傾盆大雨, 그야말로 물동이를 기울여 들어붓는 듯한 큰 비가 연 사흘째다.
춘천 펜션 산사태 보도가 나간 뒤 우리집에 와본 친척, 친구들은 우리집 안부가 몹시 걱정되는 모양이다. 연일 안부전화가 줄을 잇는다.
우린 깊고 튼튼하게 쌓아올린 콘크리트 옹벽 덕분에 안녕하다. 다만...
낮도 밤도 없이 어두운 하늘과 끝없이 내리꽂히는 장대비 소리가 산골 제일 높은 집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고주파 치료 후유증일까?
항암치료 쉬고 있다고 암이 활개를 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심리적인 이유일까?
사나운 장마와 치료불가 판정, 온열치료 시작... 등등이 한꺼번에 시작되었으니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때맞춰 남편이 식욕을 잃었다.
밥상을 내가면 일단 크게 한 숟갈 덜어놓는다.
좋든 싫든 꾸역꾸역 쓸어넣던 예전과는 달리, 즐기지 않는 반찬에는 노골적으로 손도 안 댄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 새 몸무게도 1킬로 남짓 줄었다.
산에 다녀오면 지친다고 한다.
집에 있을 때도 잠깐잠깐 자리에 눕는 일이 잦아졌다.
말수도 줄었다.
속 깊은 사람이라 크게 내색은 안 하지만 보면 모르나. 몸이 고단하면 만사 귀찮은 법,
이럴 땐 벙어리 마누라가 되는 게 최선이다.
수다쟁이 아줌마가 입을 닫으니 우리집은 仙界처럼 금세 안개와 적막에 휩싸인다.
거센 빗발 때문에 제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와 몸이 근질근질한 반달이만 간간이 늑대울음 소리를 내며 갑갑함을 호소할 뿐.
곳곳이 유원지인 우리동네 사람들도 일년 장사 다 놓쳐버릴까 시름에 겨웠나, 마을조차 온통 조용하다.
비가 오면 이 동네는 TV도 안 나온다.
아, 너무 조용해! 기타나 두드려볼까?
내일 오후면 갠다는데.... 해야, 어서 나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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