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이 지난 요즘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대해 중국경계론마저 대두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농수산물의 상당수는 값싼 중국산이다.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 사냥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각 부분에서 한국과의 기술격차는 좁아지고 있으며 일부 종목에선 기술과 규모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기업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도태되는 기업들도 출현하고 있으니 중국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가 중국투자를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이끌려 수많은 한국기업들의 중국투자러시가 이어졌다. 이들에게 비쳐진 중국은 저임금 노동자를 끊임없이 양산해내는 후진국이었다. 이들 기업들은 모든 원자재를 한국에서 조달하여 제품이나 반제품을 한국이나 제3국에 수출하는 단순 임가공을 주로 하고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국시장 개척에는 소극적이었다. 단순히 저렴한 인건비에 의존하여 중국시장 개척을 외면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오면서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았다. 반면 대만계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의 영업활동에 훨씬 적극적이었고 원자재 및 각종 설비의 현지조달에도 관심이 많았다. 대만계 기업 상당수는 중국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하였다.
반면에 일본기업들은 철저히 일본식의 방침을 고집하였다. 또한 기술유출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기술 보안에 집중하였다. 직원들에게는 수준 높은 교육이 이루어짐에도 직원들의 자발적인 창의성이 고양되지는 못하는 듯 하였다.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현지화의 장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에 모든 방향에서 일관되게 현지화를 추구해왔다. 단순히 시장개척이라는 측면을 넘어 원료, 설비, 인력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현지화 된 중국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온 우리에게 너무 위험한 건 아니냐고 우려 섞인 충고를 하는 분들도 없지 않았다.
저임금에 기초한 후진국으로서의 중국이라는 시각과 우리의 터전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서의 중국이라는 모순된 시각이 우리 사회에 병존하고 있다.
두 가지 시각은 모두 중국사회의 실제적인 모습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우리의 경제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기회의 땅이다. 중국과 우리 사이엔 사회발전의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중국이 아무리 빨리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다.
사회발전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산업과 기술의 격차가 존재하는 한 GDP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은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다. 우리의 총체적 국력이 중국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특정 부분에선 중국이 우리를 압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중국을 앞서면서 광대한 중국시장에 기반을 구축해가는 길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의 경제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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