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프랑스 5 - 빠리, 몽마르뜨

張萬玉 2009. 3. 3. 10:54

 

3월 25일(목) 니스 - 빠리

 

Nice Ville 09:41출발 / Paris Lyon 15:19 도착.

 

이것이 그 소문 짜한 떼제베.

오른쪽 뒷좌석에 엎어져 있는 내 가련한 배낭.. 흑흑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커버를 뒤집어쓴 몰골이 딱 제 주인을 닮았다.

  

기차는 제노바에서 니스까지의 구간처럼 다시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달린다. 니스에서 시작되는 꼬뜨 다쥐르의 종점 뚤롱을 지나 마르세이유까지....

화가들이 즐겨 화폭에 담았다는 쌩 트로페도 그 구간 어디엔가 있을 텐데.

한 달 정도 프랑스에 머물면 이 해안 도시들과 엑상 프로방스, 아비뇽, 아를르 등 역사와 문학에 등장하는 도시들을 섭렵할 수 있으련만 

공연히 바쁜 마음은 떼제베에 실려 이유도 모른채 빠리로, 빠리로 달려간다.

 

 

 

   

  

  

아비뇽 사는 꼬마숙녀.

한 시간 넘게 컴퓨터를 갖고 조용히 놀더니 싫증이 났는지 뒷자리에 앉은 내게 살금살금 신호를 보낸다. 

 

 

시속 300킬로의 떼제베로 다섯 시간 반 넘게 달려 도착한 빠리 북역.

환승선도 많고 어찌나 넓은지,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은지....시골 촌년 길이라도 잃어버릴까봐 약간 긴장.

출발 전에 (박물관을 세 곳 이상 볼 것이니) Paris Visit Card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리버리한 데다 마음만 급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빠리교통 10회권을 구입해버렸다.

(빠리에서 5박 6일을 머물렀는데 10회권 갖고는 택도 없었다. 빠리는 도보로 때우기에는 너무 큰 도시였다.)

 

빠리의 지하철역은 마치 개미굴 같다.

표지판이 비교적 잘 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 

 

지금 생각하니 개인주의적인 나라에서 참 매너없는 짓 많이도 했다.

사생활 개념이 희박하고 인정(?!)이 넘치는 나라들만 돌아다니다 보니 남의 얼굴에 카메라 들이대는 걸 여삿일로 여기고....켁!

 

하지만 빠리 사람들이라고 모두 깍쟁이는 아닌지도 모른다.

병아리 핀이 예브다고 했더니 병아리보다 더 귀엽게 웃어주는 빠리의 예쁜이들.

 

지하철 이동통로에 붙은 상당히 프랑스적이라고 느꼈던 광고판.

들라크루아 그림 속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은 깃발을 들었지만 포스터 속 '패션의 여신'들은 옷걸이를 들고 날뛴다. ^^

 

 

음~ 영화라도 찍고 싶게 만드는 배경.

빠리 지하철역에는 웬지 스토리들이 넘칠 것 같다.

 

숙소가 있는 앙베르 하차 인증샷 (내가 누구더러 찍어달라고 했나? 기억 안 남)

 

 

숙소가 있는 앙베르역 부근은 여기가 멋쟁이 도시 빠리 맞나 싶을 정도로 지저분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단 싸고 몽마르뜨 언덕 가까워서 이곳으로 예약을 해뒀는데 제대로 한 거 맞나 걱정이 됐지만 일단 날 저물기 전에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가보려고

배낭 내려놓고 서둘러 샤끄레쇠르 성당의 첨탑 쪽으로 올라갔다.

 

샤끄레쇠르 성당 앞에서 파리 시내를 굽어보다가 천둥번개/돌풍/우박의 악천후 3종세트를 만났다.

몰아치는 빗속을 달려 바로 아랫골목 작은 까페로 뛰어들어간 약 3분 사이에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버렸다.

물을 뚝뚝 흘리는 내게 수건을 건네주는 까페 쥔 아줌마, 내가 오늘이 빠리에서에의 첫날이라고 하니까

빠리 날씨는 꼭 빠리 사람들 닮아서 변덕스럽기가 그지 없다고 한다. 

따끈하고 향긋한 커피로 몸을 녹이며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이.... 헉, 잠깐 졸기까지 했다(까페에서 졸기는 생전 처음..ㅎㅎ)

아마 십 분도 안 잤을 것이다. 깜짝 깨어보니 하늘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 시치미 떼고 말갛게 웃더니

다시 성당 쪽으로 올라가자 무지개까지 띄워준다. 이런 변덕을 겪고 나면 석양도 특별히 붉기 마련.

(감탄을 연발하며 석양에 물든 빠리 시내 전경을 마구 찍어댔는데... 어쩐 일일까, 한 장도 남아 있질 않네.)

 

 

석양에 물든 몽마르뜨 언덕을 뒤로 하고 내려오니 물랑루즈가 야경으로 치장하고 기다리고 있다. 

 

 

 

풍차와 섹스샵 말고는 별 볼일 없는 거리.  

 

마른 샌드위치 하나 물고 홍등가(!)를 배회하다가......

빠리 야경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급비탈 마다 않고 다시 올라온 몽마르뜨 언덕. 

 

 

낭만적일 꺼라고 상상했던 몽마르뜨 언덕은 기대에 못미쳤다. 관광객과 장삿꾼들의 거리?

날 저문다고(사실 이런 데는 날 저문 뒤에 놀아줘야 되는데.. ^^ ) 대충 돌아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디가 됐든 마음을 내려놓는 곳이 가장 멋진 장소. 

 

 

화가는 여인의 독특한 느낌을 오히려 평범하게 바꿔놓고 있는 것 같다. 

 

명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이 소녀도 모델 서고 있는 중이다.

얘야, 방금 그림 속에서 나와서 왜 또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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