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파키스탄 1 - 이슬라마바드 / 돌고돌아가는 길

張萬玉 2020. 5. 13. 14:33

10년 전부터 별러왔던 길을 간다.

혼자 가기 어려운 길이라 동행이 생기기를 기다려왔는데, 더 나이를 먹으면 아예 엄두를 못 낼 것 같아서.... 경험 많은 사람들이 간다는 소문을 듣고 덜컥 끼어들었다. 먼 길, 거친 길, 위험한 길이라고들 하지만 그 길 위에 펼쳐질 장엄한 자연의 파노라마와 감동적인 인간극장을 기대하며 한 달 여정을 시작한다.

 

베이징에서의 하룻밤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방콕 경유 라호르로 들어가는 타이항공편이 보안점검이라는 이유로 전면 취소되어 어쩔 수 없이 베이징 경유 중국항공편으로 바꿀 때만 해도, 환승시간이 충분치는 않지만(1시간 10분)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예상밖의 상황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다가왔으니....

1. 비행기는 45분 늦게 이륙했고
2. 신경증적으로 집요한 베이징 공항의 보안검사는 다른 공항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잡아먹었고
3. 베이징 공항이 넓은 건 알고 있었지만 단거리선수 못지 않은 폭주를 조롱하는 듯 숨어 있는 작은 안내표지들...
4. 덕분에 비행기를 놓치는 내 여행이력 초유의 사태 발생.
다음 비행편은 다음날 같은 시간에나 있으니 48시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중국 입국의 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네.
결국 넓고넓은 베이징 공항을 섭렵하고 그 길고 긴 입국 대기줄에서 참을성을 발휘하며 천신만고 끝에 에어차이나 사무실을 찾아가서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호텔을 배정받기는 했는데, 공항 구역에 있다는 호텔까지도 왜 이리 먼지. 한 시간에 한 번 다닌다는 호텔 셔틀버스에서 쏟아져내리는 인파는 왜 이리도 많은지. 방 배정 받기까지 또 줄을.... ㅠㅠ 보아하니 이런 케이스가 비일비재한 듯. 중과부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어쩌겠나, 공항을 키우고 입국심사 창구를 아무리 늘려도 세계의 심장으로 몰려드는 이 인파를 감당하는 하는 데는 역부족인걸. 올 때마다 한숨짓게 하는 중국이다.
그나저나 만개했다는 훈자 살구꽃이 과연 우리 갈 때까지 기다려주려나. 오늘밤에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도 훈자까지는 갈길이 먼데...

 

다행인 건, 온라인상에서만 인사를 나눴던 일행들이 예상보다 젊고 경쾌하다. 염두에 두지 않았던 멤버십이 기대된다.
 
7시간 비행 끝에 이슬라마바드 막 도착.
어마어마한 환영 인파!

이슬라마바드에 2박을 예약했지만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첫박을 놓치고 찾아간 숙소는 no show 때문에 나머지 숙박까지 취소되었다.
하루 늦게 간다고 전화연락조차 하지 않은 부실한 길잡이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녀석의 무능력과 불성실을 알아봤어야 했다.
다행히 친절한 매니저의 도움으로 허름하지만 어쨌든 친절한 숙소로 옮겨 파키스탄에서의 첫 1박.

아침에 나가보니 숙소가 있는 곳은 School Road라는 길 양쪽으로 대학과 (쿠바, 나이지리아, 레바논 등) 외국대사관이 있는 품위있는 동네였다.
길가에 가꿔놓은 장미와 사람들의 호의어린 인사에 감사하며 즐거운 산보.
아침식사 후 환전팀과 차량수배 팀으로 나뉘어 먼길 떠날 준비를 완료하고 정오 전에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