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프랑스 8 - 빠리, Parisienne Walkways

張萬玉 2009. 3. 3. 10:56

 지도를 보지 않고도 내가 사는 동네가 파리의 대강 어디쯤..... 하고 떠올릴 수 있다면 그 도시의 일원이 될 준비가 된 것 아닐까.

내겐 사흘 정도 걸렸다. (5박6일의 짧은 기간 중.. ㅜ.ㅜ) 

또한 개미굴 같은 파리 지하철을 유유히 드나들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건 파리에 정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귀기 쉽지 않은 것은 고급 주택가의 좁은 뒷골목.

양쪽으로 우뚝 버티고 선 돌집들이 갑갑한 벽이 되어 나를 압박해들어온다. 

육중하게 닫힌 문 그 안에 어떤 화려함을 감추고 있는지 모르지만, '멤버'가 아니면 접근을 거부하는 그 완고한 자태는 

초라한 과객일 뿐인 나를 외톨이란 느낌에 빠져들게 할 뿐이다.

그런 느낌과 싸우기 위해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필사적으로 걸었다.

 

 

노토르담 부근

 

빠리의 must - visit place 인 노트르담 성당을 찾았을 때는 마침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그 명성에 값하듯 신자 반, 관광객 반.

예배당 안팎으로 관광객들이 저리 북적이는데 예배가 잘 봐질까 싶다. 

 

 

 

 

 

인근 빠리시 청사 앞 광장에선 각종 이벤트가 진행중이다. 자발적인 청소년들과 집시들의 퍼포먼스가 대부분. 

 

   

사진 찍고 그냥 가면 동료 집시가 끝까지 쫓아온다. ^^

 

주말을 맞은 파리지앵이 전부 거리로 쏟아져나온 듯 북적이는 거리에서.....쬐끔 외로웠다.

원래 새로운 도시(특히 대도시)에 들어선 처음 며칠간은 이 낯선 감정을 견뎌야 한다. 

 

봄을 기다리는 시떼 섬.

날짜로 보면 분명 봄인데 웬지 봄 같지가 않았다.

 

 

 

시떼섬 갔던 날은 세느강의 여덟번째 다리(뽕네프)를 건너 세라팡까지 걸어갔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닌데 생 제라멩 부근에서 맴맴 돌다가 다리 부러질 뻔했다.

거기서 똥까지 밟았으니 파리에서 해볼 건 다 해본 셈. ^^ 

 

 

 

쌩 제르멩 지역

 

 

 

소르본느 대학이 궁금했는데 못들어가게 한다. 예약한 단체만 가능하단다.

실망하는 나를 보고 예쁜 여학생 하나가 같이 들어가줄까? 한다.  하지만 내가 혼자 온 걸 이미 알아버린 수위아저씨에겐 이 여학생의 애교도 안 통한다.

 

쌀쌀맞은 소르본느 대학 담장을 끼고 걷다가 중세박물관이라는 좀 독특한(비잔틴 양식, 모자이크 장식 등) 교회 하나 구경하고 나오니  

영화 '다빈치 코드'를 찍었다는 생 쉬뻴 교회가 나온다.  

아, 저 육중한 비밀!!

 

생제르맹 교회는 파리에서 제일 오래된 교회라는데, 세월이 주는 묵직한 느낌과 함께 프레스코화의 느낌이 잘 어울렸다.  

 

 

 

생 제르맹 교회 앞에 열린 바자.

 

 

람부토 거리

 

퐁피두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좀 가난해뵈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거리. 

걷다가 좀 독특한 조형건축 발견.

 

 

 

멀지 않은 곳에서 사이버까페 발견.

한글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전화로 남편을 불러내 손 봐달라고 한다.

남편이 깔아준 프로그램 덕에 거의 두 주일 만에 한글 타자 실컷 했다. 메일도 쓰고 한국 뉴스도 보고.....

화면 가득한 한글을 넋 놓고 보길래 장난기가 발동해서 내 블러그를 열어 보여주니 너무 재미있어 한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나랑 노는 게 재미있는 눈치다. 내일 또 오라고, 내일은 50% 할인해주겠다고 한다. (원가는 한 시간에 6유로) 

 

 

 

 

웬지 초딩시절 씹고 다니던 쫀드기를 생각나게 하는 불량식품 노점.. ㅋㅋ              구이가 되기를 기다리는 먹음직한 꼬치들.

 

배는 고픈데 마른 빵 먹기도 싫은, 그러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잘 보이지 않아 심란했던 어느날 오후. 

밥투정하는 아이처럼 심술이 나 오후 늦게까지 굶고 다니다가 갑자기 이 근처 어디에서 봐뒀던 작은 우동집을 떠올렸다.(아마 마레지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일단 꽂히고 나니 소문 짜한 옷가게고 소품가게고 뵈는 게 있으랴. 오직 일식집 간판을 찾아 빛의 속도로 스캔한 끝에 찾아낸 중국인이 하는 일식집 다까미.

큼지막하고 싱싱한 초밥 여섯 개에 어묵 세꼬치, 따끈한 미소시루, 성의있게 재료 갖춘 샐러드, 게다가 디저트로 깨떡까지 준다.

10.9유로. 완벽한 대접에 좋아서 미칠 뻔했다눈.....^^

이날 사진은 없다. 내친 김에 어디서 찍은 건지 잘 기억 안 나는 음식 사진 몇 개 더...(물론 내가 먹은 건 아니다. ㅋ)

 

 

 

한번쯤은 제대로 먹어보겠다고 여행책자에 올라온 맛집을 찾아가다가 어찌어찌 들어가게 된 Fous. (이 집은 세라팡 근처)

요란한 장식 없는 소박한 접시지만 고기는 살살 녹고 소스도 훌륭했다.  갓 구운 바게트와 커피 포함 24유로짜리 접시다. 대만족!

 

 

  

여행중이냐고 물어주고 맛있었냐고 물어주고....... 아주 상냥했던 쥔 언니. 

 

거리 여기저기서 내 카메라에 걸린 것들  

 

 

 

마레지구는 게이들의 거리로 알려져 있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웬지 우리 것 같은......  

 

먹는 걸 가지고 장난치다닛!! 

 

 

케미솔로 부풀린 드레스, 높은 모자와 어울릴 듯한 양산들.

 

빠리 사람들은 옷은 우중충하게 입고(주로 검은색) 화려한 머플러와 부츠, 백으로 섬세하게 멋을 낸다. (남자들도 그런다.) 

낡은 모직과 스웨터 등 빈티지 스타일로 철학적인 냄새를 풍기는 부류도 적지 않고 (가난한 인텔리 스타일?)

빵모자에 가죽코트, 요란한 머플러를 두르고 새빨갛게 입술을 칠한 중년 여인들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파리지엔 스타일?)

비싼 옷들 같지도 않고 어찌 보면 촌스럽기도 하지만 나름 스타일로 승부하려는 패션 센스를 읽을 수 있다.

 

시내 곳곳에서 자주 마주친 세느강변

 

 

 

  

 

튈여기는 튈르리 정원. 

날이 썰렁해서 그런지 공원이 텅 비었다.

흐린 날에도 한점 햇살을 찾아 나온 사람들이 웬지 외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