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파키스탄 2 -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까지

張萬玉 2020. 5. 13. 14:35


훈자 가는 길의 중간기착지까지도 제법 먼 길이라 도중에 있는 탁실라 유적지도 포기하고 파리떼와 함께 손으로 집어먹는 점심을 감수하며 전진. 280킬로가 그리 긴 길은 아니지만 몹시몹시 달렸어도 밤 10시 다 되어서야 베삼 도착.


갑자기 바뀐 일정 때문에 예약 없이 찾아든 숙소는 청소를 언제 했는지 지저분의 극치였지만 야심한 밤에 짜증 낼 틈도 없이 (다행히 밥을 해먹을 공간은 있어서) 묵묵히 밥을 짓고 내일 행동식으로 먹을 주먹밥까지 싸는 투혼을 발휘.
자정이 다 되어 끝난 그날의 다음날 출발은 새벽 5시였다.

 

이 날의 행로는 480킬로다. 아보타바드 등 두 개의 마을을 더 거치고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카밀라? 지역을 빠져나오니 북서부 지역 산악트레킹의 베이스캠프인 Gilgit. 이 도시는 훈자에서 나오며 묵을 예정이라 패스.
우리가 달려온 길은 옛 실크로드를 대체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다. 포장도로라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았지만 잦은 산사태 때문인지 중간중간 파손된 곳이 많아 비포장도로 못지 않은 험한 구간과 보수공사 하느라고 한쪽 차선을 막아둔 구간이 많다. 게다가 어찌나 체크포인트가 많은지 미리 준비해온 여권 복사본 10부를 다 소진할 정도였다(중간에 내려 사진을 찍히기도 함). 덕분에 멋진 다리가 있는 마을에서 차량 교행을 기다리며 사진도 찍고 민가에 들어가 화장실 얻어쓰면서 아이들과 놀기도 했다. 우리가 차에서 내릴 때마다 온 마을의 시선(99%가 남정네)이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향한다. 적대적인 시선이 아니라 호기심과 호의가 어린 시선이지만 연예인이 아닌 이상 이런 관심 거북하다.
어둠이 내린 산속을 지나는데 불빛이 요란한 곳이 드문드문 있어서 리조트인가 했더니 양계장들이었다.

훈자에는 밤8시 반에 도착했다.

로비만 그럴 듯. 객실의 지저분함은 최악. 잊을 수 없는 베삼의 숙소.