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처럼 집에 쿡 TV 설치한 뒤 집에서 쿡 하기 시작한 듯한 친구가 볼만한 영화 좀 추천해달라고 해서
급히 쓰는... 추천목록에 가까울 정도로 간략한 review.
('외국영화' 디렉토리에서 '드라마' 위주로, 그것도 특이하게 ㅎ열부터 시작해서 봐올라오고 있는 중.. ^^)
화이트 올랜더
평범하고 양순한 딸이 여신처럼 완벽한 엄마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고 살아남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방법이 옳았다고 확신하는(특히 그럴 정도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그걸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설사 '아무리 지혜로운 부모 - 아무리 어리석은 자식' 간의 조합이라 하더라도... 자식은 스스로의 방법으로 부모의 벽을 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 발로 설 수 있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셨다.
어린 아이는 따라하면서 인생을 배우기 때문에 부모는 말로 할 필요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청소년기의 성장과업은 스스로 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이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간섭하거나 도와주지 말고 참을성 있게 '바라봐줘야' 한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어긋나고 깨지고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기실 더 어렵다. 하지만 이 구실을 해내지 못하면 그 죄로 평생 자식을 업고 다녀야 한다.
청년이 되면 이미 성인이므로 설혹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삶을 살더라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노인들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그저 "네~" 하면서 맞춰드려야 한다. ^^
미셸 파이퍼는 별로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싶다.
그녀의 성품이 원래 그렇지 않을까 착각할 정도로 키릭터를 소름끼치게 그려냈다.
이 정도로 인물연기 하는 여배우가 한국에 몇 이나 될까 싶다. 고현정? 전도연? 김혜자? 또 누구?
딸도 캐스팅을 잘 한 것 같다. 알리스 로만이란다. (빅 피쉬에 나왔다던데... 그랬어?)
그해 겨울 하버드 스토리
(이건 캐치온이 무료로 서비스해주던 기간에 실시간 방송으로 봤음)
본 지 좀 되어 기억을 되살리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잘 안 잡히는 거 보니 한국에선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너무 오래된 영화인 모양이다. 하긴 이 영화의 소재 자체가 out of date인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어쨌건 나는 빠져서 보았다. 이념의 시대였던 70년대 하바드 대학의 운동권 얘기다.
영화 '몽상가들'도 생각나고... 일본 전공투의 마지막 벙커였던 산장도 생각나고...
그들의 '노선' 얘길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의 관심은 감상적이게도 개인적인 데 맞춰져 있다.
나이가 든 거지.
최영미는 서른에 잔치가 끝났다고 했던가?
사는 줄도 모르고 살게 만들던 삶의 배터리... 열정....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아니 마흔 중반까지는 그런 쪽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몰랐지만
신나지 않는 삶, 하루하루 감동하지 않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
그러나 내화의 불씨가 꺼져도 삶은 지속되고,
외적인 조건들만이 삶의 (얄팍한) 감동이 되는 시대가 갈증나는 나, 배터리가 떨어진 나는
벌컥벌컥 욕심스럽게 다른 이들의 정열을 들이킨다. 소비한다.
그 시절의 재기 발랄하고 순수했던 '동지'들은 지금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을까.
떠나간 친구를 추억하는 의사와 변호사의 해후에서 인생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묻어나온다.
여름궁전 / 베이징 락
'여름궁전'은 하바드 스토리보다 '몽상가들' 쪽에 가깝다.
천안문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는 성장통을 그린 영화다.
두 영화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내가 중국문화와 중국청년들에 익숙해서 그런지.. 못지 않는 애정으로 보았다.
게다가 중국 차세대 감독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로우 예 감독의 2007년작 아닌가. 중국 독립영화의 시각을 맛볼 수 있는 영화다.
베이징 락은 2001년작이다. 홍콩회귀가 대륙에, 특히 젊은이들의 문화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영화.
자아성취와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얘기는 당시만의, 중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마이너리티의 샤우팅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같은 콩깍지에서 태어났는데 왜 우리만 볶고 야단이야!"
나는 장완정 감독 작품이면 무조건 본다. '햇빛 찬란한 날들'(陽光燦爛的日子)도 또 보고 싶다..
서기가 처음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콧등웃음이 예뻐서...)
홍콩애랑 연애 안 시킨 시나리오 작가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ㅋㅋㅋ(이거 스포일러?)
펀치 드렁크 러브
주인공 배리는 엄연한 성인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성장영화로 분류한다.
고지식한 데다가 7명의 누이들 속에서 기가 눌려 자란 주인공은 사실 남자로서 그리 빠질 것 없는 조건을 갖고 있지만, 소심하고 불안하고 분노조절도 잘 못한다. 결정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얕보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 미성숙한 인간이 어떻게 '남자'가 되어갈까?
싱겁지만 해결책은 옛 어르신들이 누누이 말씀하신 바에 있다. '제 짝'을 만난 것이다.
"내가 지금 얼마나 센지 넌 모를거다 사랑에 빠졌거든 사랑으로 얼마나 강해 질 수 있는지 넌 모를거다."
'제 짝'이 생기면서 그는 새로 태어난다. 믿을 수 없는 용기로 '악의 무리'에 맞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심함과 미숙함에 대해서도 훨씬 너그러울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된다.
유난스럽게 미숙한 남자가 아닐지라도 내가 경험한 바, 대부분 남자들이 제 짝을 만나면서 어른이 되더라.
우리 아들도 얼른 제 짝을 만나야 할 텐데....^^
아담 샌들러는 늘 고지식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순정파로 나온다(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아담 샌들러의 '짝'으로 나오는 에밀리 왓슨은 '브레이킹 더 웨이브즈'에서 인상적으로 만났었다. 투박하고 올곧은 역할을 주로 하는, 안 예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로만 치부하기에는 심리분석 솜씨가 뛰어났고 연출 또한 판타스틱한 것이 심상치 않아 감독이 누군가 봤더니 '제2의 타란티노'라는 평을 받고 있는 차세대 기대주 폴 토머스 앤더슨이다.
근데.... 풍금은 뭐지? 짐작은 하지만 살짝 쌩뚱맞군.
펀치 드렁크 러브... 라는 제목은 마치 달콤한 술(펀치)에 취한 것처럼 홀리듯 빠져드는 사랑을 상징한다네.
오늘은 약속 때문에 여기까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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