3000미터까지 내려가는 그 악명 높은 레이스!  

일단 잠이 깨면 뒹굴뒹굴 절대 못하는 early bird는 대강 세수를 마치고 어제 음식점에서 다 못먹고 싸온 샌드위치와 커피병을 들고 내려갔는데.... 꽁지머리랑 몇 명이 주방 옆에 마련된 별실에 화려한 아침상을 차리고 있다. 아하, 아침은 이 좋은 방에서 먹는 거구나....

신나게 하이! 를 외치며 하며 그리로 들어가 앉으니 볼리비아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넌 누구냐, 넌 여기서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여기는 바이크 투어 가는 사람만 아침을 먹는 장소....  노랑머리들이 깔깔거리며 여기는 first class의 private이니 당신도 부러우면 VIP가 되어서 돌아오란다.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지만 그들의 격의없는 농담 덕에 웃으며 물러날 수 있었다. ㅋㅋ 

 

 

 

 

 

라파즈에서는 이틀만 지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업타운 다운타운을 대강이나마 파악하려면 시티투어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침 8시 반에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타야 하는데 오랜만에 가족에게 안부 전한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어느 새 열 시다. 

오후 투어 시간까지 오불당 까페에 "라파즈에 한국분 안 계시나요? 외로워 죽겠답니다."라는 글을 올린 아가씨나 한번 찾아볼까? 시내 구경도 막연하게 하는 것보다 목적이 있으면 더 또렷이 기억에 남을 테니...

 

게시판에 올려놓은 주소를 들고 샌프란시스코 성당 앞 큰 길을 건너 맞은편 동네로 슬슬 올라가보니 그쪽도 만만찮은 비탈이지만 야단스러운 여행자 동네보다 훨씬 조용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생각보다 먼 비탈을 땀 뻘뻘 흘리며 기어올라가 주소에 적힌 호스텔을 찾긴 했는데.... 그녀는 없었다. 이 주일 전에 집을 얻어 나갔단다. 분명히 이번주 말까지는 있겠다고 했는데... 변동이 생겼다면 그 글은 내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걷고 싶은 길 걸은 건데 누굴 탓하랴마는...  무책임한 글에 (시장통에 있는 한국 음식점 광고까지) 두 번이나 당하고 나니 살짝 불쾌했다.

 

다시 비탈길을 걸어내려가며 본격적으로 라파즈 탐색에 돌입.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비탈길.

 

관공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기는 법원.

 

여기는 대학 앞  

 

휴, 중간동네에 도착했다. 여기는 까떼드랄 앞 공원. 비둘기떼가 겁.나.게. 많다.

 

까떼드랄. 성당 지붕에서 왠지 동유럽 냄새가 난다. 

 

의회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대통령궁이란다.

 

곳곳에 경찰이 진을 치고 있다. 어유, 저거 수류탄이야 최루탄이야?  

 

낯설지 않은 풍경... ㅜ.ㅜ

 

복잡하고 위험해 보이는 저 전선들을 정리하면 얼키고 설킨 볼리비아의 현실이 풀리려나. 

 

살구를 우려낸 불량주스 맛 음료수. 

 

볼리비아를 두고 '천하에 갈 곳이 못 되는' 동네로 묘사하고 있는 안내책자들이 많다. 그러나 조직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불편하거나 황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는 있지만(비자 문제처럼) 내게 다가오는 라파즈는 전혀 나를 긴장시키지 않는다. 거리의 인디헤나들은 무심해 보이지만 위험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페루 사람들보다 소박하고 선량한 것 같다. 끽해야 소매치기일 텐데 주머니에 푼돈이나 넣고 다니니  현지인들이 바글대는 시장통에 가도 우리 동네 시장에 나온 것처럼 편하기만 하다. 물론 강도를 당하는 거야 운이 나쁘면 세계 어디서든지 당할 수 있는 일이고 목구멍에 풀칠하기 힘든 나라라면 발생빈도가 좀더 높겠지만 위험을 피하는 것은 어차피 본인의 몫이지.   

 

볼리비아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쓰러진 무명용사.  

 

안데스 최고의 문명을 꽃피웠던 볼리비아는 스페인 식민지가 된 후 포토시 등 많은 광산도시들이 개발되면서 번영을 누렸지만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영·미 자본의 대립으로 칠레와 대리전을 치르며 해안을 빼앗기고 내륙국이 되면서부터 국운이 기울기 시작했다. 게다가 광산주를 대표하는 보수당과 대지주와 상인을 대표하는 자유당 간의 정쟁으로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었으며 막대한 천연자원의 개발 이익은 3대 재벌에게 독점되었고 재정은 외국자본에 의존하게 되었고... (세세한 사정은 생략)... 아무튼 끊임없는 좌우 대립과 내전을 방불케하는 쿠테타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볼리비아는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남미의 최빈국으로 전락해갔다.

2006년에 드디어 볼리비아 최초로 인디헤나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여 대다수 인디헤나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나 도무지 나눠먹을 게 있어야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없는 살림에 남발했던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시위대와 그들의 폭동을 우려하는 무장경찰들로 인해 오늘도 수도 라파즈는 북적거린다. 

게다가 차베스 형님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제끼고 가는 길은 너무나 힘겨워 보인다.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보겠다고 올해초 미국을 방문했지만 장관급도 만나보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코카농부 출신의 대통령....'신자유주의를 볼리비아에서 끝장내겠다'는 그의 야심찬 정치노선이 헤쳐가야 할 길은 너무나 까마득해 보인다. 

 

 

급경사는 내려왔으나 내리막길은 계속된다. 아랫동네로 향하는 길 양쪽에는 리젠시 호텔, 버거킹 등 외국계 영업점들이 산동네 슬럼가들을 배경으로 우뚝 우뚝 서 있다. 사실 도시의 번영으로 치면 산타 크루즈는 라파즈의 세 배쯤 되고 수크레 사정도 라파즈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그러나 숨쉬기 힘든 고원도시를 버리고 수도를 수크레로 옮기려는 움직임은 시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고 '평화'의 도시 La Paz는 오늘도 여전히 '계층간의 평화'를 위한 전쟁을 겪어내고 있는 중이다.     

 

컴퓨터 학원생들을 모으고 있는 인간 광고판.

 

지하차도를 통해 올라오는 시위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시위냐고 물어보니 아무도 모른다. 

각양각색의 시위가 일상이 되어버려서 아예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점심을 먹으려고 작정하고 찾아간 한국음식점은 개업한 지 8년째라는 코리아 타운.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주인 내외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거의 한 달 만에 맡아보는 한국음식 냄새에 정신이 다 혼미할 지경이다. ^^  

아이들을 남미통으로 키우려고 유학을 보냈다가 아예 가족이 이주하게 되었단다. 이주할 당시만 해도 한국과 볼리비아의 관계가 나쁘지 않아 250가정 정도 있었는데 이제는 50가정으로 줄었다고.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대외적으로 위험하고 나쁜 이미지만 있는데 실제로 살아보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고 하신다. 염소창법으로 유명한 가수 임병수네가 교민 1세대인데 그의 형은 아직도 아랫동네 상 미겔에서 큰 피자가게를 하고 있단다. 

 

 

이 식당은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영사관 사람들이 파티를 하겠다고 전세를 내기도 하고 북한 공직자들이 출장 왔다가 김치 먹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하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일본 여행자들이 한국 여행자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단골이라는 서양인들 두 팀이 와서 아주 익숙하게 주문을 하고 달게 한그릇씩 뚝딱 비우고 갔다.

사진은 라파즈에 살고 있는 영국-볼리비아 커플과 그들의 세 쌍둥이들. 평소에는 내외만 드나들었는데 오늘은 세 쌍둥이들이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맛보는 날이란다. 남편은 된장찌게를, 부인은 비빔밥을... 그리고 한국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세 쌍둥이들은 군만두와 우동 등 퓨전 메뉴를 주문했는데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서민적인 음식을 얼마나 소중하게 '느끼며' 먹던지.... ^^   

 

코리아 타운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니 시티투어 버스 출발 정거장.

이 버스는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리고 뒤에 오는 버스를 마음대로 타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내리면 끝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버스나 택시, 혹은 11호 자가용으로 직접 돌아보는 게 좋겠다.    

 

 

예상했던 대로 업타운만 돈다.  

 

지형이 하도 신기해 사진 좀 찍으려는데 버스 구조 자체가 사진 찍기 불편하게 생겨서 아쉬운 한탄을 연발하며 '엽기적인' 풍경들을 그냥 지나친다.

 

아직도 내려갈 데가 남았는지 버스는 계속 아래로 아래로....

 

 

 

 

서양풍 휴양지 같은 40분쯤 돌다 이번엔 '달의 계곡'으로 간단다.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계곡은 칠레의 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 인근에도 있고 아르헨티나에도 있다. 볼리비아의 '달의 계곡은' 너무 심심해서 못견디겠다면 몰라도...비추.  

 

 

 

달의 계곡 꼭대기인 까예 쎄로(하늘아래 0번지.. ^^) 지점.

 

 

계곡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고.... 열심히 영업중이다.

 

 

노인관광 같은 시티투어지만 어느 정도 도시 전모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A코스는 이미 내가 발품을 어느 정도 판 곳이라 별로 새로울 건 없었지만 시티투어를 하지 않았다면 업타운(지형적으로 보면 다운타운이지만.. ^^)은 있는 줄도 모르고 라파즈를 떠났을 꺼다.

 

투어버스를 보고 손을 흔드는 업타운 주민들

 

 

 

샌프란시스코 성당 뒷골목에서 내렸다.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천천히 언덕길을 올라가본다. 완전 현지인 거리라 업타운(아니 다운타운)보다 훨씬 재밌다.

 

 

 

 

라파즈의 구두닦이들은 텃세가 있는 듯 유니폼을 입고 복면까지 쓴다. 복면은 얼굴에 구두약이 묻거나 구두약 냄새를 막기 위한 방편인 것 같다.   

 

젊은 청년이 정부 정책을 성토하고 있다. 조직되지 않은 거리집회인 셈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내일 밤 8시에 우유니로 떠나는 버스표를 80볼에 예매했다. 기차를 타고 수크레에 들렀다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시간이 맞지 않는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으니 마음만 바쁘다. 

 

볼리비아의 둘째날이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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