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프리카

아프리카 종단여행 7 - 마사이 마라 1

張萬玉 2014. 10. 2. 11:49

 

이른 아침을 먹고 나니 뚜껑이 열리는 사륜구동 차량 세 대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두 시간 정도 달리다가 Rift Valley에서 잠시 휴식

 

리프트밸리는 '판 이동'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지형으로서 아라비아 판과 아프리카 판이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언제가 되면(들었는데 잊었다) 저 팻말에 그려진 그림처럼 에티오피아와 케냐는 갈라져 완전히 딴 대륙이 된다는 말씀.

 

실감은 안 나지만 경치는 대단하다.

계곡도 계곡이지만, 나는 우리가 달려온 길이 레바논에서 시작되었으며 몸바사까지 이어진다는 말이 더 흥미진진했다.

레바논에서 몸바사까지 차로 한번 달려줘야 할 것 같은 이 쓸데없는 호기심! ㅋㅋ

 

트럭킹 팀을 만났다.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별로 재밌어뵈지 않았다.

나도 여행준비를 하면서 트럭킹으로 다니면 어떨까 했지만 끼리끼리 몰려다니다 끝날 것 같아서 관뒀는데......(사실 뭐 우리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리프트밸리 근처 허허벌판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물과 비누가 같이 담긴 아이디어 물병(마개쪽에서 물비누가 나온다).

에볼라 바이러스 걱정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기 시작한 시점이라 모두들 열심히 손을 씻는다.

 

다시 세 시간여를 달려간다. 그 중 절반은 비포장도로라서 흙먼지 원없이 마셔가며......

 

작지만 상가도 보이고 학교도 보이고......

 

허허벌판을 몇 시간씩 달리다 보면 염소떼도 반갑다.  이곳은 마사이들의 삶터.

 

마사이족은 부자란다. 돈은 없지만 소와 염소 부자.

돈이 있어도 쓸 데가 없으니 돈보다는 소가 더 중하다. 

소부자일 필요도 없다. 장가들 때 신부를 데려오기 위한 소 열 마리면 족하다. 

그게 마사이족의 전통적인 경제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돈을 필요로 한단다.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마사이족 공동체에 살고 있는 한 현재까지도 교육 외에는 돈 들어갈 데가 없다네.(과연 그럴까? 이 얘긴 다음에......)

 

물을 긷고 나무를 해가는 마사이 여인들이 눈에 띄는 걸 보니 거반 다 왔나보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은 마사이족 마을의 한가운데 있다.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beded tent. 수세식 좌변기에 온수샤워까지 갖추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먼길 걸어 흙탕물을 길어다먹는데 이게 웬 민망한 호사인지......

 

 

럭셔리 텐트에 감탄할 새도 없이 침대에 배낭 던져놓고 바로 출동이다. 해 지기 전에 동물님들 알현하려면 서둘러야 한단다.

 

겨우 차량 한 대 지나다닐 만한 길에 가끔 물웅덩이가 나타나니 기사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사이좋게 어깨  맞대고 조심조심......

 

이제부터 동물구경인데.......

뭘 모르는 이 사람은 차 타고 초원에 나가면 동물들이 (마치 자연농원 사파라에서처럼) 가까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벌판 저 멀리에서, 정말 눈 씻고 봐야 할 만큼 저 멀리에서 점점이 보일 뿐이다. 그것도 녀석들의 무리를 찾아 한참을 달려야만 한다.

우리가 사파리 투어라고 부르는 이 구경을 이 사람들은 game drive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숨은동물 찾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데 나는 이 드라이브가 솔직이 그리 신나지가 않았다.

원인은 사진!

붉은 황혼을 배경으로 나란히 걸어가는 기린 세 마리...... 아, 나도 그런 사진을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겨우 15배줌밖에 안 되는 내 카메라는 늘씬하고 우아한 기린의 목을 가느다란 지렁이처럼밖에 못 잡아낸다.

대포 포신급 렌즈를 장착한 일행들은 어머, 어머멋!! 비명을 지르며 끝도없이 셔터를 눌러대건만!

눈에 담아가라고? 내 시선은 15배 줌 카메라보다 더 짧은데?

어쨌든 찍긴 찍었다. 하지만 별로 남 뵈줄만한 사진은 없다.

그냥 지나가기 섭섭하니 몇 녀석만 인사시키고 지나가려는데, 그조차도 민망할 정도네.

 

우선 예쁜이 얼룩말부터......

우리 차 운전기사는 얼룩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했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남녀간의 애정표현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놀릴까봐) 휴대폰 시작화면에 자기 내외의 사진을 못 올리고

대신 어여쁜 얼룩말 한 쌍을 올려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자가 먹고 남긴 이건 아름답지 않지... ㅠ.ㅠ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는 임팔라. 멋진 뿔이 일품이지만 날 위해 돌아서주질 않는군.

 

난이 버팔로 ㅋㅋ.

 

 

필사적으로 도망치다가 결국 잡혀먹히는 초생이들, 그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보면서 불쌍하다거나 잔인하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그건 그야말로 '사람의 감정이입'일 뿐이다. 사자도 먹어야 살고 초생이들도 너무 많으면 초원의 풀이 남아나질 않게 된다.

냉정하게 '자연의 법칙'을 바라볼 수밖에......

 

 

사자의 포식이 끝난 뒤의 한 점을 노리고 있는 굶주린 독수리들

 

포식을 하고 나면 사자는 더이상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은 인간이 좀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도 그렇지, 동물의 왕이라는 녀석이 저렇게 배를 다 내놓고 뒹굴고 있다니......저건 덩치만 큰 고양이 아닌가.

 

그래서 사자 코 앞임에도 불구하고 모래에 빠진 차를 구하기 위해 감히 차에서 내린다.

차 지붕 너머의 바위 위에......

 

이녀석이 떠억하니 버티고 앉아 있다.

 

 

 

  

가까이에서 한 장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던 귀요미 톰슨 가젤. 하지만 겁많은 이녀석들 곁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덩치도 크지 않은 자칼이 설마 루를 사냥했을까?

어떻게 잡아다놓은 건진 모르지만  어쨌든 확보한 이 먹이를 지키기 위해서 녀석들은 앙칼지게 독수리와 맞선다.

 

숙소 바로 근처에 출몰한 코끼리

이녀석들이 현재 시기에 이 동네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루'다.

물을 찾아 매년 이맘때면 목숨 걸고 강을 건너 세렝게티에서 마사이마라로 이동하는 루떼의 영상, 이거 보고 감동 받은 분들 많으셨을 텐데

막상 그 현장을 보니 상상 그 이상이다.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어찌나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지, 떼를 지어야만 살 수 있다는 필사적인 본능을 정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 카메라는 이정도밖에 못 잡는다. 울고 싶어라~  

 

 

아쉬워서 일행분이 찍은 동영상 소스를 빌려왔다.

대열의 앞은 대장이 이끌지만 대열 옆을 보면 규율반장쯤 되는 녀석들이 두어 마리씩 대열을 정비하며 뛰어다닌다.

영상 중간부분쯤 화면 가운데쪽을 보면 강으로 뛰어내리는 녀석들의 과감한 몸짓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