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베트남10(하노이2) - 박물관 세 군데

張萬玉 2009. 6. 18. 16:21

국립예술박물관

베트남에 와서 '아트' 다운 '아트' 구경 못해봤다고 안달이 난 JM이 무서운 집념을 발휘하여 끝내 찾아낸 곳.

국립미술관인 셈인데 어째 이상하게 지도에도 안 나오고 이 박물관을 아는 사람도 없어서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 한 릭샤꾼 덕분에 겨우 찾았다. 베트남어를 모르니 영어로만 물어봐서 더 헤맸는지도 모르겠다.

 

반 나절 안에 호치민 박물관까지 섭렵하려는 욕심 때문에 여유있게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몰래) 사진을 찍어뒀다. 촬영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긴 하지만 작품들이 예상 외로 훌륭했고 더군다나 관람객도 안내원도 거의 없어 도저히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조금 낯뜨겁긴 하지만 미술관 홍보라는 핑게 삼아 몇 장 올려본다.

 

  

 

 

 

 

 

 

프랑스 식민지 때의 영향 때문인지 동서양의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황홀한 금색에 홀릴 지경이다. 모든 화폭엔 고급스러운 실크 질감이 넘쳐난다. 

혁명 전 작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개의 경우 혁명을 거치면서 그 풍성하던 색채와 선이 깡그리 지워지고 대중선동에 복무하는 단순살벌한 느낌만 남기 마련인데, 베트남의 경우엔 (작품의 테마가 바뀌긴 했어도) 서정적인 따스함과 심지어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의외였다.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오는 동안 거리에서 본 거라곤 (그것도 일종의 화풍인지 모르겠으나) 초딩이 그린 것 같은 조잡한 선전용 포스터뿐이었고 그 어디에서도 이런 고상한 예술이 숨어 있다는 낌새도 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경제발전에 매진하느라고 예술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대형 벽화의 일부

 

 

 

 

 

 

  

  

남북 베트남의 통일을 나타냈다는 해설을 봐서 그런지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작품. 

 

 

호치민 박물관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릭샤꾼들에게 묻는 것이 제일 빠르다.

이렇게 훌륭한 곳을 찾는 발길이 드물다니, 안타까웠다.

 

이밖에  1층 청동기실과 조각작품 전시실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보는 감동은 물론 사진을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으니 뒷날 하노이에 가시게 되면 시간 넉넉하게 잡고 꼭 한번 둘러보시기 바란다. 또다른 베트남을 만나게 될 것이다. 

 

호치민 박물관

 

 

오후 4시 폐관인데 3시가 넘어서야 들어갔기 때문에 이곳도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레닌박물관을 설계한 팀들이 지었다는 웅장하고 품위있는 설계, 예술적인 전시방식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실제로 봐야 할 전시 내용들을 제대로 못봤다. ㅜ.ㅜ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미로.

 

마르크스,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체 게바라 등 혁명가들뿐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의 유명인사들, 6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살짝 비틀어놓은 장면 등이 인쇄된 유리와 거울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입이 딱 벌어져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지만 어찌나 교묘하고도 웅장한지 도무지 앵글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여기서 깜짝 놀라고.... 

 

엄청나게 화려하고 웅장한 전시실 인테리어에 놀라고....

 

 

특이한 전시방식에 놀라고.... 

 

 

전시실 1/3 정도 지나고서야 내가 보고 지나친 것들이 인테리어가 아니라 전시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서야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

 

 

 

 

 

초반에 정신없이 보다가 호 선생 개인사가 적힌 부분을 그냥 지나쳤기에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보려는데

시간 다 됐다고 나가란다. 40분 간의 정말 아쉽고도 격렬한 경험이었다. 

어떤 기운이 쫙 올라와 열에 뜬 상태였다고나 할까.단순히 내용만 봤다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 이런 게 바로 예술의 힘, 이곳 역시 또다른 예술박물관이었던 것이다. 

 

 

 

 

 

 

 

호치민박물관 옆에 있는 호치민 묘.

안에 들어가면 타 사회주의국가 원수들처럼 방부처리 되어 유리관 속에 잠든 호치민씨를 만날 수 있겠다.    

 

호치민 묘소 앞 광장은 설 축제를 맞아 꽃단장이 한창이다. 

 

 

호치민 묘 근처의 외다리절(一株寺 )

 

민족박물관

JM이 방콕으로 돌아간 뒤 혼자 남아 어딜 가볼까 하다가 숙소에서 멀긴 하지만 론리플래닛에서 꼭 가보라고 추천한 데라 버스 타고 물어물어 찾은 곳이다. 베트남 소수민족들을 소개하는 박물관인데 뭐 그저그랬다.

박물관 자체보다 베트남에 와서 처음으로 혼자가 되어, 그것도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라 더 즐거웠다. 또 박물관만 달랑 있었으면 좀 서운할 뻔 했는데 뒷뜰에 소수민족 거주지를 재현해놓은 곳이 있어서 비가 갠 직후의 청신한 공기를 만끽하며 산책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    

별로 볼 건 없지만 박물관 세 곳을 소개하면서 한 곳만 빠뜨리면 서운하니까 구색으로 몇 장...

 

 

 

베트남에도 소수민족이 54개나 된다고 한다. 

일일이 다 기억하기 어렵지만 중국,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에서 접해본 민족들에 관해서는 확실히 낯이 익다. 

 

 

 

 

  

 

소수민족들의 가옥을 설치해놓은 넓은 박물관 뒷뜰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족의 집이라고 했던가.... 지붕 한번 갈려면 낙상 조심해야겠다. ^^

 

형제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사진 좀 찍어달라길래 카메라를 받아들었더니 이렇게 폼을 잡는다.

하도 예뻐서 내 카메라로도 한장 찍고 싶다니까 다시 폼을 잡아준다. 귀여운 녀석들...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베트남 전통 수상인형극에 사용되는 인형과 소도구들

 

4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용골선 모형

 

수원 민속촌에 온 것 같다. ^^

 

얼렁뚱땅 하노이 박물관들 구경.... 요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